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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46) 나는 슬픔의 강을 건널 수 있어요 / 사랑 / 시인의 죽음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4. 17. 03:00
< 나는 슬픔의 강을 건널 수 있어요 - 디킨슨 >
나는 슬픔의 강은 건널 수 있어요
가슴까지 차올라도
익숙하거든요
하지만 기쁨이 살짝만 날 건드리면
발이 휘청거려 그만
넘어집니다. 취해서
조약돌도 웃겠지만
맛 본 적 없는 게 새 술이니까요
그래서 그런 것뿐입니다
힘이란 오히려 아픔
닻을 매달기까지
훈련 속에 좌초되는 것
거인에게 향유를 주어보세요
인간처럼 연약해질 테니
히말라야 산을 주어보세요
그 산을 번쩍 안고 갈 것입니다
< 사랑 -헤르만 헤세 >
키스로 나를 축복해 주는 너의 입술을
즐거운 나의 입이 다시 만나고 싶어 한다
고운 너의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나의 손가락에 깍지 끼고 싶다
내 눈이 목마름을 네 눈에 적시고
내 머리를 깊숙이 네 머리에 묻고
언제나 눈떠 있는 젊은 육체로
네 몸의 움직임에 충실히 따라
늘 새로운 사랑의 불꽃으로 천 번이나
너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하고 싶다
우리의 마음이 온전히 가라앉고 감사하게
모든 괴로움을 이기고 복되게 살 때까지
낮과 밤에 오늘과 내일에 담담히
다정한 누이로서 인사할 때까지
모든 행위를 넘어서서 빛에 싸인 사람으로
조용히 평화 속을 거닐 때까지
< 시인의 죽음 - 장 콕토 >
나는 죽소, 프랑스여
내가 말할 수 있게 가까이 와요
난 그대 때문에 죽는다오. 그대는 날 욕했고
우스쾅스럽게 만들었고 속였고 망하게 했지
이젠 상관없는 일이오. 프랑스여
나 이제 그대에게 입 맞추어야겠소
마지막 이별의 입맞춤을. 외설스런 세느강에
보기 싫은 포도밭에. 너그러운 섬들에
부패한 파리에 마지막 입맞춤을 보내야겠소
좀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나 좀 보게 해주오
아, 이젠 나 그댈 붙잡았소
소리 질러도 소용없지
죽는 자의 손가락을 펼 수는 없는 것
황홀히 나 그대 목을 조르오
이제 난 외롭게 죽지 않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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