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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이유로 생명체로 정의하곤 하는 주식시장에 나사출신의 로켓 물리학자들은 뛰어들었나
    아들을 위한 인문학/경제 2022. 3. 16. 03:26

    1997년 IMF사태가 발생한 이후 증시투자가 붐을 이루었다. 금융시장의 구조 조정에 이어 선물이나 옵션, 뮤추얼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이 개발되면서 증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코스닥시장과 전자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증시 투자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초단타 매매로 매일 수십만원씩 번다는 전문 투자가의 무용담이 나오고 주식 투자로 수십억을 벌었다는 고수의 투자가들의 성공담이 회자되고 있다. 바야흐로 은행 이자만으로도 행복했던 소시민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시기가 온 것이다

     

    증권의 역사를 보면 1602년 네덜란드에 이른다. 유럽에서 희망봉과 인도 항로가 개척되면서 유럽과 동양의 직무역의 시대가 열리자, 동양의 진귀한 물자들을 실어와 유럽에서 파는 해상무역이 엄청난 이익을 남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을 위해선 태풍 같은 자연재해와 해적선의 약탈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무역상들은 주식 형태의 증서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투기성 무역을 시작하게 됐고 이러한 해상무역이 더욱 발전하여 세계 최초로 암스테르담에서 증권거래소가 설립되었고 세계증권시장은 420년이 지난 셈이다. 1800년대에 시작된 미국 증시가 국제 금융의 중심지가 되면서 다양한 시장 예측이론을 내놓았지만 해결되지 않아 수학과 컴퓨터에 능숙한 물리학자들의 대거 영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 관한 최초의 수학적 연구는 1900년에 프랑스 수학자 바슐리에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투자이론이라는 논문에서 주가의 움직임을 물리학에서 잘 알려진 브라운 운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운동이란 얕은 접시에 물을 답고 그 안에 꽃가루 입자를 떨어뜨렸을 때 입자가 물분자들과 충돌하며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꽃가루 입자는 밀도나 농도 차이에 의해 확산되면서 물분자들과 충돌해 불규칙한 궤적을 만들게 되는데 이 운동을 물리학 분야에서 대표적인 랜던 워크 문제로 알려져 있다 이때 우리는 꽃가루 입자를 위치를 정확한 예측할 수는 없고 다만 확률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바슐리에의 연구는 이제껏 비과학적인 주먹구구식 분석에 그치던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과학적인 시각에서 관찰하고 분석한 최초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금융수학이 금융시장에서 실용적으로 적용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이 시기에 금융시장에서는 새로운 종류의 금융상품인 파생금융상품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파생금융상품이란 농산물, 외환, 주식 등과 같이 자산이 되는 금융 상품을 기초로 하여 이들의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고 최소한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거래자의 특수한 조건에 맞게 각종 금융상품을 결합시켜 만든 상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파생금융상품으로 선물이 있는데 이것으로 배추 가격 변동에 상관없이 미리 계약한 가격에 상품에 거래된다. 한편 파생 상품의 위험 분석과 가격 결정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연구는 1973년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스의 옵션 가격 결정이론이다. 놀랍게도 이 이론도 물리학에서 도체 내 열 전달을 기술하는 열전도 방정식과 유사한 형태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물리학과 경제학 사이의 높은 벽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 로켓 과학자들이라고 불리는 나사 출신의 물리학자들이 월스트리트에 진출하면서부터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애널리스트를 뽑기도 했다. 물리학자들이 증권가를 간 이유는 경제분야에서 물리학자들의 능력을 필요로 한 것이다. 전통적인 금융이론은 고도로 다양화되고 복잡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데 심각한 한계를 드러낸다. 금융전문가들은 복잡한 과학과 카오스 이론, 컴퓨터 모델링과 확률 인론 등 물리학자들이 고안해낸 방법론에서 그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분석적인 사고에 능한 물리학자들이 경제학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데 실마리를 제공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널리 받아들여진 자본 시장 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는 효율적인 시장 가정으로 주가는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주가 예측을 바탕으로 주식 투자를 할 수 없다고 단정짓는 이론이 바로 랜덤 워크 이론이다. 그래서 이 이론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전략이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와 포뮬러 플랜 방식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는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추고 수익을 높이자는 투자 전략이고 포뮬러 플랜은 주가 예측은 무시하고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자동적으로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투자기법이다. 이것은 기관투자자에게 유용한 투자 방법이다 그러나 실제 증권시장은 효율적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정보를 즉각적으로 처리하지도 않을뿐더러 합리적이지도 않다. 물가, 경기, 기업의 수익력, 금리, 통화, 정국의 동향 등 쏟아지는 정보들은 해석하기 조차 힘들며 똑같은 정보라도 개인이나 기관의 해석 능력도 차이가 있다. 현대 금융 경제학에서는 기대 수익 최대화와 함꼐 위험 최소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 떄문에 시장이 완전한 효율성을 얻기가 힘들다. 지난 수십년 동안 통계분석, 데이터베이스 축적, 이론 모형 등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지만 효율적 시장 가정에 대한 의견의 일치를 보지 않았고 더 정교한 수학적 모형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고 여기에 물리학자가 요구되었다

     

    물리학자들이 금융가에 제일 먼저한 일은 주가 지수의 변화가 랜덤한가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주가변동이 완전히 노이지인지 아니면 유한개의 변수로 표현할 수 있는 규칙적인 카오스 신호인지 알아보았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주가 지수는 매우 복잡하게 변하긴 하지만 완전히 랜덤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사한 구조를 되풀이하는 프랙털 신호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가변동을 모형화하는데 필요한 변수는 10개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랜덤워크이론에 의하면 과거와 미래는 아무 상관이 없고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보았으나 카오스 이론에서는 숨겨진 질서나 규칙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카오스 이론에 기초한 과학적 투자기법에 의해 펀드매니저가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스팬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주식시장은 생물학적 진화 모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투자자들은 서로 경쟁하며 시장환경에 적응해나간다. 그러나 모든 투자자들은 바람직한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고 제한된 정보에 기초해 나름대로 최선의 전략을 짤 것이다. 그래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볼 것이다. 주식시장이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야 하는 아마존의 거대한 밀림과도 같다. 이 이론에 기초하여 산타페 인공 주식 시장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시장의 복잡한 행동이 마치 생물들이 진화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편 금융시장에 대한 수학적인 모델과 데이터 분석은 금융공학에서 중요한 연구분야가 되어서 복잡한 계산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정통한 물리학자들이 앞으로 실물시장 연구에 더욱 활발히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학자들이 여기에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물리학자들의 증권가 진출은 경제학계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방법론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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