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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10) 불사르자 / 자화상 / 빛
    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4. 7. 18. 03:22

    < 불사르자 - 노자영>

    아, 빨간 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피, 나의 뼈, 나의 살 !

    자아를 모두 태워 버리자 !

     

    아, 강한 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몸에 붙어 있는 모든 애착, 모든 인습

    그리고 모든 설움 모든 아픔을 

    자아를 모두 태워 버리자

     

    아, 햇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몸에 숨겨 있는 모든 거짓, 모든 가면을

    오 그러면 나는 불이 되리라

    타오르는 불꽃이 되리라

    그리하여 불로 만든 새로운 자아에 살아보리라

     

    불 타는 불, 나는 영원히 불나라에 살겠다

    모든 것을 사루고, 모든 것을 녹이는 불나라에 살겠다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하늘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빛- 이광수>

    만물은 빛으로 이어서 하나

    중생은 마음으로 불어서 하나

    마음 없는 중생 있던가 ?

    빛 없는 만물 있던가 ?

    흙에서도 물에서도 빛이 난다

    만물에 탈 때는 온 몸이 모두 빛

    해와 나

    모든 별과 나

    빛으로 얽히어 한 몸이 아니냐 ?

    소와 나, 개와 나

    마음으로 붙어서 한 몸이로구나

    마음이 엉키어서 몸, 몸이 타며는 마음의 빛

     

    항성들의 빛도 걸리는 데가 있고

    적외선 엑스선도 막히는 데가 있건마는

    원 없는 마음의 빛은 시방을 두루 비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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