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정조때에는 사치심의 극치를 달려 금지했던 가체의 디자이너인 가체장는 누구인가
    아들을 위한 인문학/일반상식 2022. 6. 23. 04:43

    가정이 금하지 못하니 부녀자들은 가체를 더 사치스럽게 하고 더 크게 만들지 못할까 걱정한다. 근래 어떤 집의 열세 살 난 며느리가 가체를 높고 무겁게 만들었다. 시아버지가 방 안에 들어오자 며느리가 갑자기 일어서다가 가체에 눌려 목뼈가 부러졌다 - 이덕무(청장관전서) 조선 사람들은 화려함을 추구했다. 남자는 수정을 잇댄 갓끈과 옥으로 만든 관자, 귀걸이로 꾸몄다. 기록 화려한 갓끈, 높고 풍성한 가채는 요샛말로 꼭 갖고 싶은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조선의 법률은 엄격하여 귀걸이는 선조,가체는 정조때 금지했다. 선조는 귀를 뚫은 일은 몸을 훼손하는 불효라고 보았고 가체는 검소한 미풍양속을 해치는 사치였다. 단속이 심해져도 가채는 애용되었다. 심지어 이것을 이용해 가체 벌금을 매기는 사기꾼들도 등장했다

     

    가체를 만드는 장인을 가채장이라고 했다. 인조모가 발명되기 전이니 가체를 만들려면 사람 머리카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가체에 쓰인 머리카락은 죄수나 승려의 것이었다. 상투를 튼 남성의 머리카락도 썼다. 조선 남성은 상투를 맵시 있게 틀려고 정수리 주변의 머리카락을 깎았다. 이를 백호라고 했다. 남성은 백호를 쳐 맵시를 더했고 그렇게 얻은 머리카락은 가체장 손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가체로 탈바꿈했다. 거둬들인 머리카락 대부분은 남성의 것이었고 모질이 각기 달랐다. 가체장은 여러 가지 화학약품을 써서 머리카락을 균일하게 다듬었다 66세 영조와 15세 정순왕후의 혼례를 기록한 <가례도감의궤>에 따르면 가채장은 당주홍, 홍합사, 소금, 참기름 등을 써서 가체를 만들었다

     

    가체장은 다양한 성분의 분말을 섞어 쓰임새가 다른 화학 용액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화학용액에 머리카락을 담가 씻고 곧게 펴서 탐색했다. 이로써 저마다 다른 직모와 곱슬머리의 윤기와 색상을 균일하게 맞춰 염색을 준비했다 가체장은 탈색을 마친 머리카락을 짙은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빗으로 가지런히 빗어 머리 타래를 만들었다. 적당히 길어야 모양을 잡기 편하므로 짧은 머리카락은 촛농을 써서 길게 붙였다. 수선한 머리카락 다발을 곱게 빗어 머리 타래를 만들면 기초 작업이 끝난다. 당시 가체는 풍성한 모발을 기본으로 한쪽으로 쏠려 기울어지거나 양쪽으로 묵직하게 내려오는 모양이 유행했다. 광택작업까지 마치면 비로소 여름날 먹구름처럼 풍성하면서도 윤이 나는 가체가 완성됐다

     

    가체장은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 머리 모양을 두루 꿰고 있었다. 궁중 대례 때 쓰는 대수와 민가 혼례에 쓰는 거두미는 모양이 달랐다. 가체장은 형식에 맞춰 가체를 제작했다. 또 부분 가발처럼 쓰는 가체도 있었으므로 이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했다. 이틀테면 조짐머리, 얹은머리, 쪽머리, 새앙머리 등이다. 예법에 맞는 가체 모양을 두루 꿰고 있으면서 탈색과 염색, 땋는 법까지 알아야 했던 가체장은 말 그대로 헤어 디자이너였다. 가체장은 체괄전에서 팔았다. 체괄전은 각종 가체를 구비한 전문 매장이다. 또 여쾌나 수모가 직접 들고 다니며 방문판매를 했다. 여쾌는 중매쟁이 수모는 흔례때 신부의 단장을 돕는 미용사다. 머리 타래를 틀고 비녀를 꽂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은 수모가 도맡았다.

     

    높고 풍성한 가체를 선호한 탓에 가체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 커지는 만큼 무거워져 가체를 했다가 목을 다치는 여인도 나타났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가체 때문에 목뼈가 부러져 죽은 며느리 이야기가 있다. 방에 들어온 시아버지를 보고 급히 일어나 절하려다 일어난 사고였다. 가체는 그만큼 크고 무거웠다. 가체의 가격이 7만냥에 달한다고 개탄했다. 서울에서 초가집이 110냥 정도라고 하였으니 가체값이 초가집 17채 가격이나 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가체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정조때 금지하였으나 여성들의 열망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가체장은 그 시대 여성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은 명품 아이템의 디자이너였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