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전으로 살펴보는 그리스 건축

 

종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의 디자인을 촉발시켰다. 고대 그리스 신전이 그렇다. 석조 기둥들과 화려한 장식들, 시각적으로 엄중하게 다가오는 비례미와 질서의 감각, 경로를 따라 공간이 깊어질수록 변화하는 빛의 강약 등에서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공간을 신성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고대 그리스 건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전은 신이 사는 성소이다. 건축사학자에 의하면 피라미드, 지구라트, 그리스 신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전제하는 건축에는 수직성의 권위가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했다. 수직성의 권위에서 이들 건축물은 공간을 발산하는 볼륨으로 건축적 특징을 지니게 된다. 높이와 규모의 차원이 극대화된 공간을 발산하는 볼륨으로서의 건축이라는 특징은 수메르와 이집트를 거쳐 그리스에서 꽃 피운다. 선사시대에서는 공간 개념은 자유로왔다.

 

그리스 신전은 기본적으로 하이포스파일이다. 기둥으로 지지되는 지붕이 있는 공간을 건축에서 하이포스타일이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 카르낙 신전이 대표적이다. 고대 그리스 신전의 평면을 보면 일반적으로 신전의 중심부에는 신상 안치실이 위치하며 이 안치실과 현관은 두 개의 원기둥과 벽기둥에 의해 분리된다. 이와 같이 넓고 어두운 하이포스타일 홀에 들어서면 마치 우거진 숲에 들어간 느낌을 받는다. 일부 신전에서는 신상 안치실 뒤편에 추가적인 현관이 더해져 깊고 내밀한 공간에 대칭을 가미하여 공간을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규모가 더 큰 신전은 신상 안치실을 열주로 둘러싸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를 페립테로스라고 부른다. 이러한 구조는 신전의 외부를 더욱 화려하고 장식적으로 만들어주며 신성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평면 구성은 기원전 7세기에서 기원전 6세기 무렵에 그리스에서 발달한 건축 양식으로 도릭, 이오닉, 코린트 양식으로 분화한다. 각각의 양식은 처음에는 목조로 이루어졌지만 기원전 7세기경부터 석조 신전이 세워지기 시작하여 그후 서양 건축의 규범이 되는 형식미를 완성시켰다. 각 양식은 서로 다른 기둥 형태와 장식 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며 신전의 형태와 디자인에 있어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링컨 기념관(도릭양식)

도릭 양식은 단순하고 강한 느낌을 풍긴다. 도리아인들이 추구했던 예술기풍에 비해 이오니아인들이 추구했던 예술기풍인 이오닉 양식은 상대적으로 세련되고 가늘고 우아한 느낌이 강하다. 코린트 양식은 도릭 양식이나 이오닉 양식과는 다른 새로운 예술기풍을 시도하면서 발전했는데 아칸서스 잎이 펼쳐진 기둥으로 장식이 화려한 모습이다. 이런 예술풍조에서도 변하지 않는 구조와 원리들이 있다. 바로 기둥 두 개와 그 위를 가로지르는 보가 만드는 구조이다. 그리스 신전 건축도 구조의 기본단위는 영국 잉글랜드의 스톤헨지와 같은 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구조 고인돌 구조라 말할 수 있다. 이 단위 구조가 여러 번 반복되고 발전하면서 신전 건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도릭 양식은 기단에 주초를 두지 않았다. 기단에서 바로 기둥을 쌓고 장식 없는 납작한 직육면체의 주두를 올린다. 도릭 양식은 직선이기에 간결하고 힘차다.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1922년 건립된 미국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을 들 수 있다

 

니케 신전(이오닉 양식)

대영박물관(이오닉양식)

기원전 7세기 초부터 소아시아 에게 해 연안에 거주하던 이오니아인 사이에서 발달한 이오닉 양식은 기원전 6세기 이후 아테네를 비롯하여 그리스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이오닉 양식은 여성적인 경쾌함과 우아함이 특징이다. 오리엔트 세계의 영향을 받아 더욱 섬세하고 아름답다. 건축에서는 대접 받침 장식에 전아한 소용돌이 모양을 채택하여 날씬한 기둥에 주춧돌을 앉히고 대들보를 부조로 장식하는 등 도릭 양식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그리스 미술에서 우아함과 격조를 더욱 강조하는데 사용되었다 대표 건축물로는 그리스 아테네의 니케 신전이 있으며 17세기 몬테규 저택을 개조한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도 이오닉 양식의 예이다

 

제우스 신전(코린트 양식)

알렉산더 대왕이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면서 그리스 미술은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작은 도시국가의 한계를 넘어서서 아시아까지 확장하면서 그리스 미술은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되었으며 그리스 미술과 구분되어 헬레니즘 미술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헬레니즘 미술은 동방에 건설된 제국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화려한 장식적 특징을 갖추고 있다. 코린트 양식은 헬레니즘 미술에서 나타난 양식 중 하나로 아칸서스 잎을 묶은 듯한 주두 형태가 특징이며 건축물 전반에 화려한 장식이 많이 가미되었다. 특히 아프리카 북부의 하토르 신전 유적지에서 볼 수 있듯 아프리카 대륙 혹은 동방에서 새롭게 건설된 로마의 식민도시에서 많이 사용되었으며 호화롭게 장식된 건물의 기둥 양식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예는 그리스 아테네의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이 있다. 그리스 건축 양식은 신전 중심으로 시작되었지만 이후에는 근대 건축과도 유사한 원리와 원칙을 가진 전통적인 양식으로 계승되었다. 그리스의 민주주의와 문화적인 특성은 건축에서도 나타난다. 그리스의 건축은 이집트의 건축과 비교했을 때 인간적인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집트 건축은 종종 거대하고 신격화된 지배자들의 힘과 권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형태였으나 그리스 건축은 보다 개인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로마 제국의 건축에 계승하여 독창적인 건축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