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가장 흔한 이름에서 재킷이 생겼다고 하는데

재킷은 앞이 터지고 소매가 달린 짧은 겉옷을 말한다. 흔히 자켓, 자킷이라고 하지만 우리말은 웃옷이다. 재킷은 베르탱처럼 유명 디자이너가 만들거나 왕족 혹은 귀족이 입던 옷이 아니고 평범한 농부들이 입었던 옷이다. 재킷의 어원은 사람 이름인데 바로 프랑스에서 매우 흔한 남자 이름 자크에서 나왔다. 이 이름은 14세기에 프랑스 농부 전체를 가리킨 일종의 속명이기도 했다. 이 자크로부터 긴 웃옷을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 자크가,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 자켓이 나왔다. 이 자켓이 15세기 중엽에 영어로 들어가 오늘날의 재킷이 된 것이다. 이는 자크가 입는 옷으로 당대 농부들이 입는 옷이라는 의미였다 요컨대 오늘날 우리가 입고 있는 웃옷의 원형은 중세 프랑스 농부들이 일할 때 입는 옷이었다

 

잭 이름을 딴 농민 폭동도 있었다. 바로 북프랑스에서 일어난 자크리의 난이었다. 이 폭동은 백년 전쟁 중 일어난 푸아티에 전투 때문에 발생했다. 당시에는 전염병 기근, 오랜 기간 이어지는 전쟁으로 농민들의 생활이 궁핍해지고 봉건제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푸아티에 전투에 영국군에게 패한 프랑스 군인들이 유랑민이나 도둑이 되어 자국의 농민을 괴롭혔다. 그래서 1358년 5월 프랑스 북부 보베에서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폭동은 순식간에 노르망디, 샹파뉴 등 다른 지방으로까지 확산되었다. 그러나 다른 도시들과 협력하지 못하고 내분마저 일어나 실패로 돌아갔다

 

자크리의 난

한편 자크라는 이름이 프랑스에만 흔한 건 아니다. 프랑스어 자크에 해당하는 영어는 잭인데 이 이름 역시 영국에서는 가장 흔한 이름이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잘 모르는 사람을 부를 때 Hey Jack이라고 할 정도였다. 영국에서 잭이 널리 사용하게 된 이유는 잭이 단음절이고 부르거나 기억하기 쉬웠기 떄문일 것이다. 잭은 두루 사용되는데 특히 잭 나이프라고 칼날을 접어 칼집에 넣을 수 있게 만든 휴대용 칼이다. 다른 칼과 달리 누구나 안전하고 쉽게 휴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이프 앞에다 잭을 붙인 것이다.

 

중세 봉건시대를 지나 도시간의 교류가 점점 활발해지면서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연스레 불편한 일들이 많이 생기면서 이름 다음에 또 다른 이름 성을 붙이게 되었다. 그래서 surname, 같은 조상과 부모를 가진다는 의미의 family name, 마지막에 오는 이름이라고 하여 last name이라고 했다. 서양 사람들은 성을 직업, 출신 지역, 개인 특징, 별명 등을 고려해 만들었다. 폴 스미스는 조상이 대장장이였고 성 우드 혹은 스콧은 선조는 숲속에 살거나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블랙과 브라운은 피부색이라거나 리틀과 롱맨은 신체 특성을 고려해 만든 성이다. 또한 프린스, 로드, 킹은 중세마을 연극에서 왕,주군,왕자 등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라는 것이다. 마지막 잭슨과 윌슨은 마땅한 성이 없어 아버지의 이름을 활용해 잭의 아들(son of Jack)이라는 식으로 만든 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