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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보편논쟁은 어떻게 전개되었나
    아들을 위한 인문학/철학 2023. 1. 3. 03:15

    개별 사람 이외에 보편 인간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냥 이름뿐인가 나라는 인간도 존재하고 이성계라는 인간도 존재하는데 이런 개별자말고 인간이라는 보편자는 존재하는가 아니면 인간이라는 보편자는 그냥 우리 머릿속에 있는 명사인가에 대한 논쟁이 보편논쟁이다

     

    실재론
    온건실재론

    < 실재론 >

    나도 개별 인간이고 이성계도 인간이다. 이런 개별자들이 전부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라는 보편자가 존재하고 나와 같은 개별자들이 인간이라는 보편자와 어떤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중세 보편논쟁의 실재론은 인간과 같은 관념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 유명론 >

    보편자 따위는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름뿐이라는 입장이다. 즉 인간이라는 보편자는 단지 음성이미지뿐이고 보편자는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 온건 실제론 >

    보편자가 존재하긴 하는데 존재방식이 실재론과는 다른다는 주장이다. 실재론은 보편자로서의 인간은 개별적인 인간과 별개로 존재해서 모든 개별자가 사라져도 그대로 남아 있다고 주장하지만 온건 실재론은 보편자로서의 인간은 개별적인 인간들 안에 존재하기에 모든 인간이 사라지면 보편자로서의 인간도 사라진다고 본다

     

    아담과 이브(1533)

    < 보편논쟁에 대한 종교적 해석 >

    중세의 보편논쟁은 일종의 정치적 권력투쟁으로 볼 수 있다. 중세 교회의 중심은 당연히 로마 교황청이었는데 11-12세기에 상업과 도시가 발달하면서 생긴 지방 소도시의 작은 교회들은 처음에는 로마 교황청의 지시를 따랐지만 상황이 변하자 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분이므로 우리의 교회에도 당연히 하나님이 계신데, 굳이 우리가 교황청을 떠받들 필요가 있나 ? 이에 교황청은 자신들이 보편교회로서 작은 교회들의 중심이고 따라서 모든 권력이 보편교회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편논쟁은 기독교의 죄와 구원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었다. 기독교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아니 선악과는 아담과 이브가 먹었는데 아담의 죄가 왜 우리의 죄가 되는 걸까 ? 그 이유는 아담이 보편인간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구원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써 인간은 죄를 씻고 구원받을 가능성을 얻었는데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예수인데 어떻게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죠 ? 실재론자들은 예수가 보편인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대표자인 것이다. 보편자가 존재해야 인간이 원죄를 가지고 되고 예수가 인간을 구원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기독교 교리에 따르면 성부, 성자, 성령이 모두 하나의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성부이기도 하고 성자이기도 하고 성령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서로 다르다고 하고 그래서인지 삼위일체를 둘러싼 논쟁이 천년 넘게 이어졌다. 그런데 보편논쟁의 실재론을 받아들이면 쉽게 해결된다. 따라서 로마 교황청의 권위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기를 쓰고 보편논쟁의 실재론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 철학적 계보 >

    플라톤은 현실세계보다 현실너머의 이데아의 세계를 중요시했는데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실재론과 통하는 면이 있다. 인간이라는 이데아가 있으니 나도 인간일 수 있고 이성계도 인간일 수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이데아를 보편자로 바꾸면 그대로 보편논쟁의 실재론이 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을 기독교 사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중세 초기에 플라톤의 철학의 이데아를 보편자로 해석하면서 그대로 실재론자가 되었다.

     

    그러다가 11세 무렵 프랑스 철학자 로스켈리누스가 나타나 보편자가 어디에 있냐며 유명론을 주장했다. 이에 실재론자인 안셀무스는 로스켈리누스를 파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세기에는 유명론의 선구자인 오컴 출신의 윌리엄은 온건 실재론을 가리쳐 실재론과 유명론의 짜깁기 버전이라며 비판하며 기독교와 철학을 분리하고 기독교는 기독교대로 믿고 철학에선 그냥 유명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12세기에 굉장히 똑똑한 아벨라르두스가 있었다. 그는 젊었을 때 실재론자인 기욤의 수업도 들었고 유명론자인 로스켈리누스의 수업도 들었다. 그는 보편자가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는데 이데아처럼 현실 너머 어딘가가 아니라 개별자 안에 실재한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자 안에 일종의 형상처럼 존재한다고 봤다. 이렇게 온건 실재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았다 13세기에는 토마스 아퀴나스도 온건 실재론을 받아들여 2669개 논문으로 구성된 신학대전을 써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기독교를 결합해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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