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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를 열광시킨 고추의 전래과정은 어떠했나
    아들을 위한 인문학/음식 2021. 11. 27. 03:28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한 고추가 후추여야만 했던 이유는>

    영어로 후추는 페퍼이고 고추는 핫페퍼 또는 레드페퍼라고 불리고 고추를 개량한 피망은 스위트페퍼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고추나 피망은 후추를 뜻하는 페퍼가 들어간다. 고추는 후추와 모양이나 맛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무슨 연유로 고추가 후추의 이름이 들어간 것인가 이는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에게 보답하고 싶어 했던 콜럼버스의 고뇌가 숨어있다. 콜럼버스에게 아메리카 대륙은 인도여야 했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한 고추는 후추여야 했다

     

    <후추를 향한 욕망에서 시작된 아메리카 대륙 탐험>

    인도 항해를 목적으로 스페인에서 출발해 대서양으로 향한 이탈리아 출신 콜럼버스는 애초 목적지인 인도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1492년 역사에 길이 남길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탐험하는데 성공했다. 콜럼버스는 자신이 도착한 땅을 인도로 착각해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던 원주민을 인도 사람이라는 의미의 인디언으로 불렀다. 그는 카리브해에 있는 섬에 서인도제도라고 이름을 불렀다. 그의 항해 목적은 인도에서 후추를 확보해 스페인으로 직접 들여오는 직항로를 개척하는데 있었다. 그 무렵 육류를 보존하는데 필수품이었던 후추는 아시아 각지에서 생산되어 인도로 모였고 다시 아랍상인의 손을 거쳐 유럽으로 들여왔다. 당시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아시아의 후추 무역이 아랍상인들의 손아귀에 놓여 있었다. 한편 유럽으로 고추를 들여오면서 콜럼버스는 뻔히 알면서도 궁여지책으로 고추를 후추라고 속이는 앙큼한 거짓말을 꾸며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치만 고추는 매운맛이 강하고 풍미가 후추와는 달랐기에 후추를 대신할 향신료로 인정받지 못했다. 유럽인은 좀처럼 고추를 향신료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추는 아시아에서 모든 향신료를 압도해서 받아들였나>

    고추는 유럽인들에게 외면당했지만 오랫동안 항해해야만 하는 뱃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식물이었다. 당시 뱃사람들은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괴혈병이었는데 비타민 C를 다량 함유한 고추는 괴혈병 예방과 치료에 특효가 있었다. 고추는 포르투갈의 교역 경로를 따라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전해졌다. 이들에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 과정에 단순한 음식 재료를 뛰어넘는 고추의 새로운 효용성이 발견되었다. 고추가 가진 요리 보존 효과를 꼽을 수 있다. 매운맛이 나는 고추는 해충 번식을 예방하기 때문에 고추가 들어간 음식은 상하지 않았다. 무더운 대륙에서 감퇴한 식욕을 돋워주는 음식재료로 쓰였다. 인도 카레와 태국 똠얌꿍 그리고 중국 쓰촨요리에도 매운맛을 내는 고추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게 되었고 영양가가 높고 발한 작용을 촉진하는 고추는 더운지역에서 체력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간을 매혹하는 식물들>

    아시아인들은 고추의 매력에 빠진 이유가 강한 중독성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커피,홍차,코코아 음료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물질로 카페인이 중독성이 있다. 카페인을 칼로이드라는 독성물질의 일종이자 해충과 동물로부터 식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기피물질로 추정한다. 이 카페인의 화학 구조는 니코틴이나 모르핀과 흡사해서 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카페인은 음료뿐 아니라 카카오 열매로 만드는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 콜라음료의 원료인 콜라나무에도 역시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인간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고추의 캡사이신이 내장 신경에 작용해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고추를 먹으면 혀가 아려오면서 매운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인간의 미각에 매운맛이 없다고 한다. 본래 인간의 미각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다. 그래서 쓴맛은 독을 식별하는 수단, 신맛은 상해서 시큼해진 음식을 판별하는 수단이다. 단맛은 인간으로 진화하기 전 원숭이가 먹이로 삼던 과일의 익은 정도를 식별하는 수단이다. 캡사이신의 매운맛은 일종의 통증이다. 혀가 통증을 느끼면 몸은 그 통증의 원천인 고추를 빠르게 소화하고 분해하기 위해 위장을 활발하게 움직인다. 고추를 먹었을 때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이유이다

    우리 몸이 캡사이신의 독성을 중화해서 배출하려고 다양한 기능을 총동원하면서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이마에 땀이 맺힌다. 갑자기 캡사이신의 침투로 뇌는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을 배출한다. 엔도르핀은 모르핀 같은 진통 작용을 하며 피로와 통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고추는 가루나 소스 형태로 한국요리, 멕시코 요리, 중국요리 등에 주로 쓰인다. 그 중 고추장 형태로 만들어 섭취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새를 이용한 번식하는 고추의 독특한 진화전략>

    식물의 열매가 붉은 색을 띠는 이유는 새를 불러들여 열매를 먹게 함으로써 새가 씨앗을 퍼뜨리게 하기 위해서다. 덜 익은 열매는 초록색에 쓴 맛을 내고 잘 익은 열매는 붉은 색에 단맛을 내는 것도 그래서다. 원숭이 같은 포유동물은 매운 고추를 먹지 못하지만 새는 태연하게 앉아 잘 익은 고추를 맛있게 먹어치운다. 그 이유는 새에게는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을 느끼는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매운맛을 느끼지 못한다. 어쩌면 새는 매운 고추를 먹으면서 토마토나 딸기를 먹을 때처럼 달콤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고추는 씨앗을 퍼뜨려줄 동반자로 포유류 등의 길짐승이 아닌 날 짐승을 선택한 식물이다. 그래서 동물에 비해 먼 거리를 이동하므로 더 넓고 빠르게 씨앗을 퍼뜨릴 수 있다

     

    <피망과 파프리카에 스며드는 후추에 대한 향수와 동경>

    유럽에서 아시아로 전해진 고추는 삽시간에 퍼져 나가 자연스럽게 현지의 식문화로 받아들여졌다. 유럽인들은 종종 고추를 아시아 토종 작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이는 고추의 매운맛은 유럽인의 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추 중에서도 되도록 매운맛이 덜한 품종이 특별히 선택받아 유럽의 각 나라로 전해졌다. 이에 대표적인 것이 피망과 파프리카이다. 식물의 열매는 익으면 붉은색 등 아름답고 강렬한 색을 띠면서 달콤한 맛을 낸다. 파프리카는 헝가리어로 검은후추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파프리카에도 후추를 향한 유럽인의 아련한 추억과 동경이 은밀하고 다채롭게 스며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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