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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122) 광야의 밤 / 사진기 없는 사진관 / 내가 여행하는 이유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6. 5. 14. 01:47
< 광야의 밤 - 박노해 >
광야의 밤은
어둠이 크다
오늘 밤은
야생화 요를 깔고
별 이불을 덮고
바람의 노래로
잠이 든다
그대만 곁에 있으면
좋은 밤이련만
< 사진기 없는 사진관 - 전길중 >
보정 하지 않은 사진을 들춥니다
평생 소몰이에 그을린 모습으로
상급학교 아들 입시에
당신이 수험생인 듯 초조해하셨고
도시와 쌀값 차이만큼 이문이라시며
농사지은 쌀 직접 우마차에 싣고
오 십리 길 멀다 않으셨지요
병원에 가두고 집 팔아먹으려 한다는
비틀린 말씀에 웃음이 나네요
코로나 끝나면 갈 수 있다고 다독이지만
어디로 갈 건지, 참 그러네요
훗날 아들이 찍은 내 사진도
지금과 별로 다를 게 없을 테니
퇴색하는 건 사진뿐 아니죠
< 내가 여행하는 이유 - 박노해 >
여행을 떠나지 않은 이에게
세상은 한쪽만 읽은 책과 같아
탐험을 나서지 않은 이에게
인생은 반쪽만 펼친 날개와 같아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자기 밖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나 자신마저 문득 낯설고
아득해지는 저 먼 곳으로
하지만 낯선 땅이란 없다
단지 여행자만이 낯설 뿐
가자 생의 순례자여
먼 곳으로 더 먼 곳으로
더 높고 깊은 곳으로
미지의 어둠 속에서 밝아오는
그 빛이 내 가슴을 관통하여
편견과 확신이 사라진 자리에
진실의 광채가 감돌게 하라
내가 여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나에게 가장 낯선 자인
나 자신을 탐험하고 마주하는 것
그 하나를 찾아 살지 못하면
내 생의 모든 수고와 발걸음들은
다 덧없이 허무한 길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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