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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볏, 밀, 옥수수의 곡물이 가져다준 안정에 대해서
    아들을 위한 인문학/음식 2024. 2. 6. 03:45

     

    식탁의 주인공은 약 20-50도의 중위도 지방에 닥친 혹독한 건조화와의 싸움 속에서 승리한 딱딱한 볏과 식물의 종자로 결정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고 마침 기후 변화에 고전하고 있던 인간 사회의 주변에 있었던 것이 볏과 식물이었을 뿐이다. 생산성이 높은 볏과 식물은 식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딱딱한 곡물 씨앗에게는 열을 가해 부드럽게 바뀌야만 하는 시련이 필요했다. 곡물의 변신은 불이었다. 불은 세계 각지의 신화와 전승에 반드시 등장한다. 인도와 페르시아 신화에서 불의 신이 나오고 특히 그리스 신화에서는 본래 올림포스 신들의 소유였던 천상에 있는 태양 불을 회향 줄기 안에 숨겨서 훔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신과 비슷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는 이유로 제우스의 화를 사서 코카서스 산기슭의 바위에 쇠사슬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중벌을 받는다.

     

    요리는 날것, 가열한 것, 발효한 것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중에서 종류가 가장 다양한 것은 가열한 요리이다. 인간의 식문화를 크게 바꾼 혁신적인 방법으로 인간이 질그릇을 만들어 요리하게 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세라믹 혁명이라고까지 청했다. 음식을 익혀 먹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류는 식자재를 덩어리 상태로 조리하거나 액체 상태의 수프로 만들어 먹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게 되었다. 불은 문명 발달의 핵심이고 최초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건설한 수메르인은 불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그들이 남긴 3800년 전의 도시 유적 우르에는 햇볕에 말린 벽돌로 만든 화덕이나 오븐이 다수 발굴되었다

     

    지금으로부터 만년 전에 시작된 농경과 목축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숲과 초원을 태워 숱한 동식물을 멸종시켰고 빈 땅에는 밭을 갈아 특정 작물만을 재배했다. 이른바 농업의 탄생이다. 밭에 들어온 동식물은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어 제거되었다. 밭을 넓히면서 인류의 생활 터전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에서 관리된 자연으로 바뀌었고, 재배와 사육을 통해 얻은 식자재로 만든 요리가 식탁을 채웠. 요리의 안정화와 정형화이다 한편 오늘날 인간 사회는 기본적으로 쌀, , 옥수수, 조와 수수, 보리, 호밀 등 여섯 종류의 볏과 식물에 의존하고 있다. 볏과 식물은 약 9500종에 달하며 식물계에서 네 번째로 큰 식물군을 이룬다. 곡물의 연간 생산량은 옥수수가 6억톤, 쌀이 5.76억톤, 5.72억톤, 보리 1.3억톤의 순서이고 쌀과 빵 등의 주식과 맥주 등의 원료 가축의 사료에 이르기까지 곡물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도 세계 노동인구의 절반가량이 곡물 재배를 중심으로 하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벼는 같은 작물을 연이어 같은 땅에 재배하여 땅을 못 쓰게 만드는 연작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고 생산량이 많아 인구 부양력이 높은 작물이다. 중국과 인도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는 모두 쌀에 의존해 유지된다. 세계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0억명 이상의 사람들의 주식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쌀을 다산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을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과 신부에게 쌀을 던지며 자식을 기원하는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벼는 윈난과 아삼의 산악지방을 기원으로 하는데 동아시아의 양쯔강, 동남아시아의 메콩강 그리고 인도의 갠지스강을 따라서 전파되었다. 특히 메콩강 유역은 자포니카종과 인디카종이라는 두 종의 벼가 모두 발견되어 쌀의 원형지로 보고 있다. 그곳을 기준으로 동쪽의 중국, 한국, 일본으로 자포니카종이 그리고 서쪽의 인도로 인디카종이 퍼졌다. 자포니카종은 부드러우면서 점성과 탄력이 있으며 은은한 향과 맛이 있다.

     

    밀은 껍질이 딱딱하기 때문에 가루로 만들어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밀은 가루로 만들자 발효가 쉬워진 것이다. 밀은 효모균이 방출한 가스를 반죽에 담아주는 역할을 하는 글루텐의 함유량이 다른 곡물보다 월등히 높다. 인도, 파키스탄, 이란의 난, 이라크, 시리아 이집트의 탄나와, 서양의 빵 등은 모두 밀반죽을 발효해 만든 것이다. 일찍이 고대 이집트에서도 밀을 발효시켜 부풀린 빵을 먹었다. 이집트는 나일강에서 밀을 경작하고 밀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풍작의 여신 이시스가 머리에 밀을 이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한편 공장은 밀이라고 하는데 이는 본래 맷돌이며 제분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작업이다. 맷돌 제분법은 로마제국시대부터였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전한 시대에 중국으로 전해진 뒤 동아시아로 알려졌다. 기원전 2천년경에 빵을 굽는 가마가 등장했고 고온의 가마 내 벽에 반죽을 붙여서 빵을 굽게 되었다. 피라미드 노동자에게 빵과 맥주를 제공하였다고 하고 고대 이집트의 관리에게 연간 급료로 하얀 빵 900개와 3.6만개의 일반 빵이 현물지급한 사례가 있다

     

    콜롬버스가 1492년에 신대륙에서 스페인으로 가져온 또 다른 볏과의 곡물 옥수수는 안데스 산악지대가 원산지이다. 멕시코의 테와칸 골짜기에서 발견된 7천년 전의 유적에서 가장 오래된 옥수수 알갱이가 발견된 것을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이 일대에서 옥수수를 재배해 온 것이다. 마야문명부터 아즈텍 제국, 잉카제국에 이르는 신대륙의 문명은 옥수수에 의해 유지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옥수수는 낟알 1개로 800배에 달하는 수확이 가능한 생산량을 자랑하는데 약 100배 정도 수확할 수 있는 쌀보다 월등한 수치이다. 현재 옥수수는 식량과 가축 사료 용도로 세계적으로 수천 품목이 재배되고 있으며 곡물의 왕으로 꼽히고 있다. 멕시코의 토르티야는 옥수수 가루를 개어서 만든 반죽을 원형으로 얇게 늘린 뒤 도자기로 된 판 위에서 평평하게 구운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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