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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운맛의 챔피언 마늘 성스러운 매운맛 양파 그리고 겨자에 대해서 알아보면
    아들을 위한 인문학/음식 2023. 7. 27. 04:14

    < 매운맛의 챔피언인 마늘 >

    매운맛은 헤닝의 4원미에는 포함되지 않고 혀와 구강 등에 주는 자극으로 여겨진다. 톡 쏘고 자극적인 매운맛을 대표하는 식자재는 향이 강한 백합과 식물인 마늘이 있다. 마늘의 원산지는 서아시아에서 지중해 연안이다. 4천년보다 훨씬 이전의 고대 이집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건조할 때 노동자에게 강장제로 양파, 파 등과 함께 마늘을 주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거대한 무덤으로 약 20년 동안 10만명의 노동자가 동원되어 축조되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투탕카멘의 무덤에서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말린 마늘의 알뿌리가 발견되었다. 메소포타미아, 아시라아에서는 악마에게 홀리면 병에 걸린다고 믿었기에 신관이 불 속에 마늘 알뿌리를 던져 넣어 병의 치유를 기원하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마늘은 신과 이어지는 채소라고 여겼다. 그리스인은 천상과 명계를 지배하는 여신 헤카테를 위해 십자로에 돌을 쌓았는데 초승달이 뜨는 달에는 헤카테를 위해 수많은 양의 마늘을 돌 위에 올렸다. 한편 밤마다 깨어나 사람의 피를 빨아들이는 흡혈귀 드라큘라는 아일랜드의 작가 브램 스토커가 쓴 괴기소설의 주인공으로 그가 마늘을 싫어하는 설정은 고대 그리스 이후의 발상에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로마제국의 네로도 마늘의 매운맛을 매우 좋아하여 마늘을 활용한 소스 아이올리를 고안할 정도였다. 로마제국에서는 마늘이 정화작용을 가졌다고 믿고 범죄자에게 매일 마늘이 제공되었다. 또한 마늘은 십자군 병사에 의해 서유럽으로 전해졌다. 마늘의 강한 향기는 흑사병 등 역병에도 약효가 있다고 여겨져 만능 약으로 취급했다. 마늘을 의미하는 영단어 garlic의 어원은 끝이 창처럼 뾰족하다는 gar과 부추를 가리키는 lic의 합성어다

     

    < 성스러운 매운맛 양파 >

    백합과의 양파는 여러 기원설이 있는데 페르시아 기원설이 유력하다. 양파는 부추, 마늘 등과 마찬가지로 휘발 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그 향이 피를 깨끗이 하고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고 으깨어 생으로 먹으면 그 매운맛이 폐 질환, 감기, 소화, 살균 등에 좋다고 생각했다. 다만 마늘고 달리 양파는 가열하면 냄새가 남지 않기 때문에 더 편리하게 여겨졌다. 게다가 양파는 고기와의 궁합이 좋아 고기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는데 적합한 식자재였다. 양파라는 단어는 혹독한 환경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가 서로 겹쳐 포개지는 구슬과 닮은 모습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양파를 가리키는 onion의 어원은 큰 진주를 의미하는 unio이며 이 또한 양파의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긴 역사를 가진 양파는 기원전 18세기에 만들어진 함무라비 법전에도 주요 식량으로 등장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양파의 단면이 규칙적인 동심원 모양으로 배열되었다는 점에서 우주의 완전성 혹은 영원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또한 양파는 조리하면 눈물이 나고 양파의 매운맛이 공복감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성스러운 채소로 숭배되었다. 이집트 쿠푸왕조에 주요 식량이었던 양파가 이후에는 신성한 채소로 여겨져 일반인의 양파 섭취가 금지되었다

     

    양파가 눈물이 나게 하는 이유는 양파의 세포 속에 함유된 알리인이라는 물질이 세포 밖으로 나오면서 외부 효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휘발성인 최루 물질로 변하여 황화합물이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인데 원래 이는 곤충을 격퇴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리스토렐레스는 양파가 눈에 자극하는 이유에 대해서 양파라는 그리스어가 눈을 닫다의 합성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미라의 영혼이 영원히 살아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손에 양파 묶음을 쥐여 주었다. 그리스인은 매운 양파를 매우 좋아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는 양파, 맑은 벌꿀, 순수 보리 음식이 와인의 안주로 등장한다. 시민들은 병영 소집이 있으면 양파와 치즈, 소금에 절인 무호과잎으로 싼 생선 등을 지참해서 나갔다 아테네 최고의 전성기를 이끈 지도자 페리클레스의 긴머리 모양이 꼭 양파와 닮았기 때문에 양파 머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슬람 세계에서도 양파는 인간에게 활력을 주는 정력제로 알려져 있으며 아라비안나이트에도 양파가 등장한다. 다만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사탄이 에덴의 동산 밖으로 나갈 때 왼발에서 마늘이 오른발에서 양파가 탄생했다는 전설이 있다

     

    겨자

    < 살균력이 강한 신비의 매운맛 겨자 >

    십자화과의 겨자는 고대 이집트에서 조미료, 화장용 연고, 향유로 사용되었다. 그리스에서도 겨자는 조미료, 해독제로 사용되었으며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겨자만큼 뇌수와 코를 자극하는 것은 없다고 극찬했다. 겨자는 으깬 흑겨자의 씨앗에 와인 제조에 사용하는 포도즙을 더해 페이스트과 같은 상태로 만든 향신료다. 겨자의 씨앗 자체에는 매운맛이나 향기가 없지만 씨앗을 분말 형태로 만들어 미온수를 섞으면 효소의 영향으로 분해 작용이 일어나 매운맛과 향을 얻을 수 있다. 겨자의 영어의 어원은 불타는 듯한 포도즙을 의미한다. 한편 씨앗 안에 함유되어 있는 시니그린이라는 물질이 효소에 의해 가수분해되어 향과 매운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겨자에 포도즙이나 식초를 넣는 이유는 그에 의해 효소의 작용이 억제되어 매운맛을 비교적 길게 보존할 수 있기 떄문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겨울에 목초가 부족했기 때문에 11월 즈음 많은 수의 돼지와 양을 죽여 엄청난 양의 월동을 염장 고기를 만들었다. 겨자는 이런 소금에 절인 고기에 곁들이는 향신료로 중요하게 취급되어 유럽의 식탁에서 뺴놓을 수 없는 매운맛 조미료가 되었다. 겨자는 불교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밀교 경전에 의하면 금강정경이라는 경전은 석가모니의 입멸 후 수백 년인 철문과 쇠사슬로 잠긴 철탑에 가둬져 있었다. 그 누구도 철탑을 열지 못하였으나 인도의 승려가 부처를 생각하며 백겨자로 철탑을 두드리니 문이 열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라비아나이트에서도 겨자에 마력을 제거하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부처의 힘을 빌어 질병이나 부정 등을 면하기 위한 기도를 할 때도 백겨자가 필요하였다. 또한 일본에서는 공양료로 겨자도 함께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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