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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경제학을 뒤엎는 물리학자가 주장한 복잡한 경제학이란 무엇인가아들을 위한 인문학/경제 2022. 2. 26. 02:37
1987년 10월 뉴욕의 다운존스 평균 주가가 하루 동안 508포인트 전날에 비해 무려 22.6%가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역사는 이날을 블랙먼데이라 부른다. 불과 몇 달 전인 8월만 해도 다우존스 지수는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이 40%를 기록하는 등 수직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고치인 2722포인트를 수립했다. 이 같은 호황 분위기 속에서 주가 폭락의 조짐을 눈여겨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뉴욕증시의 대폭락은 일본,영국,싱가포르 등지에서도 주가폭락을 불러 일으켜 전 세계적으로 1.7조억 달러가 증발했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시장균형을 신봉하는 현대 주류 경제학 이론에서 보자면 1987년 주가 대폭락은 지극히 예외적 사건이었다. 많은 증시 분석가들은 블랙먼데이의 주요원인으로 증시의 불안정이나 시장 경제의 불균형보다는 컴퓨터를 이용한 거래를 지적하고 있다. 신문 경제면에서는 결코 그렇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1929년 대공황 아래 11차례에 걸친 역사적인 주가 폭락이 있었다. 1929년, 1937년, 1989년, 1997년 주가 폭락은 모두 10월에 발생했다하여 뉴욕 증시는 10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부른다.
애덤 스미스와 레옹 빌라는 시장의 안정성과 수요-공급의 균형을 복음처럼 받들어온 주류 경제학자들은 요동치는 주가아 불안정한 증시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경제는 항상 완전히 평형 상태에 놓여 있으며 공급과 수요는 정확히 일치하며, 주식시장은 폭등이나 폭락으로 흔들리지 않으며 자유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최상으로 만들어 내리라 믿고 있다
현실경제는 어떠한가. 경제는 늘 불안정하며, 공급과 수요는 그 실체가 정확히 파악되지도 않을뿐더러 시장은 격변과 불균형 속에 항상 혼잡하기만 하다. 작은 정치적 사건에도 사정없이 사정없이 흔들리는 주식시장은 폭락과 폭등이 되풀이되곤 한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현실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균형,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 경제 패턴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해답도 제시하지 못한다
20세기 후반 복잡한 시스템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던 일련의 물리학자들은 기존의 경제적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경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물리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애덤 스미스에 이어 레옹 발라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모든 경제 주체는 완전한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며 자신의 효용이나 이윤을 최적화한다. 즉 한계효용체감의 법칙과 한계비용체증의 법칙이 있다. 이것을 토대로 개별 주체의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을 가격와 판매량을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주체는 합리적 판단을 하기 때문에 모든 시장은 동시에 균형을 이르게 된다는 일반균형이론에 이르게 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당구게임에 관한 비유로 답한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신봉장인 그는 교육이나 사회 복지 등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에 반대하며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구는 정교한 물리법칙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나 당구를 칠 때 당구공이 부딪치는 각도나 속도를 계산하면서 게임을 하진 않는다. 그들은 택한 방법은 물리 법칙으로 찾아낸 방법과 대부분 유사하다. 경제주체들이 실제로 미분을 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지만 실제 행동 결과가 이론과 일치한다면 신고전주의의 경제 이론은 현실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당구게임은 단순한 상황이고 현실은 복잡하게 이루어진 다양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물리학자들은 경제 현상을 복잡한 경제학이라며 불리며 그들의 패러다임은 경제을 안정된 평행 상태에 놓인 시스템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환율이나 금리, 물가, 주가 지수 등 다양한 경제 지표들이 보이는 복잡하고 불규칙한 등락의 원인이 간단하게 파악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초기의 작은 차이가 나중에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은 불안정하며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고착화되기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모든 경제 주체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각자 개성과 특성을 가진 존재들로 인식한다 그들에게 경제는 끊임없이 전개되는 다양한 패턴들과 열린 가능성으로 가득 찬 시스템인 것이다 이 시스템을 결정론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며 통합주의적인 관점에서 전체 시스템의 운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물리학자들이 주장하는 복잡한 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수확체증의 법칙을 알아보아야 한다. 주류 경제학은 현실 경제의 안정과 균형의 원인을 수확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수확체감의 법칙은 두 번째 먹은 사탕은 첫 번째 먹은 사탕보다 덜 달고 비료를 두배로 쓴다고 해도 수확은 두배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확체감은 어떤 회사나 상품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는 늘 다양하고 조화롭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와 반대로 두 번째 먹는 사탕이 더 달게 느껴지는 일은 없을까 ? 한번 그 사탕을 맛본 사람들이 계속 그 사탕만 먹게 되고 그것이 독점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브라이언 아서가 복잡한 과학 이론의 체계를 세우고 물리학자들의 복잡성 이론을 경제학계에 수용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는 수확체증의 법칙으로 설명하는데 특히 선점의 효과에서 그것을 뚜렷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같은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 경쟁이 붙어 수입이 줄 것 같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방문해 수입이 증가하게 된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할리우드, 테헤란로 벤처타운이 그사례이다. 영화에서도 순수하게 자신의 재능만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단 한편의 성공작을 내는 행운으로 지명도를 얻어 초고속 성장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선점효과로 인한 초기의 작은 차이가 점점 큰 수익성을 초래하여 시장을 장악하고 독점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가장 효율적인 기술이 합리적인 소비자들에게 선택된다는 신고전주의 학자들의 주장과는 반대이론이다. 복잡한 경제학에서는 초기 우연성과 과거 의존성에 따른 비효율적 상태로의 고착, 복수 균형, 균형으로의 회귀가 아닌 증폭적 상호작용 등의 개념으로 경제를 새롭게 설명하고 있다. 복잡한 경제학은 아직 체계적인 패러다임을 갖추진 못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계는 미국식 자유주의 경제학이 맹위를 펼치고 있다. 유럽은 수정 자본주의나 제 3의 길을택하고 있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자유시장이라는 이상은 개인의 권리우ㅏ 자유라는 미국인의 이상과 일치한다. 그들은 그저 사람들이 자기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둘 때 사회는 가장 효율적으로 돌아간다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경제학은 자유시장의 효율성과 미국식 자유주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 세계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무수한 많은 패턴으로 자체 조직화하면서 진화한다면 경제학자들은 그것을 과학이 아니라고 하여 물리학자들의 복잡한 경제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의 본질은 자연의 근본적인 원리를 드러나게 해주는 설명에 있다. 물리학자들은 주류 경제학을 부정하고 뒤엎으려 하지만 그들의 연구는 풍성한 경제학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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