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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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60) 불과 얼음 / 내 젊음의 초상 / 사랑의 노래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7. 24. 02:07
어떤 사람은 이 세상이 불로 끝날 거라고 말하고,또 어떤 사람은 얼음으로 끝난다고 말한다 내가 맛 본 욕망에 비춰 보면나는 불로 끝난다는 사람들 편을 들고 싶다 그러나 세상이 두번 멸망한다면파괴하는 데는 얼음도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할 만큼나는 증오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걸로 충분하다 지금은 벌써 전설처럼 된 먼 과거로부터내 청춘의 초상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지난 날 태양의 밝음으로부터 무엇이 반짝이고 무엇이 타고 있는가를 그때 내 앞에 비추어진 길은나에게 많은 번민의 밤과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그 길을 나는 이제 다시는 걷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나의 길을 성실하게 걸었고추억은 보배로운 것이었다실패로 과오도 많았다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당신이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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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59) 낙화 / 봄길 / 십자가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7. 17. 02:09
꽃이 지기로소니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 촛불을 켜야 하리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저허 하노리 꽃이 지는 아첨은울고 싶어라 버들잎에 구는 구슬 알알이 짙은 봄빛찬 비라 할지라도 임의 사랑 담아 옴을적시어 뼈에 스민다 마달 수가 있으랴 볼 부은 저 개구리 그 무엇 쫓겼관대조르르 젖은 몸이 논귀에서 헐떡이나뗴봄이 쳐들어 와요, 더위 함께 옵테다 저 강상 작은 돌에 더북할손 푸른 풀을다 살라 욱대길제 그 누구가 봄을 외리줌만한 저 흙일망정 놓쳐 아니 주도다 쫓아오던 햇빛인데지금 교회당 꼭대기십자가에 걸이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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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58) 오, 나는 미친 듯 살고 싶다 / 사랑의 팔 / 마리에게 보내는 소네트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7. 10. 05:06
대지 위에 모든 것은 죽어 가리라어머니도, 젊음도아내는 변하고, 친구는 떠나가리라그러나 그대는 다른 달콤함을 배워라차가운 북극을 응시하면서 그대의 돛배를 가져와, 멀리 떨어진 북극을 항해하라얼음으로 된 벽돌 속에서그리고 조용히 잊어라그곳에서 사랑하고 파멸하고 싸웠던 일들정열로 가득 찼던 옛 고향을 잊어라 사랑의 팔에 안긴 일이 있는 사람은절대로 비참해지는 일이 없다비록 낯선 땅에서 홀로 죽어갈지라도지난날의 행복이 다시 되살아나죽음의 순간에서조차도그녀를 자기 것으로 느끼게 마련이다 한 다발 엮어서보내는 이 꽃송이들지금은 한껏 피어났지만내일은 덧없이 지리 그대여 잊지 말아요꽃처럼 어여쁜 그대도세월이 지나면 시들고덧없이 지리, 꽃처럼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우리도 간다, 흘러서 간다세월이 가고 흙 속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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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57) 나룻배와 행인 / 남사당 / 목련화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7. 3. 02:02
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인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나는 당신을 안으며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운 나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삼단 같은 머리를 땋아내린 사나이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날라리를 부는 저녁이면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람프불을 돋운 포장 속에선내 남성이 십분 굴욕된다 산 넘어 지나온 저 동리엔은반지를 사주고 싶은고운 처녀도 있었건만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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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 -56) 눈이여 쌓여라 / 진실 / 잡시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6. 26. 02:24
눈이여 쌓여라산만큼 쌓여라우박아 내려라미친 듯이 내려서방의 창문들을 깨뜨려 버려라아무렇게 되어도 나는 두려울 게 없네내 마음의 방안에는봄날의 포근한 바람이 일고 있으니 진실은 그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며그 외의 다른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가장 순수한 금보다 더 순수한 것이며이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것은 사랑의 빛이며 삶 자체다진실은 영원히 빛나는 태양이며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은총의 영혼이며믿음과 사랑이다 진실은 약속의 보증인이며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고모든 거짓말을 발밑에 짓밟는믿음의 힘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어른 말씀을 들으면귀를 막고 늘 못마땅했지어찌하여 쉰 살이 되어홀연 내가 그 짓을 하고 있는가내 젊은 날의 기쁨 찾으려 해도한 점도 그 심정 생기지 않네이 삶을 어떻게 다시 만나리가산을 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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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 -55) 소쩍새 / 낙타 / 님의 침묵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6. 19. 02:57
소쩍새들이 운다소쩍소쩍 솥이 작다고뒷산에서도앞산에서도소쩍새들이 울고 있다 소쩍새가 저렇게 많이 나오는 해는풍년이 든다고어머니가 나에게 일러 주시는 그 사이에도소쩍소쩍 솥이 작다고소쩍새들은 목이 닳도록 울어 댄다 밤이 깊도록 울어 댄다아아, 마을은소쩍새 투성이다 눈을 감으면어린 시절, 선생님이 걸어오신다회초리를 들고서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낙타는 항시 추억한다 ----------- 옛날에 옛날에 -------------- 낙타는 어린 시절, 선생님처럼 늙었다나도 따뜻한 봄 볕을 등에 지고금잔디 위에서 낙타를 본다 내가 여윈 동심의 옛 이야기가여기 저기떨어져 있음직한 동물원의 오후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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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54) 진정한 성공 / 그대 함께 있다면 / 당신 생각에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6. 12. 02:00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건강한 아이를 낳든정원을 가꾸든사회 환경을 개선하든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의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것이 진정한 성공 저 너머 초원에, 저 너머 초원에찬바람 그대에게 불어온다면나 그대 감싸리, 나 그대 감싸리또한 불행의 풍파가그대에게 몰아친다면, 그대에게 몰아친다면내 가슴 그대의 안식처 되어모든 괴로움 함께 하리, 모든 괴로움 함께하리 어둡고 황량한, 어둡고 황량한거칠디 거친 황야에 있다 해도그대 함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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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53) 거울 / 돌팔매 / 달 포도 잎사귀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6. 5. 02:30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개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요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요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 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가졌소마는 거울 속에는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잘 모르지만 외로운 사업에 골몰할께요 거울 속의 나는 참나와는 반대요마는 또 꽤 닮았소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바다에 끝없는물결 위으로내, 돌팔매질을 하다허무에 쏘는 화살 셈치고서 돌알은 잠깐물연기를 일고금빛으로 빛나다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지다 오오 바다여 !내 화살을어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