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 후 미국이 일으킨 첫 전쟁 걸프전은 새로운 세상 도래의 신호탄으로

8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 선거는 획기적으로 발전한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정책과 쟁점보다는 선거전 그 자체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집권 2기의 레이건 대통령은 엄청난 재정 적자와 무역 적자 등 경제적 무능에 여러 스캔들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부통령 부시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1988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자명한 듯 보였다. 하지만 선거전에서 부시는 민주당의 듀카키스 후보를 강력하게 비판하여 대통령 자질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고 결국 여유 있게 승리했다. 부시는 당선되고도 재정 적자와 경제 불황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경제적으로 부시 정권은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했다. 1989년부터 시작된 동유럽 공산주의의 붕괴로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큰 지지를 받았지만 막강한 군사력 유지에 대한 회의도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핵을 포함한 군사력 감축 요구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의 이익과 관련된 지역의 분쟁이 오히려 심해지면서 이런 요구는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쿠웨이트 유전

첫 시련은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갈등에서 시작되었다. 파나마의 노리에가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미국을 위해 쿠바 등 중남미 좌익세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며 정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가 미국을 상대로 한 마약 판매에 개입하는 등 각종 스캔들을 일으키자, 미국은 노리에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 그는 파나마 운하 국유화를 추진하며 미국을 위협했다. 결국 1989년 미국은 파나마를 침공해 노리에가를 체포하고 새로운 정권 수립을 지원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걸프전이 터졌다. 1980년 이후 이라크는 중동 지역에서 이집트와 함께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었다.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라크가 미국과 손을 잡는데에는 쿠웨이트에 대한 속셈이 있었다. 쿠웨이트는 과거 이라크의 한 지방이었다가 20세기 영국이 지배를 받은 뒤 그대로 독립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장차 쿠웨이트 병합을 미국에 승인받고자 했으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1990년 전격적으로 쿠웨이트를 침공하여 점령해 버렸다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지배를 중동 평화와 미국의 이익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중동과 아시아, 유럽 등의 국가들과 연합군을 구성했다. 마침내 1991년 1월 사막의 폭풍 작전이 개시됐다. 3천대 이상의 다국적군 전폭기가 쏟아 붓는 폭탄에 70만 병력과 5천대의 탱크를 자랑하던 이라크군은 저항다운 저항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쿠웨이트에서 패주하였다. 전쟁은 겨우 6주만에 후세인 대통령이 다국적군의 휴전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일방적으로 끝났다. 1991년 이후 미국은 지역 분쟁 개입을 강화하였다. 1993년에는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통 받은 기아 난민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소말리아를 침공했다. 그 몇 년 뒤에는 발칸 반도의 분쟁에 개입하여 나토군과 함께 공습에 참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지역 개입은 성공하지 못했다. 큰 성과없이 소말리아에서 철수했고 발칸 분쟁 역시 해결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라크전쟁(제2차 걸프전쟁, 2003년)

반면 지역 분쟁 개입은 미국에 대한 과격 분자의 증오를 불러일으켰다. 80년대부터 해외 주둔 미국에 대한 테러가 잇달아 일어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2001년 9월 11일 뉴욕 국제무역센터 빌딩이 공격당하는 초유의 테러가 발생해 3천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여 탈레반과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민주정부를 수립함으로써 테러의 근원을 뿌리 뽑겠다고 했지만 수많은 전사자와 전쟁의 악순환에 대한 회의 여론 속에서 비판을 받았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 유일의 초강대국 시대가 열렸지만 평화는 오지 않고 미국은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오히려 진보와 보수 양측의 비판을 받은 신세가 되었다. 전 세계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지역분쟁은 미국의 패권화에 대한 도전으로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유럽패권 싸움을 벌이고 아시아에서는 대만과 동남아시아에서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