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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수학자이자 회계사인 算員에 대해서 알아보면아들을 위한 인문학/조선시대 직업들 2022. 11. 28. 03:58
둥근땅의 둘레가 365와 1/4척이다. 크고 작은 개미 두 마리가 나란히 출발해서 이 땅의 둘레를 돈다. 작은 개미는 하루에 1자, 큰 개미는 하루에 13과 7/19자를 이동하며 두 마리 개미는 며칠만에 만나겠는가 - 흥정하 <구일집> - 조선은 건국 초 조세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토지를 새롭게 측량했다. 여기에 각종 면적 계산법과 단위 환산에 뛰어난 산학 즉 수학 전문가가 동원되었다. 산학을 토대로 조세를 포함해 국가 회계와 측량업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를 산원이라 불렀다 조선시대 국가 재정과 회계는 호조에서 담당했다. 산원은 호조에 배속되어 복잡한 계산을 도맡았다. 둘레가 곡선인 논밭 면적을 계산하고 거기서 나오는 잡곡을 쌀로 환산한 뒤 다시 면포로 계산하는일, 군량을 고려해 징병할 군인 수를 산정하는 일, 궁궐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따지는 일이 모두 산원의 몫이었다
산원은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동원되었다. 해와 달의 운행과 절기 변화를 계산해 달력을 정비하는 사업, 악기의 크기를 조정해 음률을 고르는 사업, 성벽을 보수하고 증축하는 사업에도 산원의 전문성을 발휘했다. 산원은 산학 취재를 통해 선발되었다. 산원을 선발하는 시험문제는 오조산경, 상명산법, 산학계몽 등 중국에서 출간한 산서에서 출제했다. 이들 수학 서적은 실무에 필요한 측량법, 도량 환산법을 비롯해 기하학과 제곱근, 10차 방정식 등 고급 수학을 망라했다. 실무 차원에서 회계를 담당한 산원은 수학을 연구하는 전문 수학자기도 했다. 조선 산원은 산학 실력을 놓고 중국 관리와 자존심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산원 홍정하는 청나라 천문관측 관리 하국주과 산학 문제를 다투었는데 산원 홍정하는 문제른 냈는데 동근 옥이 있다 내접하는 정육면체 옥을 빼놓은 껍질의 무게가 265근 50냥 5전이다. 껍질의 두께가 4촌 5푼이라고 하면 구형의 옥의 지름과 정육면체 옥의 한변의 길인는 각각 얼마인가에 대해 청관리는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
산원은 산가지와 주산을 이용하여 복잡한 계산을 했다. 산가지는 가늘고 길게 다듬은 나뭇가지를 가로 세로로 배열해 숫자를 표기하는 방식이었다. 주산은 곱셈표를 막대에 써서 배열하는 방식이다. 산가지는 주판이 보급되며 본토인 중국에서 사라졌지만 조선은 일제 강점기까지 애용했다. 산가지를 애용한 것은 산원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산가지는 수학문제를 풀이해 문서로 정리해 그리기가 더 쉬웠다. 수학 공식을 일목요연하게 표기하는데 산가지가 더 적합했던 것이다. 산원은 단순 계산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공식을 다루는 수학자였다. 하멜표류기에도 기록되어 있고 일본인도 주판 대신 점술가가 쓰는 서죽 같은 가지로 계산을 한다고 회고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산원은 벼슬아치가 쓰는 사모를 썼지만 성종대를 지나며 문무반 대열에 함께 서지 못했다. 산원은 나라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존재였으나 기능직에 불과해 폄하되었다. 무시를 받으면서 전통산학을 이어가면서 조세업무 등을 담당하며 나라 살림을 보필하는 수학자이며 공인회계사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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