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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7) 기다림 / 말세의 희탄 / 양지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4. 6. 20. 03:35
< 기다림 - 모윤숙 >
천 년을 한줄 구슬에 꿰어
오시는 길을 한 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천 년에 닿도록
길고 긴 사무침에 목이 메오면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 지지 않으오리다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지지 않으오리
먼 먼 나라의 사람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방언을 왜 그리 몰라 들으십니까 ?
우러러 그리움이 꽃 피듯 피오면
그대는 저 오월강 위로 노를 저어 오시렵니다
감추인 사랑이 석류알처럼 터지면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나이까 ?
내 곁에 계신 당신은 온데
어이 이리 멀고 먼 생각의 가지에서만
사랑은 방황하다 돌아서 버립니까 ?
< 말세의 희탄 - 이상화 >
저녁의 피묻은 동굴 속으로
아, 밑 없는 그 동굴 속으로
끝도 모르고
끝도 모르고
나는 거꾸러지련다
나는 파묻히련다
가을의 병든 미풍의 품에다
아, 꿈꾸는 미풍의 품에다
낮도 모르고
밤도 모르고
나는 술 취한 몸을 세우련다
나는 속 아픈 웃음을 빚으련다
< 양지 - 최재형 >
양지쪽에 앉으면
인생의 행결 따듯해 온다
어렸을 땐 헐벗고 배고파도
항상 즐겁던 양지
나는 혼자
오랫동안
그늘로 쫓기어 왔다
여수는 절로
녹아내리고
차라리
울 수도 없는
이 막다른 골목에서
눈부신 햇살만이
옛날의 인정이었다
외로운 이여 오라
.....
와서 잠깐
해바라기 하며
쉬어서 가라
이렇게
양지쪽에 앉으면
세상이 행결 정다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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