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시-11) 그대가 늙거든 / 물망초 / 고양이와 새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4. 7. 11. 03:26
<그대가 늙거든 -에이츠>
그대 늙어서 머리 희어지고
잠이 많아져 난로 옆에서 졸게 되거든
이 책을 꺼내서 천천히 읽으라
그리고 한때 그대의 눈이 지녔던
부드러운 눈매와 깊은 그늘을 꿈꾸라
그대의 기쁨에 찬 우아한 순간들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릇된 혹은 참된 사람으로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는지를
그러나 어떤 이는 그대의 떠도는 방랑벽을 사랑했고
그대 변한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음을
그리고 난롯가의 붉게 타는 방책 옆에
몸을 굽히고 조금은 슬프게 중얼거려라
남몰래 높은 산 걷기를 얼마나 좋아하고
그의 얼굴을 별무리 속에 감췄다라고
< 물망초 - 알렌트>
맑은 물 흐르는 시냇가에
하늘색 물망초가 홀로 피었다
물결은 밀려와 입맞춤하지만
다시금 사라져 잊어버린다
<고양이와 새 - 자크 프레베르>
온 마을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상처 입은 새의 노래를 듣네
마을에 한 마리뿐인 고양이
고양이가 새를 반이나 먹어 치워 버렸다네
새는 노래를 그치고
고양이는 가르랑거리지도
콧등을 핥지도 않는다네
마을 사람들은 새에게
훌륭한 장례식을 치러 주고
고양이도 초대받아
지푸라기 작은 관 뒤를 따라가네
죽은 새가 누워있는 관을 멘
작은 소녀는 눈물을 그칠 줄 모르네
고양이가 소녀에게 말했네
이런 일로 네가 그토록 가슴 아플 줄 알았다면 새를 통째로 다 먹어 치워 버릴 걸
그런 다음 얘기해 줄 걸
새가 훨훨 날아가는 걸 봤다고
세상 끝까지 훨훨 날아가더라고
너무도 먼 그곳으로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러면 네 슬픔도 덜어 줄 수 있었을 걸
그저 섭섭하고 아쉽기만 했을 걸
'아들을 위한 인문학 > 세계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시-12) 생의 계단 / 사랑하는 사람 가까이 (2) 2024.07.25 (명시-10) 불사르자 / 자화상 / 빛 (0) 2024.07.18 (명시-9) 머들령 / 소라 / 승무 (0) 2024.07.04 (명시-8) 태만의 죄 / 사랑을 물으신다면 (0) 2024.06.27 (명시-7) 기다림 / 말세의 희탄 / 양지 (0)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