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이름으로 비즈니스를 하다

 

기독교는 고대 로마 제국 시대(1세기 전후) 이스라엘에서 생겨난 종교다. 당시 이스라엘 지방에는 유대교를 믿는 유대 민족이 살았다. 유대교는 4천년 역사가 있으며 사람들은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상부상조를 가르치는 종교였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시대에는 그러한 가르침이 이미 빈껍데기만 남게 되었다. 여러 규칙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규칙을 지키기는 하지만 유대교의 본질인 서로 도우려는 정신은 희박했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서로 사랑할 것을 설파한 사람이 예수다. 당시 유대민족은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 지냈다. 유대인들에게는 로마 제국에 내는 십입조와 신전의 건축과 보수를 위한 신전세가 따로 부과되었다. 그 밖에 유대교회에 내는 기부금도 있었다. 로마제국은 식민지가 워낙 방대했기에 직접 세금을 걷지 않고 징세 청부인을 내세웠다. 유대인이 징세 청부인이 되거나 그 업무에 가담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예수는 징세 청부인에게 정해진 이상의 세금을 걷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 유대교회 성직자들에게는 교회를 이용해 폭리를 취한다며 강하게 꾸짖기도 했다. 교회 안에서 환전상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유대교에서는 이자를 받고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이 금지되었으나 환전상을 가장해 사실상 대부업을 하는 경우도 흔했다. 이는 교회 관계자와 뒷거래가 있거나 최소한 그들의 묵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태복음에는 성전 뜰에서 돈을 바꾸는 환전상을 발견한 예수가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예수의 가르침에 공감하고 따르는 사람도 많았지만 당시 유대인 사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예수는 재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당하고 만다. 이 재판은 로마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유대인 군중에게 묻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유대인 사회가 예수를 처형한 셈이다. 이 일은 훗날 유대인 박해의 빌미가 되었다.

 

처음에 로마 제국은 기독교를 금지했다 그러나 4세기 로마제국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는 기독교의 확산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역으로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313년) 받아들이려고 했다. 당시 기독교는 여러 종파로 나뉘었는데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그중 삼위일체를 주장하는 아타나시우스파라는 종파를 정통종파로 인정하고 그밖의 종파는 이단으로 규정했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회유했던 큰 목적은 징세였다. 당시 로마 제국은 재정이 악화되어 국가 통치마저 위태로운 상태였다. 기독교인으로서는 신앙과 세금이 연결되게 하였다. 한편 예수가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활동했으며 기독교의 발상도 팔레스타인 지방으로 본래 로마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가톨릭의 본거지는 로마가 되었다. 한편 콘스탄티누스는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어들였고 로마시민 중에는 세금을 내지 못해 자신의 아이를 노예로 팔기도 했다. 반면 부유한 귀족이나 대지주는 뇌물을 써서 세금을 면제받거나 조금만 내었다. 귀족과 대지주의 세력이 비대해지면서 콘스탄티누스의 시대로부터 100년 뒤 고대 로마는 동서로 갈라지게 되었다.

 

각종 복음서에는 교회를 불편하게 하는 내용도 많았다. 180년 무렵에는 너무 많은 복음서가 세상에 나돌고 있다는 이유로 주교 는 몇몇 복음서를 정리한 문헌을 만들었다. 그것이 오늘날 신약성경의 기원으로 여겨진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로부터 정통으로 인정받은 아타나시우스는 367년 당시 떠돌던 책자 가운데 27권을 선별해 그의 부활절 편지에 제시했다. 이것이 393년 히포 공의회를 거쳐 397년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신약성경으로 정식 인정받는다. 즉 신약성경은 기독교 종파 중 하나가 만든 문서이다. 신약성경에는 아타나시우스파의 생각이 강하게 반영되었다. 한편 신약성경은 편찬될 당시부터 교회의 의도가 깔려 있었다. 세상에 나도는 숱한 복음서 중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 네 사람이 쓴 것만 정통 복음서로서 신약성경에 실었다. 그밖의 복음서는 모두 배제되었다. 신약성경에는 철저한 편집방침이 있었다. 기독교 교회로서는 가급적 많은 신도를 확보해야 하고 신도들을 교회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래서 신을 매우 무서운 존재로 만들고 교회에 오지 않으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신약성경에는 죄를 지으면 지옥 불에 던져진다는 구절이 거듭 나온다. 그러나 신약성경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복음서로 도마와 유다 복음에는 그런 기술이 별로 없다

 

신약성경은 교회에 유리하게 작용하게끔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편찬의 통일성이 불충분했는지 성경 속에도 모순점이 많다. 가령 마태오복음에서 예수는 고귀한 집안의 출신으로 묘사되었는데, 루카복음에서는 서민 계급이 되고, 마르코 복음에서는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기록되어 있다. 각각의 복음서에서 저자의 의도에 따라 예수의 출신이 서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신약성경에 편찬할 때 확인과 조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실어버린 탓이다. 한편 예수 그리스도는 신과 연결되려면 굳이 교회를 통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는 교회는 신과 연결하는 유일한 창구라는 방침을 취해왔다. 이는 신자수를 늘리고 신자를 교회에 묶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이었을 것이다. 한편 관습처럼 계승된 교회세인 십일조는 구약성경에서 기원했다. 구약성경은 원래 유대교의 경전이지만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경전이기도 하며 세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을 기술한 책이다. 구약성경에는 고대 유대인들이 수확물 1/10을 교회에 헌납했던 사실이 적혀있다. 이것이 유대인에게 의무가 되었고 이것은 기독교에도 계승되었다.

 

제2차 마콘 공의회(십일조 명문화)

교회세는 처음에는 유대교인과 기독교인이 자발적으로 냈다. 하지만 기독교가 유럽 전역에 널리 퍼지면서 교회 조직이 커지자 기독교인의 명확한 의무로 여기게 되었다. 585년에는 프랑크 왕국에서 제 2차 마콘 공의회가 열렸고 이 회의에서 십일조가 기독교인의 의무로 명문화되었다. 십일조를 내지 않는 사람에게는 벌칙도 주어졌다. 벌칙에는 교회 출입 금지, 파문, 심지어 집을 몰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십일조의 사용처는 4등분하여 교회의 운영자금, 건물의 보수비, 가난한 자를 위한 자선 사업비, 그리고 주교에게 보내졌다. 교회세는 점차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세금이 되어 갔다. 현재 서유럽 여러 나라의 기원이 되는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 대제는 779년에 국민은 교회에 십일조를 내야 한다라고 천명했다. 납세 방법도 구체적으로 정해 증인 앞에서 자신의 수확물 1/10을 나누어야 한다고 했다. 즉 자신이 신고가 맞는지 증인 앞에서 증명해야 했던 것이다. 국왕이 천명한 이후 십일조는 완전히 강제적 세금이 되었다. 십일조 때문에 기독교교회는 풍부한 자금을 확보했고 세력 확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교회세를 두고 교회간의 세력 다툼도 생겼다. 교회세가 이권화되었다. 교회가 자기 지역의 십일조를 징수할 권리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교회세는 기독교 보급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유럽의 여러나라가 세계를 침략하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교회를 만들면 지역에서 교회세를 징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교회가 없는 미개척지에 점점 더 많은 교회가 세워졌다. 교회를 세우는 측에서는 이것은 기독교 포교를 위한 것이다라는 대의명분이었다. 기독교인들은 유럽에 만족히지 못하고 전 세계에 교회를 세우기 시작하였다. 대항해시대는 유럽국가들이 아시아 항로를 구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동기였고 또 하나는 기독교 포교였다. 1494년 로마 교황은 아메리카 대륙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두나라가 절반씩 나눠 가지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것이 토르데시야스 조약이다. 이 조약은 서경 46도 36분을 경계로 아메리카 대륙을 스페인과 포르투갈 양국이 나눠 갖는 것이었다. 형식상으로는 아메리카대륙뿐 아니라 전 세계가 둘로 나뉘었다. 경계선을 따라 동으로 포르투갈 서로는 스페인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당시 중국과 한국, 북해도 일부를 제외한 일본도 포르투갈령에 속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기독교 포교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다. 미개한 사람들에게 은혜로운 기독교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라는 오만한 명령이었다. 미개척지에 교회를 세우면 그곳에서 징세권이 발생했다. 로마 가톨릭교회로서는 신자도 늘고 상납금도 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스페인 사람들은 기독교 포교를 방패막이로 약탈과 살육을 일삼았다. 따라서 1492년부터 200년간 아메리카 원주민 90%가 소멸되었다고 한다

 

중세 유럽국가에서는 국가 전체의 왕의 영토가 아니라 교회, 귀족, 제후가 각각 영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세수는 국왕이 직접 통치하는 영토인 직할령에 의존해야 했는데 이 영토는 결코 넓지 않았다. 국왕은 재원이 부족하면 직할령을 팔기도 했다. 따라서 중세 유럽은 국가들의 세금은 주로 관세나 간접세이며 교회의 십일조에 회피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교회세를 둘러싸고 14세기 프랑스에서는 로마 교황을 유폐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로마 교황의 바빌론 유수라고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교회세이다. 14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카페 왕조 필리프 4세가 국가의 통일 체제를 갖추고 왕권을 크게 강화시켰다. 영국과의 전투 등 군비조달을 위해서 프랑스 영토 교회령에 세금을 부과하려고 했다. 그런데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프랑스 교회령에 대한 과세를 인정하지 않았다. 필리프 4세는 프랑스 국민이 로마 교회에 헌납하던 십일조를 정지시켰다. 프랑스 국민도 세금이 부담스러워 국왕을 지지했다. 분개한 교황은 국왕을 파문하고 폐위를 지시했다. 이에 군대를 동원해 로마교황을 굴복시키려고 했고 지병으로 결국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프랑스 출신 클레멘스 5세가 교황이 되자 교황청을 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기게 되었다. 1377년까지 68년간 교황청은 프랑스 아비뇽에 거주했다. 이로 인해 로마파와 프랑스파로 내분이 있었다. 그레고리우스 11세는 중대한 위기라고 느꼈고 프랑스의 반대를 무릅쓰고 로마로 귀환했다. 이로써 가톨릭교회의 교황청은 둘로 40년간 분열되었다. 프랑스에서 교황청의 분열은 결국에는 교회세에 대한 이권다툼이 원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