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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 상권을 움직인 향신료에 대해
    아들을 위한 인문학/음식 2026. 2. 12. 01:06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친 맛의 재료는 향신료다. 유라시아 세계를 동양 중앙 서양 세부분으로 나누면 향신료는 주로 인도 등의 중앙에서 생산되었다. 아라비아해를 경유하여 서양으로, 남중국해를 경유하여 동양으로 향신료가 전달되면서 유라시아 상권이 형성에 공헌하였다. 인도와 남아시아에서는 더위로 인해 식자재가 쉽게 부패하였기 때문에 악취를 제거하고 살균하기 위해 저렴한 향신료를 복합적으로 요리에 이용하였다. 동방의 향신료는 지중해와 유럽 세계에서 사치품이자 동방의 선진 문명의 맛이었다. 유럽에서 향신료는 맛을 내기 위한 미각 작용 외에도 향을 피우는 방향 작용, 색을 입히는 착색, 고기의 악취를 제거하는 교취 자 작용 등의 기능이 있다고 여겨졌다. 기본적으로 육식 문화였던 유럽에서는 미각이 시각이나 후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며 특히 냄새의 비중이 높았다. 향이 좋은 향신료가 유럽에서 귀하게 여겨졌던 이유다. 매운 맛이라는 미각을 중시하는 것은 머스터드, 생강, 고추 등이고 방향성을 중시한 것이 바질, 민트, 시나몬, 육두구 등, 채색용으로 이용한 것이 사프란 강황 파프리카이며,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이용한 것은 마늘, 로즈메리, 양파 등이었다. 향신료는 열대 또는 아열대에서 생산된 방향성을 가진 씨앗, 열매, 나무껍질, 뿌리줄기, 꽃봉오리 등을 건조시킨 것으로 일반적으로 매운맛을 띠고 소화액 분비의 촉진, 신경 흥분, 강정 작용 등 많은 약효를 지녔다고 여겨졌다. 특히 향신료의 방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는데 향의 요인은 주로 정유 성분이며 산지, 재배조건, 수확 시기 등에 따라 품질이 달라졌다. 로마 제국 시대의 에리트레아해 무역, 다우선을 이용해 아라비아해와 남중국해를 연결한 이슬람 상인의 무역, 정크선을 이용한 중국 상인의 동남아시아 무역, 대항해시대의 아시아 무역처럼 세계사에 등장하는 대상권의 주역 상품은바로 향신료였다.

    지구는 70%가 바다이며 육지는 단지 30%에 불과하다. 게다가 육지는 산, 사막, 거친 땅 등 장애가 있어 상업 지역은 한정되었다. 그에 비해 바다와 강은 어느 정도의 항해 기술만 있으면 장대한 수로로 이용할 수 있었으며 간선 경로가 되는 바다에 주변의 섬, 하천을 따라 거대한 상업권을 형성하였다. 육로에서 말, 낙타 등의 가축을 이용하여 상업을 했던 시대에 바다 위에서 풍력을 활용한 범선은 상품의 운반량, 속도, 지구력 등 모든 측면에서 우위에 있었다. 50톤의 물건을 배로 간단히 옮기는 데 비해 육로로 운반하려면 200마리 이상의 낙타가 필요했던 것이다. 세계의 주요 대양으로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이 있는데 아주 오랜 과거부터 항로가 개척된 곳은 바람의 방향이 정기적으로 변하는 계절풍을 이용할 수 있었던 인도양 북부에 있는 아라비아해였다. 중국, 동남아시아를 배후에 둔 인도와 서아시아, 홍해, 그리고 지중해를 잇는 아라비아해는 향신료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바다, 즉 향신료의 바다였던 것이다. 8세기 후반에 세워진 아바스 왕조시대에 이라크 지방의 바그다드를 제국의 수도로 하면서 아라비아해가 이슬람 상권의 중심이 되었다. 10세기 후반에까지 중국 상인도 정크선의 맹활약하는 시대였는데 주력 상품으로는 후추, 시나몬, 정향나무, 육두구 등의 향신료였다. 십자군 운동 이후 지중해의 동쪽에서 활약한 이탈리아 상인이 이슬람 상권과 강력한 연합을 맺게 되면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고가의 향신료를 구입하고 고액의 중계 마진을 붙여 유럽 각지에 판매하였다. 이렇게 발흥한 오스만 제국이 향신료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자, 유럽인이 향신료 산지인 아시아로 직접 가서 향신료를 저렴하게 손에 넣으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게 되었다. 향신료의 맛과 향을 추구하는 욕망과 향신료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대항해 시대라는 바다의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에게는 강한 향이 강력한 약효를 수반한다고 생각하여 귀하게 여겨졌다. 그 결과 향기가 맛보다 우선되어 중세 유럽에서는 요리에 많은 양의 향신료를 넣는 것을 최고의 사치라고 생각했다. 향신료가 주술력을 지닌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한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문향이라는 놀이가 있었는데 여러 향을 차례대로 피우거나 함께 피우고 향료를 맞추는 놀이었다. 지금 일본에서는 향도라는 문화가 존재하기는 하다. 그리고 4대 문명이 탄생한 건조지대는 자연의 향이 부족하다. 또한 도시 문명이 빠르게 자리잡은 지역에서는 좁은 공간에 인간이 밀집되어 생활하면서 악취와 이상한 냄새에 대한 기분 좋은 향기가 필요했다. 육식으로 인해 몸에서 나는 강한 냄새도 방향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도시 문명이 발달한 서아시아, 인도, 중국, 지중해와 유럽에서는 독자적인 향기 문화가 성장했다. 영어에서도 사물 자체에 나는 향인 아로마(aroma) 입에서 느끼는 향인 flavor, 성적인 향인 perfume, 그다지 좋지 않는 향인 smell등 향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방향과 강렬한 향, 또 그러한 향의 조합은 인체에 유익하고 강장제나 최음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주류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아비시니아나 소말리아에서 생산된 유향, 아라비아 남부에서 생산된 몰약 등 향료를 조합한 키피라는 복합 향유를 사치품으로 여겼다. 유향과 몰약은 모두 매운 향을 내뿜는 감람나무와 수지로, 이상적인 향을 내고 분비 억제, 생리 불순, 건위에 좋다고 하여 귀중하게 생각하였다. 이러한 향기를 몸과 마음의 약으로 간주한 사고방식은 그리스와 로마 세계로 계승되었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향신료와 벌꿀을 섞은 자양강장 와인을 만능 약으로 생각하였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醫食同源(의식동원)라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한 먹거리 사상이 있으며 한국의 약식동원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동아시아의 공통적인 사고방식이 되었다. 여러 약초를 섞여 달여 마시는 한방약의 발상이 동아시아의 맛의 세계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 이후에 음과 양의 작용에 의해 오행이라는 나무 불 흙 금 물의 다섯 가지 요소가 변화하며 모든 현상이 발생한다는 음양오행설이 먹거리 세계를 설명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의식동원은 다섯 가지 맛, 달고 시고 짜고 쓰고 매운 맛의 조화에 의해 다섯 개의 내장인 간장, 심장, 폐장, 비장, 신장을 통제한다고 이해되었다. 많은 식재료의 약효를 철저하게 조사하여 음 양 온 냉으로 구분하고 복잡한 맛의 혼합의 요리의 목적이 되었다. 이것이 많은 식자재를 중식 냄비 한데에 섞는 중화요리의 발상이다. 식자재의 고유의 감칠맛을 끌어내기보다 맛의 가감을 통해 몸에 좋은 복잡한 맛의 창조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향이 강한 향신료보다 약효가 있는 약으로서의 향신료가 요리에 더 많이 사용되었다. 요리를 통해 불로장생과 충실한 정력을 기대한 것이다. 특히 매운맛은 신체를 따뜻하게 하고 나쁜 기운을 제거하며 소화를 돕고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맛으로 자리 잡았으며 부추, 마늘, 염교, , 달래의 다섯 가지 매운맛이 중요해졌다. 중국의 전통 향신료는 초피, 생강, 계피 등의 대표적인데 송나라 시대 이후 정크선을 통해 동남아시아 인도와교역이 활발해지면서 후추 등 해외의 향신료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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