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이라기 보다 사회학적 접근에 가까운 2005년 괴짜 경제학에 대해아들을 위한 인문학/경제 2025. 8. 5. 02:30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괴짜경제학을 통해 수학공식과 법칙이 아닌 이야기로서의 경제학을 보여준다. 책에 소개되는 일화들은 희소한 자원의 가장 효율적인 배분 방법을 탐구하는 경제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오히려 사회학에 더 가깝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책은 마약을 밀매하는 갱, 교수들과 부동산 중개업자 등의 행동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면서 순전히 경제 교과서 속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원리들이 어떻게 현실세계에서 적용되는지 이야기한다. 괴짜경제학은 공통적인 테마가 없는 이야기들을 경제학자의 시선에서 써 내려간 책이라고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보려면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사회현상들이 사실은 커다란 오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읽는 것이다. 이책의 세가지 주제로 나누는데 경제적 인센티브, 정보의 비대칭성, 행동 편향과 비합리적 의사결정이다.
경제적 인센티브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고 손해는 피하려고 한다는 당연한 논리다. 가치판단을 걷어내면 사람의 행동은 결국 이해관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로 부정행위를 든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때 도덕적으로 판단한다고 믿으며 부정행위는 나쁜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카고 대학 교수가 부정행위를 소개한다. 교수들이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의 시험지를 우수 답안으로 바꿔치기한 예가 그것이다. 게다가 행동을 결정하는 인센티브가 굳이 경제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 어린이 집에서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에게 소정의 벌금을 부과하자 부모들의 지각은 오히려 2배로 뛰었다. 벌금이 죄책감에 대한 면죄부가 돼버린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행동은 도덕적 가치 판단과 관계없이 다양한 종류의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얻을 게 충분히 많으면 누구나 부정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제는 정보의 비대칭인데 사람들이 접하는 정보가 다르다는 의미다. 저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이 생활 권력에 끼치는 영향을 밝히면서 아는 게 힘이다라는 말이 진실임을 보여준다. 1920년대 800만명의 회원을 거느렸던 미국 KKK는 흑인들을 기습적으로 마녀사냥하여 살해하는 방식으로 공포를 조장해 그들의 투표참여와 인권운동을 막았다. 그러나 내부 고발자가 등장하면서 KKK의 가장 큰 권력이던 비밀주의와 공포심이 파괴된 것이다. 괴짜경제학은 정보 우위를 잃어버린 KKK의 몰락과 같은 커다란 사회 현상만을 설명하고 아울러 일상생활 속에서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이익을 누리는 상황도 설명한다. 그 예가 부동산중개업자로 낮은 가격에 집을 사서 최대한 비싸게 파는 과정에서 이를 위해 중개업자들은 주택 구매자들에게 집의 하자를 감추고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변호사, 의사 등 상대방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우위를 이용해 더 많은 이익을 누린다.
세 번째 주제는 행동편향과 비합리적 의사결정이다. 우리는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언제나 이성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 잘못된 사회통념에 휩쓸리곤 하며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 해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980년대 미국은 마약이 사회적 병폐로 있었고 갱단 마약 딜러들이 떼돈을 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실제로 연 10만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은 극소수였으며 대부분 마약상은 최저 시급 수준의 돈을 벌 뿐이었다. 마약 비즈니스에 뛰어든 이들 네명 중 하나는 거리에서 죽는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마약 거래에 뛰어들었다. 그 이유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내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즉 사람들은 희박한 대박을 위해 성공 확률이 낮고 죽을 위험은 높은 도박에 베팅하고 있던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편향돼 있으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정보는 한정돼 있다라는 것이다.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며 생각보다 주변 환경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성적으로 행동하며 주변의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며 설령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더라도 어떤 파급효과가 벌어질지 전혀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면저 저자는 통계학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하다며 두소년의 예를 들었다. 한 아이는 흑인으로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갱단에 가입한다. 다른 아이는 백인으로 유복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흑인은 훗날 하버드 대학 경제학자가 된다. 유복했던 백인은 하버드대 졸업 후 미치광이 우편 폭탄 테러리스트가 된다
괴짜경제학은 경제학 책도 사회학 책도 아닌 것 같은 탓에 출간 후 양쪽 학계로부터 날카로운 비평을 받았다. 그러나 어렵게만 느껴지는 학문을 일상생활 속으로 가져와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에는 대성공을 했다. 괴짜경제학이 펼치는 주장과 논거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21세기를 살아가는 경제학자들에게 큰 숙제를 의도치 않게 던져주었다. 케인즈 이후 경제학은 더 어렵게 더 수학적으로 변해왔다. 경제는 보통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이런 맥락에서 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후보가 결국에 문제는 경제야라고 한 것까지 고려할 때 경제학이 점점 비경제학자가 접근하기 어려워지는 학문이 된 것이 애석한 점이다. 괴짜경제학이 부족한 학문적 전문성과 논리적 건전함에도 보통의 사람을 위한 스토리텔링으로 대성공을 거둔 것은 대중이 현실세계에 대한 쉽고 명료한 경제학적 설명을 갈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들을 위한 인문학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U 출범으로 유로에 숨겨진 야망은 (2) 2025.10.02 라틴아메리카 시장경제의 기수인 칠레에 대해서 (2) 2025.08.26 이라크, 가장 뜨거운 돈의 전쟁터가 되다 (2) 2025.06.19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0) 2025.05.08 냉전의 뒤편에서 일어난 치열한 경제 전쟁에 대해 (0) 202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