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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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와 원한은 지나치게 밝히지 말라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5. 2. 18. 02:41
공과 과실은 어떤 경우에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혼동하면 사람이 게으른 마음을 품을 것이다. 은혜와 원한은 지나치게 밝히지 말아야 한다. 이를 밝히면 사람들이 불신하게 된다 유명한 철학자 플라톤이 한번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오해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방하는데도 그는 자기의 처지를 변명하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한 제자가 플라톤에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왜 변명을 안 하십니까 ? 그때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그들의 비난을 종결시키는 것은 나의 변명이 아니다. 그들의 비난을 침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나의 올바른 행위뿐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간혹 오해로 인해서 비난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오해를 풀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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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과 시기, 질투를 다스리라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5. 2. 11. 03:00
뜨거웠다 차가웠다 하는 변덕은 부귀한 사람이 빈천한 사람보다 더 심하고, 질투와 시기하는 마음은 남들보다 육친 간에 더욱 심하다. 만약 이때 냉철한 마음이나 평정한 마음으로 제어하지 않는다면, 거의 번뇌의 가운데 앉아 지내지 않는 날이 없을 것이다. 플로렌스에서 온 참사관들은 당시 이탈리아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던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플로렌스의 대형 홀을 장식할 그림을 부탁했다. 그리고 아울러 당시 아직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젊은 무명화가 미켈란젤로의 소문을 듣고 그에게도 역시 그림을 부탁했다. 레오나르도의 작품은 과연 그의 천부적인 재능과 명성에 걸맞는 만큼 화려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보았을 때, 플로렌스의 참사관들은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의 그림 속에는 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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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하지 않으면 허물도 없다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5. 2. 4. 03:00
아름다움이 있으면 반드시 추락이 있어 대비가 되니, 내가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추하다고 할 것인가 ? 깨끗함이 있으면 반드시 더러움이 있어 짝을 이루니, 내가 깨끗함을 초월하여 자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더럽다 할 것인가 ? 어떤 사람이 해변가에 이사를 갔다. 이웃사람은 하루 종일 바위에 앉아 고기를 낚는 낚시광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인사나 나누는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낚시광이던 이웃이 커다란 물고기를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얼른 물고기를 받아들며 심심한 사의를 표했다. 이이고 이 귀한 것을 주시다니 ! 너무 감사합니다 그는 어딘지 당황해 하는 낚시광의 태도를 보고 이상히 여기기는 했으나 그저 사람이 겸손한 탓이거니 여기고 그냥 지나쳤다. 그 후 일년이 지나 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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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사랑은 당연하다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5. 1. 21. 03:00
아버지가 사랑하고 아들이 효도하며, 형이 우애 있고 아우가 공경하여, 비록 극진한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해도 그것은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것을 한 것일 뿐이므로 털끝만큼도 감격스런 생각을 가지고 볼 것이 못 된다. 만약 베푸는 자가 덕으로 여기고 받는 쪽에서 은혜로 생각한다면 이는 곧 길에서 오다가다 만난 사람들의 일이요, 장사꾼의 관계가 되고 말 것이다 장자의 산목편에 나오는 일화에 임희라는 사람이 나온다. 전쟁이 나서 적군이 침범해 오자 임희는 많은 보물을 내버려 두고 갓난 아이 하나만을 등에 업고 도망을 갔다. 그러자 옆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돈으로 따지면 갓난아이는 보물보다 훨씬 못하지 않습니까 ? 그런데 왜 보물은 버리고 귀찮은 갓난아이만 업고 도망을 갑니까 ? 이에 임회는 이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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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것은 숨겨진 채 은밀히 준비된다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5. 1. 14. 03:00
푸른 하늘에 빛나는 태양처럼 드높은 절의도 어두운 방안에서 길러낸 것이며 천지를 뒤흔드는 빼어난 경륜도 깊은 못에서 살얼음 밟듯 조심하며 만든 재주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명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무대 위의 독재자로 불릴 정도로 지휘계의 거장이다. 위대한 인물의 탄생은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심한 근시안인 토스카니니는 악보를 잘 볼 수 없어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악보를 완전히 암기한 후에 연주를 하곤 했다. 어느날 갑자기 연주회 직전에 지휘자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 불상사가 일어났다. 급하게 지휘자를 찾았으나 그 많은 단원 중에서 곡을 모두 외우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어찌하면 좋지 ? 곡을 모두 외우고 있는 지휘자가 필요한데 큰 일이네 제가 곡을 다 외우고 있습니다. 바로 토스카니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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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과 비난에 신중하라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5. 1. 7. 03:00
착한 사람과 빨리 친해질 수 없거든 미리 칭찬하지 말라. 이간질하는 사람의 중상모략이 있을까 두렵다. 악한 사람을 쉽게 내칠 수 없다 하여 먼저 발설하지 말라. 뜻 밖의 재앙을 부를까 두렵다 다산 정약용이 낙향해 한가롭게 지내던 어느 날, 친지들과 정자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술이 거나해지자 누구누구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권세와 명예를 거머쥐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라고 한탄했다. 그러자 다산은 벌떡 일어나 상대에게 술을 권하며 말했다. 사람은 품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벌주를 드립니다. 얼마 지나자 또 어떤 이가 저 말은 짐도 지지 못하면서 꼴과 콩만 축내는구나하고 혀를 끌끌 찼다. 다산은 또 일어서 짐승도 말을 알아듣기 때문에 품평해선 안 된다며 그에게 벌주를 따랐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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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감정을 풀려고 하지 말라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4. 12. 31. 03:00
여러 사람이 의심한다고 해서 자기 소신을 꺾지 말고, 자기 의견만을 내세워 남의 말을 흘려듣지 말라. 또한 사사로운 은혜에 사로잡혀 대국을 헤치지 말고 공론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감정을 풀려고 하지 말라 미국 신문 워싱턴 포스트 지의 자네트 쿠트라는 한 여기자가 부모로부터 마약을 주사당한 어떤 흑인 어린이의 비참한 생활을 생생하게 기사화함으로써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그 기사에 모두 꾸며낸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네트 쿠트는 자신의 직속 상관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특종으로 일약 스타가 되는 것을 보고 특종 욕심에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결국 자네트 쿠트는 욕심이 주는 허상을 좇다가 가장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가, 앞도 옆도 바라볼 새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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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남을 의심하지 말라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4. 12. 24. 02:43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며,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이 없어서도 안 된다. 이것은 생각이 소홀함을 경계하는 말이다. 차라리 남에게 속아 넘어갈망정 미리 남이 나를 속일 것이라고 짐작하지 말라. 이것은 살핌이 지나침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 두말을 아울러 간직한다면 생각이 깊어져서 덕이 두터워질 것이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채나라로 가던 도중 양식이 떨어져 채소만 먹으며 일주일을 버텼다. 걷기에도 지친 그들은 어느 마을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그 사이 공자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제자인 안회는 몰래 빠져 나가 쌀을 구해 와 밥을 지었다. 밥이 다 될 무렵 공자가 잠에서 깨어났다. 공자는 코끝을 스치는 밥 냄새에 밖을 내다봤는데 마침 안회가 밥솥의 뚜껑을 열고 밥을 한 움큼 집어 먹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