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부패는 요리의 어머니로 썩어가는 식자재와 싸움
    아들을 위한 인문학/음식 2023. 11. 9. 04:01

    수렵 채집 시대에는 순환을 반복하는 자연이 선사해 주는 식자재가 식문화 그 자체였다. 일본의 아이누족은 사냥을 신이 동물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나타나 인간에게 고기를 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에게 수렵의 명수는 솜씨 좋은 이가 아니고 신앙심이 두터운 이였다. 신앙심이 두터운 사냥꾼의 화살에 신이 자진해서 잡힌다는 것이다. 능력이 있는 인간이 식량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에게 식량을 준다는 발상이다. 그리고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의 경이로운 대상이 아니라 개발과 파괴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과학이 만능이 된 19세기 이후의 일이다. 그렇게 지난 100년간 식량의 생산과 분배만을 추구해 오다가 순환경제의 가치가 재확인되기 시작했다. 식량의 소비 양식인 요리와 더불어 배설 양식인 폐기물 처리법이 다시 눈에 들어온 것이다. 요리는 식량의 소비 양식을 넘어서 문화의 토대가 되었다. 식자재의 획득이 계절적으로 한정된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식자재의 부패를 막고 시간이 흐르면 나빠지는 식자재의 맛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큰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요리법이 탄생했다. 그래서 부패는 요리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식문화의 기초는 자연이라는 식량 창고에서 획득한 제철 식자재를 있는 그대로 먹는 생식이다. 긴 시간 이어진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생식의 원형을 유지했고 식탁 위에서는 사계절이 돌고 돌았다. 예를 들어 훗카이도에 사는 일본의 아이누족은 가을에 잡은 연어를 잘게 저민 뒤 물기 없이 바짝 말려 포를 만들어 보관했는데 겨울에는 매서운 추위를 이용하여 얼린 생선을 썰어 먹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요리법은 현재에도 남아 있다. 한편 수렵 채집 사회의 가장 큰 숙제는 음식을 썩지 않게 오래 보관하는 것이었다 농업사회가 되어서도 소금과 식초 등을 이용한 식자재의 보존법이 세계 각지에서 연구되었고 수렵 채집 사회부터 생식을 연장하기 위해 행해져 온 건조와 발효법도 유효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날생선이나 날고기를 젓갈로 만들어 보존하였다 해산물이나 육류에 소금을 넣고 절여 자연스럽게 발효시킨 것이다 전국시대부터 한으로 이어지는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까지 지라는 생선 절임과 해라는 고기 절임을 많이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대에는 양쯔강 이남 강남지역을 개발하여 경작지를 넓혔고 이때 쌀을 발효시키는 보존법이 등장했다고 한다 고기와 생선에 소금과 쌀밥을 섞어 3개월이나 1년간 발효시키는 방법이다. 잘게 저민 생고기나 생선 또는 그것을 식초에 절인 회도 만들어졌다. 아세트산균이 발효하면서 만들어진 식초는 식품 보존에 유용하였다

     

    살균과 방부 작용을 하는 소금이나 식초를 식품 보존에 이용한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식초는 와인을 만들었는데 영어의 식초를 의미하는 비니거(vinegar)는 프랑스어 뱅(vin 와인)과 시큼하다는 의미의 에그르(aigre)의 합성어이다. 식초는 발효되어 시큼해진 와인이었던 것이다. 중국의 식문화에서 뜨거운 국에 데어서 냉채까지 불고 먹는다. 혹은 사람들 입에 회자되다라는 말에에 남아 있듯 예부터 얇게 썬 고기나 생선을 뜨거운 국물과 함께 즐겨 먹었다고 한다. 고기를 선호하던 중국에서 소금 등에 절인 생선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송대에서 원대의 일이다. 그러나 몽골이 중국을 정복하고 원을 세운 후에는 유목민이었던 몽골인이 생선을 먹지 않았던 까닭에 생선요리가 사라졌다. 한편 일본에서는 벼농사의 전래와 함께 전통적인 보존 식품인 스시와 독자적인 생식문화가 발전하였다. 생선이 풍부한 일본에서는 무로마치 시대( 14-16세기)중기에 날생선을 먹는 사시미와 발효시켜 산미가 있는 쌀에 날것에 가까운 생선을 더한 스시가 등장했다. 에도시대(17-19세기)에는 간장이 보급되었고 오늘날 비슷한 사시미와 스시가 만들어졌다 자투리로 남은 날생선을 초밥 위에 얹어 간장에 와사비를 넣은 소스에 찍어 먹는 스시는 일종의 패스트푸드로 하나야 요헤이란 사람이 만들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