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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저잣거리의 소매치기인 표낭도는 어떠했나아들을 위한 인문학/조선시대 직업들 2022. 9. 7. 05:51
소매치기는 남의 자루나 전대 속에 무엇이 든 것 같으면 예리한 칼로 째어 빼 간다. 소매치기를 당한 줄 알고 쫓아가면 식혜 파는 골목으로 요리조리 달아난다...거의 따라가 잡을라치며 대광주리를 짊어진 놈이 불쑥 광주리 사려 !하고 튀어나와 길을 막아 버리니 더 쫓지 못하고 만다 - 이옥 <이홍전> - 조선시대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서 소매치기가 활개를 쳤다. 재빨리 주머니 속의 물건을 훔치는 이들을 빠를 표 자를 써서 표낭자 혹은 표낭도라 불렀다
이홍전에는 간사한 속임수를 쓰는 사람의 하나로 표낭자가 등장한다. 이글에 등장하는 표낭자는 2인 1조로 활동했다. 1명이 시장에서 자루나 전대를 칼로 째어 물건을 훔쳐 달아나고 다른 한명은 광주리장수로 위장하여 쫓아오는 사람을 막았다. 이옥이 지은 <시간기>에서는 고가의 일본 단도를 두고 김경화와 박씨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지는데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세명의 표낭도였다
부산에 사는 칼 수집가 김경화는 3년 동안 공들인 끝에 순금 서른 냥을 들여 일본산 단도 한 자루를 얻었다. 그는 속향나무로 칼집을 만들고 주석으로 아름답게 장식하여 몸에 차고 서울로 놀러 왔다. 이때 유사한 취향을 가진 박씨가 1.2만전을 주며 그 칼을 팔라고 했지만 김경화는 거부했다. 박씨가 말했다. 어차피 서울에서 소매치기를 당할 테니 돈을 주고 내게 파는 것이 이익이다. 김경화는 결코 소매치기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곧바로 김경화와 박씨 사이에 칼 훔치기 게임이 사흘 동안 진행되었다. 박씨는 서울에서 표낭도 세명을 섭외했다. 김경화와 박씨 그리고 세명의 표낭도가 한자리에 모였다. 박씨가 칼은 표낭도에게 보여주며 사흘 안에 이 칼을 훔쳐 오면 보수를 넉넉히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때부터 김경화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세 걸음마다 한번씩 칼을 확인하며 이틀 동안 칼을 지켰다.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다. 김경화는 청계천 광교 주변에 있었던 다리인 소광통교 지나다가 한 사람과 마주쳤다. 순박해 보이지만 화려한 옷을 입은 그 사람은 김경화에게 왼쪽 어깨에 이가 기어간다고 조롱했다. 김경화는 얼굴을 붉히며 오른손으로 이를 털어 냈다. 그리고 몇 걸음을 떼고 칼을 보았더니 이미 사자졌다. 그칼은 이미 박씨의 손에 있었다. 홍대용 역시 북경을 방문했을 때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몸에 지닌 패물과 말안장의 노끈 가죽까지 교묘하게 떼어 가는 소매치기의 기술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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