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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의 기원, 발효주와 증류주는 도수를 기준으로 나눈다고 하는데
    아들을 위한 인문학/술의 세계 2024. 3. 28. 03:33

    인간이 술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에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이 있다. 수백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이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할 때 발효되어 알코올 성분이 있는 과일들을 우선 골라 먹었기 때문에 현생 인류가 술을 즐기게 되었다는 설이다. 미 대학 연구팀이 파나마제도에 살고 있는 검은손 거미원숭이가 먹고 버린 과일의 잔여물을 수거해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과일 대부분이 1-2%정도의 알코올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알코올 소비 습관이 술 취한 원숭이 가설에 상당한 근거를 두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최초의 술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었다 인간은 단지 발견한 것뿐이다. 한편 술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재료는 당분과 당분을 알코올로 만들어주는 효모만 있으면 된다. 자연에서 당분을 많이 품고 있는 것은 꿀과 과일이다. 공기 중을 떠다니던 효모가 잘 익은 과일을 만나면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과일을 즐겨 먹던 고대 인류의 조상들은 우연한 기회에 이 과일을 먹게 되었고 몽롱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당분을 이용해 알코올을 만드는 발효 과정은 효모라는 미생물에 의해 일어난다. 효모는 당분을 섭취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효모가 당분을 섭취하고 알코올을 만드는 이유는 당분을 두고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미생물을 죽이기 위한 필살기라고 볼 수 있다. 효모가 당분을 이용해 알코올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기가 통하지 않아야 한다.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는 통성 혐기성 세균이다. 혐기성은 공기를 싫어한다는 의미로 반대는 호기성이다. 그런데 효모는 혐기성 앞에 통성이 붙어서 호기성의 성격도 갖는다는 의미가 된다. 효모는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도 잘 자라지만 이 조건에서는 당분을 분해해 알코올을 만드는 대신 물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우리가 원하는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가 일어나는 술 단지에 공기가 통하지 않아야 한다. 효모가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한 공격수단으로 만들어낸 알코올이지만 알코올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효모 자신도 버텨내지 못한다. 대부분의 발효주가 15%내외의 알코올 농도를 갖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와인과 청주와 같은 발효주는 대부분 13-16%정도의 알코올 농도를 나타낸다. 20%이상의 도수가 높은 술은 알코올은 발효를 통해서는 만들 수 없다. 알코올 농도를 높이는 과정이 하나 추가되어야 한다. 바로 증류이다. 우리나라의 안동소주, 중국의 고량주, 영국의 위스키,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의 데킬라 등과 같이 40%이상의 독주는 모두 발효주를 증류한 술이다. 세상에 술은 발효주와 증류주로 나뉘는데 발효주는 다양한 재료를 발효시켜 만든 술이고 증류주는 발효주를 증류시켜 알코올 도수를 높인 술이다. 발효주는 발효시키는 재료에 따라 다시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과일의 과당을 이용해 만든 술과 곡류나 작물의 전분을 이용해 만든 술이다. 과당을 이용한 술은 와인이 대표적인데 술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다. 잘익은 과일이 공기중에 있는 효모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술이 만들어진다.

     

    이에 비해 전분을 이용해 알코올을 만드는 과정은 좀 복잡하다. 효모가 전분을 이용해 직접 알코올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전분을 당분으로 바꿔주는 당화(효소 또는 산의 작용으로 녹말처럼 무미한 다당류를 가수분해해 감미가 있는 당으로 바꾸는 반응 및 조작)과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전분을 당분으로 바꿔주는 효소가 우리에게 익숙한 아밀레이스이다. 아밀라아제라고도 불리는 아밀레이스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입안의 침샘에서 분비되는 탄수화물 소화효소다. 이를 이용해 술을 만든 기록은 동서양에 다수 전해진다. 곡류를 담은 항아리에 침을 뱉어 술을 만들기도 하고 쌀을 씹어 뱉어낸 것을 모아 술을 만들기도 했다. 한편 조선시대에 쌀을 씹어 뱉는 사람은 주로 젊은 여성이었기 때문에 미인주라고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침을 이용하는 대신 아밀레이스 성분을 가진 누룩이나 엿기름을 이용해 막걸리를 만든다 전분을 이용해 술을 만들 때는 술의 알코올 농도가 15%내외가 되도록 물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이 너무 적어 알코올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효모가 사멸하기 때문에 발효가 진행되지 못한다 반대로 물이 너무 많으면 알코올 농도가 낮아져 술이 부패하거나 쉬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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