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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정체를 숨기는 가면과 복면의 어감 차이를 아시나요
    아들을 위한 인문학/우리말 어감 2021. 7. 30. 05:47

    가면은 얼굴을 가리는 도구다. 왜 얼굴을 가리는가. 타인의 시선을 거부하고 자신의 존재를 은폐하기 위해서다. 얼굴은 공공연한 이름표이고, 그것은 행동의 당위를 요구한다. 그러한 요구는 때로 마음속의 내밀한 욕망을 억압한다. 따라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다는 것은 뭇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억압되었던 욕망의 고삐를 풀어놓는 일이다. 베네치아의 카니발을 비롯한 축제 행렬에 어김없이 화려한 가면이 등장하는 것도 그 같은 해방의 욕망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정체를 감춤으로써 숨은 욕망을 해방하는 것은 가면의 부분적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가면을 쓰는 보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불완전하고 미약한 존재인 인간은 아득한 옛날부터 힘 있는 존재가 되기를 꿈꾸어 왔는데 가면은 그러한 변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수단이었다. 우리의 먼 조상들은 신이나 망자의 혼령을 나타내는 가면을 쓰면 초자연적인 존재나 샤먼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가면의 주술적인 힘을 빌려 액을 막거나 악귀를 쫓아내거나 비를 내리게 하는 제의를 치렀다. 또 그들은 동물가면이나 공포스러운 형상의 가면을 쓰고 사냥을 하거나 전쟁을 벌였는데 이 역시 가면을 통해 강자로 변신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세계 여러나라의 전통 무용이나 연극에서도 온갖 가면이 사용되어 왔는데 이 경우에도 다른 존재로 변신하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숨어 있다

     

    그런데 가면과 유사한 물건이 있는데 복면이 있다. 이것은 얼굴을 감추기 위한 물건이라는 점에서 가면과 유사하지만 몇가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가면은 얼굴을 묘사하여 만든 형상물인데 비해 복면은 얼굴을 가리는데 사용된 물건으로 가리킬 뿐 별개의 형상물은 아니다. 곧 가면은 특정한 표정과 인상을 가진 독립된 조형물이지만 복면은 벗는 순간 천조각일 뿐이다. 또 가면은 눈과 입을 뚫거나 눈만을 뚫어서 얼굴전체나 일부를 덮어 쓰지만, 복면은 일반적으로 눈과 입만 내놓은 채 얼굴과 머리를 모두 덮는다. 만드는 재료도 가면은 나무,종이,,금속,가죽,천 따위로 매우 다양하지만, 복면은 주로 보자기나 수건 같은 천으로 제한되어 있다. 사용목적이나 동기도 다르다. 가면은 유희,주술,수렵,전쟁,예능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복면은 주로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얼굴을 감추는 경우에 사용된다. 복면강도나 복면자객에서 알 수 있다. 한편 가면은 비유적으로 쓰여 겉으로 내세우는 거짓 모습을 뜻할 수 있지만 복면은 그런 뜻은 가질 수 없다. 그는 늘 내 앞에서 친절한 척, 착한 척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에서 가면은 본심과 다른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의미한다. 이 같은 용법은 흔히 부정적 어감을 담고 있지만 분석 심리학에서는 가면은 인간의 생존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분석 심리학자 카를 구스파트 융은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수많은 페르소나, 즉 가면을 쓰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고 하였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연기할 때 쓰던 가면을 가리키던 말이었으나 현대 심리학에서는 어떤 사람이 타인에게 인정받거나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진짜 속마음을 누르고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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