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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경관과 실향민의 정서가 어우러진 속초아들을 위한 인문학/국내여행 2025. 5. 15. 03:00
한때는 수도권에서 출발해 속초로 가려면 인제군 북면 원통리를 지나간다. 보통 군인들이 입대하면서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고 한탄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산골 속에 요충지로 큰 시가지가 형성되었다. 태백산맥은 높고 연속성이 강해 동서 간 교통의 장애물 역할을 수행했는데 원통과 속초 사이에는 한계령, 진부령, 미시령 등을 통해 장애물을 넘어간다. 태백산맥의 골짜기 사이사이에 있는 평지는 해발고도가 높고 겨울이 길어서 황태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겨울철에 속초 앞바다에서 명태를 잡은 후 항구에서 내장을 제거하고 고개를 넘어 고지대로 가져온다 여기에 덕장을 만들고 한겨울을 보내면 명태는 고급 요리 재료인 황태로 변신했다. 속초나 원통에 황태 판매점이나 전문식당이 많았다. 군인과 관광객이 많았던 원통리 마을이 최근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었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뚫렸기 때문이다. 피서는 서쪽을 피하라고 해서 피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서해안은 황해의 수심이 낮고, 조차가 크며, 갯벌 해안이 대부분이라 맑은 물을 구경하기가 힘들지만, 동해안은 동해의 수심이 깊고, 조차가 거의 없으며 대부분 암석해안이나 모래해안이라 언제나 맑은 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태백산맥이 남북으로 달리면서 동과 서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동쪽 동해안은 영동지방, 서쪽 내륙 산간은 영서 지방으로 불렸다. 대관령은 이 영동과 영서를 나누는 고개가 된다
영서지방에는 강원도의 감영이 있었던 원주를 중심으로 지금 도청이 있는 춘천 등이 위치하고 영동지방에는 강릉을 중심으로 위로는 양양과 고성, 남쪽으로는 삼척과 지금은 경북으로 넘어간 울진 등이 있었다. 속초는 일제강점기까지는 양양군에 있는 작은 포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양양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항구로 속초가 이용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전쟁이 끝나면 곧 고향으로 돌아갈 줄 알고 몰려든 실향민들이 터를 잡으면서 더 큰 도시로 발전하게 되었고 1963년 양양군에서 분리되어 속초시가 되었다. 속초가 더욱 발전한 계기는 설악산이 있어서이다. 금강산에 가려진 설악산이 분단이 되면서 비교 불가한 산악 국립공원으로 자리매깁하게 되었다. 흔히 지리산은 웅장함, 주왕산은 기암괴석, 오대산은 계곡의 아름다움, 내장산은 가을 단풍이 뛰어난 산으로 유명한데 설악산은 이 모든 것을 모아놓은 산으로서 으뜸이다. 설악산은 높이 1708m로 남한에서는 한라산, 지리산 다음으로 높다. 남북으로 다리는 태백산맥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설악산의 서쪽은 인제군 지역으로 내설악으로 부르고 백담사 계곡이 있다. 동쪽은 고성군 속초시 양양군이 위치한 지역으로 외설악이라고 부르며 신흥사 계곡이 중심이다
큰 산줄기는 정상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북으로는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이 달리고 동으로는 화채능선, 서쪽으로는 서북능선을 따라 한계령을 넘어 점봉선으로 이어진다 산은 지리산 덕유산 같은 흙산과 설악산, 금강산, 북한산 같은 돌산으로 나뉜다. 보통 흙산은 편마암이나 퇴적암이 풍화되면서 고운 흙을 만들고 흙이 또 풀과 나무를 키워 또 다시 흙을 모으면서 웅장하고 넉넉한 산채를 이룬다. 숲이 우거지고 계곡이 깊고 넓으며 산 정상에서는 넓은 봉우리를 만든다. 하지만 화강암이 풍화되면서 생긴 돌산은 화강암 입자 중에 모래질의 석영이 다량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쉽게 뭉치지 못하고 굴러 떨어져 경사가 급한 산비탈을 만들면서 바위가 바로 노출된다 그래서 나무가 살지 못하고 기반암인 바위가 하얗게 드러나게 된다. 이 모래는 하천이 짧은 동해로 흘러들면 고운 백사장을 만들지만 서쪽으로 움직이면 흘러가는 동안 곱게 부서져서 서해안의 갯벌을 만든다. 돌산이 만든 기암괴석의 웅장함으로 멋들어진 설악산은 미시령, 공룡능선, 서북능선, 한계령,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핵심구간을 형성한다 그 외에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길의 초입에 있는 신흥사가 유명하다. 천불동계곡은 정상인 대청봉에서 속초시로 내려오는 7km정도의 물길로 한국판 그랜드캐니언이라고 할 수 있다. 비선대를 비롯한 기암괴석과 오련폭포, 천당폭포 등 수많은 폭포와 여름 신록, 가을 단풍 등이 만들어내는 절경이다.
신흥사 뒷길로 가면 흔들바위와 울산바위를 만들 수 있다. 화강암이 빗물과 바람에 풍화되고 남은 핵석인 흔들바위는 한번쯤 관광객이 흔들었던 바위이다. 또한 울산에서 금강산으로 가다가 거기에 남았다는 전설을 가진 울산바위는 마그마가 만든 화강암이 약한 곳을 뚫고 오다가 함에 부쳐 멈추면서 굳어진 바위이다. 마그마는 폭발하면 검은 현무암을 만들지만, 폭발할 힘을 잃어 깊은 곳에서 천천히 굳은 후 지표면이 제거되고 드러나게 되면 새하얀 화강암이 된다 그때 폭발하려다 멈춘 화강암이 북한산, 금강산, 설악산 등 기암절벽을 많이 만들었다. 뒤로 아름답고 든든한 설악산이 펼쳐져 있다면 속초의 앞바다에는 그 어떤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연이 만든 2개의 호수가 있다. 이는 영랑호와 청초호이다. 한편 1만년 전에 빙하시대가 끝났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천천히 높아지고 이때 계곡은 깊숙이 바닷물이 들어와 만입부가 되고 산줄기는 돌출되어 반도가 되었다. 흔히 돌출부는 파도에 깎여서 절벽이 되고, 만입부는 하천이 보내고 파도가 실어온 모래가 퇴적되어 활 모양의 멋진 백사장이 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동해안은 절벽과 백사장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모양이 된다. 하지만 만입부가 깊고 그 만입부로 흘러들어오는 하천이 짧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천이 모래를 거의 가져다주지 못한 상태에서 파도와 연안류가 공급해주는 모래가 만입류의 입구를 막아나가면 그 만입부는 모래기둥으로 막힌 호수(석호)가 된다. 이런 호수는 강릉의 경포에서 함경도 끝까지 수없이 이어지는데 그중 영랑호와 청초호가 속초에 속해 있다
북쪽 영랑호는 둘레가 8km 정도에 수심이 8m내외로 신라시대 때 유명한 화랑인 영랑이 이 호수에 비친 울산바위와 범바위의 경치에 넋이 나가 무술경연대회에 나가는 것도 잊고 머물렀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호수 남쪽 작은 바위섬과 그 주변의 둥근 바위를 범바위라고 하는데 흔들바위처럼 화강암이 풍화하면서 남은 핵석이다. 동남쪽에 있는 조그만한 골짜기에는 영랑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보광사가 있다 영랑호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서 사는 다양한 물고기들의 서식처이다. 각종 개발로 8km에 달하던 호수 둘레가 지금은 4km 내외로 줄어들고 일주도로를 건설해 드라이브와 산책코스가 조성되면서 기존에 있었던 수초 등 호반습지는 거의 사라졌다. 영랑호와 크기가 비슷한 청초호는 아바이 마을이 위치한 가늘고 긴 모래기둥인 사주에 의해 바다와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거의 닫힌 영랑호와 달리 청초호 사주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성장하여 남쪽은 두껍고 북쪽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데 북쪽 끝이 터져 있다. 조선시대부터 수군이 중요한 주둔지였으며 지금도 500톤급 선박이 정박하고 있다. 유입하천이 미미한 영랑호와 달리 청초호는 미시령 초입에서 발원한 청초천이 흐른다. 이 청초천이 퇴적시킨 평지가 현재 시가지와 그 뒤에 넓은 논을 만들었다. 속초의 성장과 함께 매립되어가고 있다.
속초는 춘천과 홍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겨울이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하다 깊고 넓은 동해가 여름에는 천천히 데워지고 겨울에는 천천히 식기 때문이다. 거기에 태백산맥이 겨울에 차가운 북서계절풍을 막아주는 바람막이 병풍 역할도 한다. 한편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건조한 북서풍이 황해를 지나 바로 한반도로 불어오면 남부지방의 서해안에 눈이 내리는데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기는 전향력으로 인해 조금 더 동쪽으로 휘어져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동해를 지나 수증기를 듬뿍 머금은 채 태백산맥을 넘어와 동해안에서 폭설로 내리게 된다 근처에 척산온천이 있는데 수온이 53도로 칼슘과 유황 등이 함유되어 피로 회복에 좋다. 속초에는 폭설말고도 불청객으로 산불이 있다 무서운 산불의 발생원인은 봄철이면 태백산맥을 넘어온 편서풍이 영서지방에서는 상승기류로 비를 뿌리지만 반대로 동해안은 하강기류로 인해서 건조해지는 푄현상을 일으킨다. 여기에 오호츠크해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만나면 국지적 강풍이 발생한다. 또 동해안의 깊은 계곡, 높은 산, 짧은 하천, 모래질 토양 등 다양한 원인들도 한몫을 해 산불이 발생하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동해안의 강풍은 해안의 풍경을 바꿔놓기도 한다. 바람은 때로 강력한 파도와 해류룰 만든다. 보통 파도와 해류는 해변으로 모래를 공급하기도 하지만 방파제나 부두 같은 인공적인 구조물이 만들어지며 흐름이 바뀌어 해변에서 모래를 침식시키기도 한다
속초는 원래 양양군에 속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1914년에 강원도 양양군 도문면과 소천면을 합쳐서 도천면으로 개칭하게 된다. 그리고 해산물 맛집인 대포항으로 유명한 대포리에 면사무소가 두게 된다. 그후 양양철산에서 생산된 철광석의 반출항으로 속초항이 이용되면서 도천면 속초리의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게 되며 1937년 면사무소를 속초리에 옮기고 이름도 양양군 속초면으로 바뀌게 된다. 분단이 되면서 북한 지역이 되었던 속초는 한국전쟁으로 수복되어 남한의 땅이 되고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들게 된다. 급속한 인구 증가로 1963년 속초읍은 속초시로 승격되고 양양군에서 분리된다. 북한과 가까운 속초는 피난민들이 청초호 사구 위에 임시 거처를 짓고 함경도 공동체를 만들어 그들의 사투리와 음식들을 지켰다. 한편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어버지나 나이 많은 남성 호칭)을 따서 아바이 마을이라는 유래가 생겼다. 아바이 마을 실향민들은 같은 고향 출신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서 단천마을, 이원마을, 신포마을, 홍원마을 등 집단촌을 이뤘다. 청초호 북동쪽 끝에서 호수와 동해는 이어지고 육지는 끊겼다. 하지만 이 물길을 배를 타고 가면 1-2분이면 건널 수 있다. 요즘 관광객들은 갯배를 타고 건넌다. 속초의 대표적인 음식은 물회와 섭국이 있다. 물회는 해삼, 전복, 가자미, 방어, 오징어, 멍게 등을 계절에 따라 넣고 섭국은 섭(홍합)에 소라, 부추 등 여러 가지 채소를 넣은 속초의 대표적인 해장국이다. 또한 유명한 음식은 오징어 몸통에 소고기 표고 더덕 등을 넣은 오징어순대가 있다. 또한 아바이순대는 돼지의 대창에 찹쌀과 여러 가지 부재료를 소로 넣어 쪄내고 가자미식혜는 가자미에 조밥과 고춧가루, 무채, 엿기름을 한데 버무려 식힌 것으로 새콤하면서도 매운맛이 독특한 함경도 음식이다. 속초 중앙시장에는 닭강장이 유명하다.
속초항 한국의 가옥 구조 북한의 전통가옥 강원도는 우선 영동고속도로가 확장되었고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 동해고속도로가 강릉에서 속초까지 연장되었다. 서울과 속초거리도 190km에 불과하다. 고속철도도 강릉까지 연결되었고 동서고속철도가 춘천에서 속초까지 계획되고 있다. 이제 수도권에서 강원도 동해안은 2시간 내외면 도착하는 아주 가까운 곳이 되었다. 속초 시내에서 미시령으로 넘어가는 곳에 넓은 평지가 나타나는데 이 평지는 과거 해안선이 있던 곳이다. 동해안이 융기하면서 지금은 해발고도 100m 내외에 위치한 곳으로 해안단구의 지형이다. 과거 동해북부선 철도는 양양의 철광석을 군수산업의 중심지였던 원산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양양에서 원산까지 활발히 운행되던 것이 한국전쟁 때 큰 폭격으로 사라졌고 이후 분단되면서 영영 잊혀져 갔다 그리고 자연환경에 비해 인문학적 볼거리가 적었던 속초시에 전시 공간으로 속초시립박물관이 생겼다. 순두부 마을로 유명한 학사평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박물관으로 3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속초지역의 자연과 문화의 어울림, 어촌과 실향민 문화의 어울림, 선조들의 다양한 도구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여기에는 개성집, 평양집, 황해도집, 함경도집 이북의 민가를 재현했다. 북쪽 가옥은 남쪽에 비해 겨울 추위가 심한 기후 특성을 반영한 공간들이 나타난다. 일단 남쪽은 일자형 가옥이나 ㄱ자형 가옥 등이 나타나고 마당에 축대를 쌓고 높이 짓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비해 북쪽 가옥은 □자 가옥 등 폐쇄적인 가옥이 주를 이뤘다. 남쪽은 대청마루가 가옥의 중심 공간인데 함경도 가옥은 대청마루가 실내로 들어가고 바닥에 온돌이 깔린 형태인 정주간이 중심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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