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맥주에 대해서 알아보면
    아들을 위한 인문학/술의 세계 2023. 8. 31. 03:40

    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양조주로 연간 생산량이 1KL를 넘는다. 세계 인구를 60억명이라고 할 때 전 세계 사람이 연간 17L이상의 맥주를 마신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요 맥주 생산국은 미국, 독일, 영국, 벨기에 등이다. 맥주는 영어단어 비어는 음료를 뜻하는 라틴어 비베레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곡물을 발효한 음료란 뜻의 게르만어 베오레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맥주는 문명이 탄생한 5천년 전에 이미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소비되고 있었다. 당시의 맥주는 상당히 걸쭉해서 마시는 빵 액체 빵으로 불리며 대중적으로 흔하게 접할 수 있었는데 원료인 보리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의 맥주는 특유의 쓴맛이 나지 않고 알코올 농도도 낮았기 때문에 술이라고 부르기에는 싱거운 음료였다. 그래도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킨 수메르인은 술을 좋아하는 민족이어서 수확한 보리의 40%를 맥주 양조에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초기의 맥주는 빵을 사람이 직접 입으로 씹어서 만들었다. 인간의 타액이 발효를 촉진시켰다. 파리 루브르 미술관은 보리 탈곡과 맥주 제조 모습이 새겨진 유명한 조각품 모뉴먼트 블루를 소장하고 있다. 수메르인들은 여덟 종류의 보리와 여덟 종류의 밀을 혼합한 곡물로 세 종류의 맥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신전 건조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하루 1L 고위 신관에게는 그 다섯 배에 달하는 양의 맥주를 보수로 지급하였다고 한다. 귀족 등의 권력자들은 신전에 맥주를 대량으로 봉헌하곤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5천년 전부터 헥토라는 맥주를 만들었다. 맥아를 구운 빵을 짓이겨 물에 녹인 후 길고 가느다란 항아리에 넣어 발효시켰다. 항아리 입구는 탄소가스가 새지 않도록 마개로 단단히 막아 깊은 맛이 나도록 했다. 맥주에 점토를 넣어 투명도를 높이는 기술이 개발되었으며 대추야자 등의 재료를 추가해 알코올 농도를 높이는 연구도 이루어졌다. 허브로 풍미를 더한 다양한 맥주도 만들어 천국과 같은 음료 같은 멋진 이름도 붙였다. 또한 현물경제가 지배하던 이집트는 신관이나 관사의 봉급 중 일부를 맥주로 지급하였다. 이에 음주 습관이 지배층 사이에 퍼져 풍기문란도 만연했다고 한다

     

    함무라비 법전
    맥주폭포

    기원전 17세기 번성했던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시대에 맥주 양조는 오로지 여성이 담당했던 임무였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맥주는 원료인 곡물로 대금을 받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은으로 대가를 요구하거나 곡물의 분량보다 적은 양의 맥주를 판매한 여성은 벌로 물속에 던져졌다고 한다. 술집 여주인이 범죄자를 숨겨주는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술집에서는 고객이 외상으로 맥주를 마시는 일도 많았던 듯한데 이 경우에 과도하게 외상값을 받지 않도록 맥주 대금으로 지급할 곡물의 양도 규정해 놓았다 기원전 600년경 신바빌로니아 왕국에서는 남성이 맥주 양조를 담당하였는데 맥주 양조업자 조합을 구성하여 조합에 큰 영예를 주었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네부카드네자르 2세는 유다왕국을 멸망시키고 유대인을 수도 바빌론으로 강제 연행하여 바벨탑 등 웅장한 건조물을 건설하도록 한 것으로 유명한데 맥주를 매우 좋아하여 바빌론의 수호신 마르두크의 거대한 제단에 맥주 폭포를 흐르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로마인은 와인 - 게르만족은 맥주

    맥주는 이집트에서 그리스로 전해졌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384-322)는 와인을 먹고 취한 사람은 앞으로 넘어지고 맥주를 먹고 취한 사람은 뒤로 넘어진다고 기록했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곡물이 부족해서 마음 놓고 맥주를 마시지는 않았다. 헬레니즘 시대에는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맥주를 돌려 마시며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차례대로 정복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로마제국에서는 대지의 여신 케레스를 숭배하는 제전에서 보리로 만든 케르위시아라는 맥주를 많이 마셨다는데 사실 미식가인 로마인은 맥주보다 와인을 선호했다. 게르만인이 좋아하던 맥주는 야만인이 마시는 술이라며 천시를 받았던 것 같다 한편 게르만 사회를 통일한 카롤로스 대제가 유능한 맥주 장인들을 궁정으로 끌어모았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한편 중세 유럽에서 맥주 제조가 발전한 이유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수도원 때문이다 뛰어난 맥주를 생산하기로 유명한 벨기에에서는 현재도 수도원에서 양조되는 맥주나 수도원의 제조법을 계승한 진한 맥주를 선호한다

     

    맥주에 없어서는 안 될 쓴맛을 첨가하는데 사용한 재료는 처음에 버드나무 잎이었다. 이후 맥주에 향을 더하기 위해서 허브를 중심으로 정향나무나 육계 등의 향료와 약초를 혼합한 그루트를 사용하였다. 그루트는 맥주의 개성을 결정짓는 비장의 무기였다. 7-8세기가 되자 독일에서 그루트 대신 홉이 등장했다. 홉 암꽃의 밑동에서 노란색 분말을 채취해 이를 맥주에 첨가하여 쓴맛을 내고 가스가 빠져 나오지 않도록 연구하여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홉은 바벨탑이 세워지던 시절 이미 바빌론의 공중 정원에서 재배되고 있었다는 설도 있다 홉은 포도와 마찬가지로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캅카스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뽕나무과 만초인데 7세기에 독일로 전해졌다. 736년에는 뮌헨 근교에서 본격적으로 홉을 재배했다고 기록이 있다. 맥주의 독특한 향미를 더하고 거품을 잘 일어나게 하는 홉은 맥주의 영혼, 녹색의 황금이라고 일컬어진다.

     

    오늘날 맥주의 원형은 1516년 남독일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가 제정한 맥주순수령에서 찾을 수 있는데 맥주는 보리와 홉 물로만 제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착색하는데 숯을 사용하거나 맥아의 사용비율이 낮아 품질이 조악한 맥주가 많았는데 맥주순수령으로 균질화되었다 이에 따라 맥주 양조에서 식용 밀의 사용을 배제하여 식량난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이 법령은 맥주 제조에서 그루트 사용하지 않게 된 결정타가 되었다 홉은 목 넘김을 상쾌하게 하고 깊은 맛을 낼 뿐 아니라 잡균의 번식을 막는 힘도 가지고 있다. 살균 및 항균작용이 있는 것이다. 또한 홉에 함유된 떫은 맛을 내는 타닌 성분은 맥주의 과잉 단백질을 제거할 뿐 아니라 맛을 깔끔하게 하고 투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보통 맥주에는 1kL1.6kg정도의 홉이 사용된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