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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9) 머들령 / 소라 / 승무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4. 7. 4. 03:24
< 머들령 - 정 훈>
요강원을 지나
머들령
옛날 이 길로 원님이 나리고....
등짐장사가 쉬어 넘고
도둑이 목 축이던 곳
분홍 두루막에
남빛 돌띠 두르고
할아버지와 이 재를 넘었다
뻐꾸기 자꾸 우는 날
감장 개명화에 발이 부르트고
파랑 갑사댕기
손에 감고 울었더니
흘러간 서른 헨데
우월 하늘에 슬픔이 어린다
< 소라 - 조병화 >
바다엔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
소라는 슬며시 물 속을 그린답니다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도 굳어간답니다
큰 바다 기슭엔
온종일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 승무 - 조지훈 >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을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버섯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랴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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