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서부개척 정신인 프런티어의 이면은 인디언의 학살로 얼룩지어졌다고 하는데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미식축구로서 슈퍼볼에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이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라고 한다. 포티나이너스는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개발되자 일확천금을 노리고 1849년부터 몰려온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미국 서부의 역사는 이들 이주민의 역사이고 이를 프런티어(개척자)라고 한다. 19세기 전반기 미국은 서부로 팽창했다. 서부는 멕시코와 영국의 땅이었으므로 이들 두나라와 국경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먼저 북서부의 오리건주 지역에서는 서부 경계선 확정을 둘러싸고 영국령 캐나다와 갈등을 빚다가 북위 49도선에서 타협했다. 이와 달리 멕시코 영토였던 남서부 지역의 분쟁은 전쟁으로 비화되었다. 멕시코는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자마자 미국과 교역에 나섰다. 많은 미국인이 멕시코령 텍사스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이 멕시코를 침공하여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를 점령하고 텍사스의 경계를 리오그란데 강으로 확정했다. 멕시코가 받은 것은 1500만달러의 배상금과 멕시코를 정복하지 않겠다는 약속뿐이었다

 

역마차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1849년 이른바 골든러시가 일어났다. 이후 반세기 동안 서부는 동부 미국인들의 판타지가 실현되는 공간이었고 그 판타지는 20세기에 서부극이라는 영화 장르로 재현되었다. 서부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존 웨인이다. 강인한 서부 남성의 상징은 그의 대표작은 역마차(1939)이다. 범법자, 매춘부, 돌팔이 의사, 도박꾼 등 다양한 인물들이 역마차를 타고 원주민 아파치족의 습격을 뚫고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서부 개척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 준다. 서부는 원래 인디언과 멕시코인의 땅이었다. 1846-48년 멕시코전쟁에서 미국에 패한 뒤 멕시코 사람들은 몰락하거나 추방당했고 하급노동자로 전락했다. 인디언도 추방에 맞서 미국인들을 상대로 공격했지만 원시적인 무장 수준과 부족 단위로는 역부족으로 미국의 기병대와 현대적 무기에 당해 낼 수 없었다

 

셰인

영화 셰인(1953)은 서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서부에서 금을 캐지 않는 사람들은 소떼를 방목하는 목축업에 종사했는데 종종 동부 출신 농민들이 소유지 주위에 울타리를 세우고 농장을 건설하여 소떼의 이동로를 차단하거나 방목지를 차단했다. 이를 방목지 전쟁이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힘없는 목축업자들이 쫓겨나거나 농장을 빼앗기는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 셰인은 힘없는 사람들편에 서서 농장주가 고용한 총잡이를 쓰러뜨리고 주민들을 보호한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오케이 목장의 결투(1952)같은 서부극이 이를 배경으로 하였다. 한편 서부개척은 동부사람들에게는 프런티어 정신으로 찬양을 받았지만 원래 서부의 주인이었던 인디언에게는 학살의 역사였다. 많은 원주민이 백인들에게 자신의 거주지를 내주고 척박한 땅으로 강제 이주당했다. 미국 군대는 소위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이들을 이주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백인 정착민들 중 과격파는 인디언 자체를 멸종시키려고 하여 무자비한 학살극이 일어났다

 

1864년 미군의 치빙턴 대령은 우호적인 인디언들에게 라이언 요새 근처로 피신하라고 일렀다. 그리하여 블랙 케틀 추장이 이끄는 아라파호족 수백명이 요새 근처에 야영했는데 그날 저녁 미군이 그들을 공격해 133명(105명이 아이와 여자)을 학살하고 달아난 추장 블랙 케틀도 4년간 추적하여 살해했다. 네스퍼스족은 강제 이주당하던 중 일부 젊은이가 백인 4명을 살해하는바람에 보복을 피해 2천 킬로미터를 도망치다 극소수만 남고 모두 학살당하거나 체포되었다. 수족은 보호구역으로 들어갔지만 그곳에도 백인이 정착하러 들어오자 구역 밖으로 밀려났다가 구역 안으로 다시 몰아넣으려는 미군과 격렬한 전투를 치렀다. 이들은 1890년 운디드니 학살의 대상이 되었다. 이 시대를 백인 입장에서 온건하게 그린 서부극이 바로 늑대와 춤을(1990)이다

 

멕시코령 텍사스 시절 흑인 노예를 이용해 면화 플랜테이션(대농장) 농장을 운영하던 미국인들은 텍사스가 독립하여 미국령이 되자 대규모 목축업을 발전시켰다. 텍사스 대농장을 배경으로 20세기 전반기 역사의 전환점에 선 남부인의 삶을 그린 대작 영화 자이언트(1956)는 미국 남부가 어떻게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갔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대 최고의 배우 록 허드슨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을 맡고 제임스 딘의 유작으로 화제가 되었다. 동부 출신의 아름답고 지적인 아가씨 레슬리(엘리자베스 테일러)는텍사스의 농장주 빅 베네딕트(록 허드슨)의 아내가 된다. 텍사스의 이글거리는 기후와 베네딕트 가문의 가부장적인 대가족 문화에 점점 지쳐 가던 레슬리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소물이꾼 제트(제임스 딘)에게 위로를 받는다. 한편 빅의 누이가사고로 죽고 유산으로 약간의 땅을 제트에게 물려주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땅에서 유전이 개발되면서 제트는 억만장자가 된다. 레슬리는 출산과 육아, 빅의 권위적 태도 등으로 힘겨운 결혼 생활을 꾸려 나가면서 남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농장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잡는다

 

텍사스는 남북전쟁 당시 분리 독립한 남부연합의 일원으로서 공화당과 미국 정부에 강한 반감을 갖고 독립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를 형성하였다. 19세기 남부는 남북전쟁으로 노예제가 폐지되었음에도 백인 인종주의와 흑인 차별의식을 버맂 못했다. 흑인 노예들이 지위를 유지할 새로운 법안을 만들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흑인에 대한 테러를 자행하는 KKK단 같은 단체가 활개를 쳤다. 남부의 백인 상류층은 흑인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염려하는 백인 중하류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하여 권력을 강화하고 공화당 정부의 영향력을 악화시키려 했다. 텍사스는 경제적으로 소를 방목하는 목축업이 발전한 곳이다. 처음에는 방목한 소를 철도역까지 끌고 가는 것이 문제였는데 1866년 26만 마리의 소를 미주리의 우시장까지 몰고 가는 장거리이 과정에서 여러 위험을 함께 극복하면서 끈끈한 연대의식이 생겨났다

 

미국 남부는 상당히 보수적이며 가부장적이어서 여성 차별이 심했다. 그래서 남편의 불륜도 참아야 했고 출산의 의무가 강조되어 북부보다 출생률이 높았다. 20세기로 넘어가면서 텍사스 역시 변화를 하기 시작했는데 1880년대 이후 대규모 방목은 동부의 기업형 목축업에 자리를 넘겨주었다. 특히 1886년 전후의 기상이변으로 수십만 마리의 소떼가 폐사한 뒤 장거리 소몰이는 사라졌다. 목축업의 빈자리를 석유 등 신흥 상공업이 메웠다. 영화 자이언트에서 빅의 바람과 달리 자식들은 모두 농장을 물려받기를 거부한다. 장남은 의사가 되고 차남은 멕시코 여자와 결혼하여 혼혈 손자를 안겨준다. 빅은 분노하지만 어쩔 수 없이 체념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영화 말미 식당에서 주인이 유색인종을 쫒아내자 빅이 결투를 벌이다 나가떨어진다. 레슬리는 실패한 인생이라며 좌절하는 빅을 위로하며 화해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당신이 가장 멋있었을 때는 식당에서 뻗어 버렸을 때였어요 당신은 제 영웅이 된 것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