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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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40) 화살과 노래 / 사람에게 묻는다 / 새끼손가락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2. 27. 02:00
하늘 우러러 나는 활을 당겼다화살은 땅에 떨어졌었지. 그 어딘지는 몰라도그렇게도 빨리 날아가는 그 화살을그 누가 볼 수 있으랴 하늘 우러러 나는 노래를 불렀다노래는 땅에 떨어졌었지. 그 어딘지는 몰라도눈길이 제 아무리 예리하고 강하다 한들날아가는 노래를 그 누가 볼 수 있으랴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느티나무에나는 보았다. 아직 꺾이지 않은 채 박혀 있는화살을,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한 친구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것을 나는 들었다 땅에게 묻는다땅은 땅에게 어떻게 사는가 ?땅이 대답한다우리는 서로 존경하지 물에게 묻는다물과 물은 어떻게 사는가 ?물이 대답한다우리는 서로 채워 주지 사람에게 묻는다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스스로 한번 대답해 보라 새끼손가락은 조그맣지학교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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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39) 호접 / 청개구리 / 자화상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2. 20. 02:41
가을 바람이 부니까호접이 날지 않는다 가을 바람이 해조같이 불어와서울 안에 코스모스가 구름처럼 쌓였어도호접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는다 적막만이 가을 해 엷은 볕 아래 졸고그 날이 저물면 벌레 우는 긴긴 밤을등피 끄스리는 등잔을 지키고 새우는 것이다 달이 유난하게 밝은 밤지붕 위에 박이 다른 하나의 달처럼화안히 떠오르는 밤 담 너머로 박 너머로지는 잎이 구울러 오면호접같이 단정한 어느 여인이 찾아올 듯 싶은데..... 싸늘한 가을 바람만이 불어와서나의 가슴을 싸늘하게 하고입김도 서리같이 식어 간다 청개구리는 장마 때에 운다. 차디찬 비 맞은나뭇잎에서 하늘을 원망하듯 치어다보며 목이터지도록 소리쳐 운다 청개구리는 불효한 자식이었다. 어미의 말을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어미 청개구리가 오늘은 산에 가서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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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38) 유월이 오면 / 그녀는 유령이었네 / 도움말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2. 13. 03:00
유월이 오면 나는온종일 향긋한 건초더미 속에내 사랑과 함께 앉아산들바람 부는 하늘에흰 구름 얹어놓은눈부신 궁전을 바라보련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고나는 노래를 지어주고아름다운 시를 온종일 부르리다남몰래 내 사랑과 건초더미 속에 누워 있을 때인생은 즐거우리라 내 눈길에 처음 반짝이고 띄었을 때그 여인은 환희의 유령이었네한순간의 장식을 위해 불쑥 튀어나온사랑스런 유령 사려 깊은 자세로 살아가는 여인삶과 죽음 사이로 걸어가는 여행자흔들림 없는 이성과 조화로운 의지통찰력과 재능을 지닌 여인고귀한 품성과 신의 계시를 따라 태어난완전한 여인경고하고 위로하며 지배하는 여인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천사 같은 빛으로찬란한 빛을 발하는 유령이었네 내 말을 잘 듣게, 여보게들태어난다는 것은 괴로운 일죽는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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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37) 황혼에 서서 / 설야 / 비는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2. 6. 03:00
산이여, 목메인 듯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먼 침묵은 어쩌지 못할 네 목숨의아픈 견딤이랴 너는 가고애모는 바다처럼 저무는데 그 달래임 같은물결 같은 내 소리 세월은 덧이 없어도한결 같은 나의 정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내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머언 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이는 어느 잃어진 조각이기에싸늘한 추회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료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호올로 찬란한 의상을 하고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린다 비는 하나씩 불안을 벗어 던졌어비는 하나씩 인습을 벗어 던졌어비는 하나씩 속력을 벗어 던졌어비는 그날떨어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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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36) 사랑의 종말 / 평화의 기도 / 짐승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1. 23. 03:00
죽음만큼 강했던 사랑이 죽어버렸다시드는 꽃 속에사랑이 누울 자리를 만들자머리맡에는 푸른 잔디밭발 옆에는 돌 하나 놓아고요한 저녁나절그곳에 우리 앉도록 하자사랑은 봄에 태어나가을이 되기 전에 죽어버렸다마지막 뜨거웠던 여름날사랑은 떠나갔다차가운 잿빛 가을 황혼에사랑은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우리 사랑의 무덤가에 앉아가버린 사랑을 노래하자 나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슬픔이 있는 곳에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주소서우리는 줌으로써 받고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자기를 버리고 죽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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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34) 눈 오는 밤에 / 점경 / 방랑기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1. 16. 03:00
오누이들의정다운 얘기에어느 집 질화로엔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는 불씨를 헤쳐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오늘 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눈을 밟으며 간다 오우버 자락에구수한 할머니의 옛 얘기를 싸고어린 시절의 그 눈을 밟으며 간다오누이들의정다운 얘기에어느 집 질화로엔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흰 장미 속에앉아 있었던흰 나비가꽃잎처럼하늘하늘바람에 날려떨어질 듯 떨어질 듯투명한 햇살 속을돌고 돌더니훌쩍 몸을 날려 울타리를 넘는다- 이 세상 하직길에아쉬움만 남기고차마 돌쳐서지 못하는마지막 몸 집인 양 숭가리 황토 물에 얼음이 풀리우면반도 남쪽 고깃배 실은 낙동강이 정이 들고 산마을에 황혼이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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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33) 말은 죽은 것이라고 / 삼월의 노래 / 하늘의 융단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1. 9. 03:00
말을 하면 그 순간말은 죽은 것이라고어떤 이들은 말한다 나는 말들이 막살아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말은 한 그 날부터 닭이 운다시냇물은 흐르고새떼 재잘대며호수는 반짝이는데푸른 초원은 햇볕 속에 잠들었다 늙은이도 어린이도젊은이와 함께 일할풀 뜯는 가축들은모두 고개도 들지 않구나마흔 마리가 마치 한 마리인 양 패배한 군사처럼저기 저 헐벗은 산마루에병들어 누웠는데이랴이랴, 밭 가는 아이 목청 힘차구나 산에는 기쁨샘에는 생명조각구름 두둥실 떠 흐르는저 하늘은 푸르름만 더해 가니비 개인 이 날이 기쁘기만 하네 금빛 은빛 무늬 든하늘의 수놓은 융단이밤과 낮 어스름의푸르고 침침한 검은 융단이 내게 있다면그대의 발밑에 깔아 드리련만 나 가난하여 오직 꿈만을 가졌기에그대 발밑에 내 꿈을 깔았으니사뿐히 밟으소서내 꿈 밟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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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32) 침묵의 색 / 무음으로 피는 꽃 / 경계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1. 2. 03:00
깃털 하나 빙그르르 떨어지자활유법을 펼치는 산까지 울음그래 힘들지 ? 쫓빛 공감이다가지 끝 앉아 내려보는 햇살을조롱으로 오인한 바람이 씩씩거리자꿩 한 쌍 푸드덕 녹색 침묵을 깬다L사장과 H마담의 파일은 검정그들의 침묵을 파악하기 어렵다남들이 간음이라고 비난하지만사랑이라 주장하는 눈물까지 포용하는신의 침묵 주황색이다바람과 숨바꼭질하다 떨어진 단풍흥건한 피에 넋 놓고 우두커니 서 있는나무의 침묵 무채색이다 피고 지는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얼마 남지 않았다고 혼잣말하는 어머니봄 떠난 지 오래인 줄 알면서꽃 피지 않는다 속앓이다 꽃들을 밀어 올리는 꽃대의 명치 아리다꽃샘추위를 견디어야 봄이 오는 것을한꺼번에 그 많은 꽃 피울 수 없음을꽃이 저절로 피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그래서 그랬을 거니 짐작하며스스로 꽃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