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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의 산물인 바게트는 모두가 평등하게 먹게 하고 전통을 이어가는데아들을 위한 인문학/음식 2021. 11. 4. 04:31
1980년대까지 빵집하면 바로 독일을 떠올릴 정도로 우리나라엔 독일식 빵집이 많았다. 그런데 1988년 광화문에 문을 연 파리 바게뜨라는 빵집이 인기를 끌면서 독일식 빵집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이 파리 바게뜨는 2014년에 전국에 3천개 이상의 점포를 둘 정도로 급성장했다. 요즈음은 군이나 면 소재지에서도 이 빵집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소문난 프랑스에서 바게트가 이렇게 싼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도 부담없이 바게트를 사 먹을 수 있도록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담긴 철학은 국가가 생필품의 가격을 통제해서라도 국민이 먹는 문제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프랑스 혁명의 정신과 프랑스식 사회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바게트 외에도 포도주, 커피, 치즈 등의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프랑스 바게트는 프랑스 혁명의 산물이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지 얼마 안 된 1793년 국민 공회는“이제부터 모든 프랑스인은 똑같은 빵을 먹어야 한다”라는 법령을 공포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 프랑스 혁명으로 모두가 평등해진 체제에서 부자와 빈자의 구분은 없어야 한다. 따라서 부자는 최상품 밀가루 빵을 먹고 빈자는 밀가루 빵을 먹는 일도 없어야 한다. 모든 제빵사는 감방에 가는 게 싫으면 평등의 빵이라는 단 한 가지 빵을 만들어야 한다. 1856년 나폴레옹 3세는 이 평등한 빵의 크기와 무게를 40㎝와 300g정도로 규격화하려고 한적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도 현대화와 기업화 바람이 불었다. 제빵업도 이러한 흐름에서 비켜 갈 수 없었다. 바게트도 기계로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대량생산으로 제빵 회사는 해외로 진출할 수 있었지만 동네 골목에서 전통 방식으로 바게트를 만들던 제빵사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참다못한 제빵사들은 1980년 말 전통과 자신들의 생존권을 내세우며 바게트의 기계화와 기업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1993년 빵에 관한 법령을 제정해 제빵사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프랑스 전통 바게트를 만드는 규정도 생겼다. 여기에 따르면 프랑스 전통 바게트는 밀가루, 물, 효모, 소금만을 넣어야 하였다. 프랑스 바게트는 국가의 적극적인 보호 하에 오늘도 그 전통을 꿋꿋하게 지켜 나가고 있다. 바게트의 어원은 막대기를 의미하는 라틴어 바쿨룸인데 이는 바게트가 마치 막대기처럼 길게 생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불편한 진실이 있는데 진짜 바게트는 한국에서 드물다는 것이다. 한국 바게트는 크기가 작아서 45㎝정도이지만 프랑스 바게트는 65㎝정도이다. 프랑스 바게트는 겉은 딱딱하지만 안은 부드럽고 고소한데 한국 바게트는 질기고 고소한 맛도 덜하다. 프랑스 바게트는 1500원정도인데 한국에서는 3000원정도로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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