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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121) 둘러싸이라 / 걸레의 지문 / 젊음은 좋은 것이다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6. 4. 23. 05:44
< 둘러싸이라 - 박노해 >
건강함을 기원하라
그리고 그 생기에 둘러싸이라
아름다움을 추구하라
그리고 그 빛에 둘러싸이라
고귀함을 갈망하라
그리고 그 인연에 둘러싸이라
사랑, 사랑에 투신하라
그리고 그 신비에 둘러싸이라
속셈 없이 구하여라
그리고 그 응답에 둘러싸이라
간절하게 구하여라
그리고 그 하나에 응답하여라
< 걸레의 지문 - 전길중 >
함부로 몸 놀리는 사람을 말하지만
제 몸 빨아 더러움 닦아내는데
쉽게 정의할 수 있나 ?
자식들의 허물 블랙홀처럼 빨아드려
거듭나기를 기다리는 어머니
모두 당신 탓이라며
무릎 끓고 뽀득뽀득 미래를 꿈꾸었지
빨고 헹구어 닦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무릎
내려놓고 싶어도 차마 놓지 못하고
구석구석 땟자국 지울 때마다
칠 남매 낳은 뱃살 트임 출렁거린다
힘든 과거를 벗어낸 경이로움 모두 잊고
요양병원 가기 바빠
바닥에 그대로 놓고 간 걸레의 지문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 젊음은 좋은 것이다 - 박노해 >
세상은 젊음의 무대
젊음은 좋은 것이다
새롭고 좋은 것들은 다
젊음의 것이다
젊음이 없는 나라는
아무리 부귀해도 앞날은 내리막이고
젊음이 없는 성소는
아무리 거룩해도 비탄의 성가가 흐르고
젊음이 없는 도서관은
아무리 높아도 소멸의 기운이 감돌고
젊음이 없는 조직은
아무리 잘해도 석양의 종소리가 울리니
젊음은 언제나
그 자체로 승리자인 것
젊음으로 너는 잠깐
세상을 다 가졌다
아 그러나 젊은이는 정작
젊음의 얼마나 귀한 줄 모른다
자신의 밭에 보물이 묻힌 줄도 모르고
헐값에 팔아 넘기려는 자처럼
젊은 날의 고결한 이상과
젊은 날의 탐험의 열정과
젊은 날의 투쟁과 상처가
얼마나 위대한 걸 심어가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오늘의 젊음은
젊은 육체에서 추방당해
밤이 오면 그의 꿈길을 헤매며
그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으니
남김없이 사르지 않은 젊음은
늙고 병든 육신에 지고 가야 할
집착과 회한의 무거움이니
젊음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생애 내내 젊음을 갈망하느니
그러니 젊음이여,
짧아서 찬란한 그대의 날들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라
웅크린 어깨를 펴고 곧게 걸어라
무기력 하기보다 무모해져라
불평만 하기보다 불온해져라
비틀거리며 넘어져도 다시
젖은 눈으로 달려가라
힘은 네게 있고
빛은 네게 있고
너는 지금 젊음 그 자체로
이미 승리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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