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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와 악마의 두얼굴을 지닌 모르핀에 대해서 알아보면
    아들을 위한 인문학/의학 2022. 9. 1. 05:40

    모르핀은 덜 여문 양귀비 씨방에서 얻을 수 있다. 개양귀비에서 모르핀은 만들 수 없고 파파베르 솜니페룸 등에서 아편이 나오는데 이들 품종은 봉오리 상태에서 줄기가 휘어져 땅바닥을 향한다. 그러다가 봉오리가 피면서 줄기가 똑바로 펴지며 꼿꼿하게 서서 하늘을 가리킨다. 그 무렵 하얀색과 붉은색, 보라색 등의 탐스러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꽃이 떨어지면 며칠 후에 달걀 크기에 씨방이 남는다. 이 씨방이 여물기 전에 상처를 내면 하얀 우웃빛 즙이 떨어진다. 이 즙을 모아 잘 말리면 우리가 아편이라 부르는 마약이 만들어진다. 아편은 10%정도의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어 거칠게 빻은 가루 상태로도 충분한 약효를 발휘한다

     

    아편은 5천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스위스의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발굴된 양귀비 재배 흔적을 들 수 있다. 또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굴된 점토판에는 설형문자로 아편 채취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그 점토판에는 양귀비를 지칭하는 말로 기쁨의 식물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다. BC 1500년 무렵에 작성된 이집트 파피루스에는 양귀비를 의약품으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지중해의 키프로스에서는 양귀비 씨방이 그려진 아편 흡입용 파이프가 출토되기도 했다. 그리스 멸망 이후 아편 사용은 일단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로마 시대에 재발견되어 많은 의사가 진통제나 수면제로 아편을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아편의 효능을 널리 알린 계기는 16세기 연금술사이자 의학자인 파라켈수스를 통해서이다. 그는 아편을 바탕으로 삼아 환약을 개발했고 이 약을 만병통치약으로 권장했다. 17세기 후반 영국에서 아편팅크가 개발된다. 아편팅크는 적포도주 등의 술에 적정량의 아편을 녹인 제품이 다. 이윽고 아편팅크는 감기와 콜레라 등의 감염병, 생리불순, 원인불명의 통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처방되며 마치 진짜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된다 아편 입수가 비교적 손쉬웠던 18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아편 중독자가 급증했다. 그 무렵 순수한 모르핀 성분을 분리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1803년 스물살의 젊은 약제사였던 제르튀르너는 아편에 산과 염기를 순차적으로 더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유효성분만 결정으로 추출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그는 이 성분에 그리스 신화의 잠의 신인 모르페우스에서 따와 모르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근대 약학과 유기화학이 모두 이 발견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세기 중반에는 피하주사기가 개발되어 모르핀을 주사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남북전쟁에서 남군 측에서 무려 1천만 정의 아편 정제와 200만 온스 이상의 아편 관련 약제가 팔려나가서 아편 중독자를 속출시켰다 한편 우리 뇌에서 특정 분자가 결합해 정보를 수용하는 부위를 수용체라고 부른다. 모르핀은 엔도르핀의 앞머리와 흡사한 구조로 수용체와 결합해 엔도르핀과 같은 작용을 일으킨다. 엔도르핀은 외상을 입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방출되어 고통을 완화해준다. 그러나 모르핀 공급이 중단되면 우리 몸은 엔도르핀이 부족해져 견디기 힘든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마약의 금단증상이 온다 이 증상은 온몸이 나른해지고 불면증, 콧물, 오한 등 지옥과 같은 고통과 끔찍한 증상이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모르핀은 뛰어난 약리작용 못지 않게 강력한 중독성을 지닌다. 의학자들은 모르핀의 강력한 중독성을 없애고 진통작용만 남길 수 없을지 고민한다. 1874년 영국인 화학자 라이트가 모르핀에 아세틸기라는 원자단을 결합한 물질을 개발했다. 1898년 독일의 바이엘 제약기업이 중독성이 없다고 하는 신약이 헤로인이 나왔고 이약을 먹으면 영웅적인 기분이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모르핀에 아세틸기를 추가하며 분자 전체가 기름에 잘 녹는 성질을 갖게 된다. 헤로인은 모르핀보다 막을 통과하기 쉬우므로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막을 통과한 아세틸기는 인체 대사작용으로 쪼개지고 유효성분인 모르핀을 재생한다. 이것이 헤로인이 연출하는 강렬한 약리작용의 정체다. 헤로인은 마약의 왕자처럼 강렬한 쾌감을 주고 또한 막강한 금단현상의 중독을 가져온다

     

    모르핀은 진통효과만은 탁월하다. 지금도 말기 암 환자의 극심한 통증을 완화해주는 효과적인 진통제로 제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물론 금단증상의 부작용으로 사용을 꺼리는 환자들도 있다. 최근 모르핀 수용체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고, 중독성에 관여하는 수용체,, 진통작용에 관여하는 수용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론상으로는 진통작용에 관여하는 수용체에만 약을 만들면 꿈의 진통제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 한편 모르핀 수용체 연구는 인간 마음의 움직임을 알고, 더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모르핀은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특별한 존재로서 천사와 악마의 두얼굴을 모두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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