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레일리아 군대를 이긴 에뮤에 대해서아들을 위한 인문학/동물 2025. 4. 17. 03:00
인간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물에게 폭력을 자행했다. 1932년 오스트레일리아 군대는 군 역사상 가장 기이한 전쟁을 벌였다. 이들은 완전 무장을 하고 에뮤 수천 마리를 제거하려 접근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3500만년 이상 타 대륙과 떨어져 있었다. 그 덕에 캥거루, 퀴카, 바늘두더지, 코알라, 주머니곰과 같이 지구상에서 독특한 동물이 서식하게 되었다. 에뮤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고유종으로 현존하는 새로는 두 번째로 거대하다. 키는 1.7m 내외로 무게는 45kg가 넘는다. 20㎝ 길이의 작은 날개가 있지만 날지는 못한다. 대신 달리는 능력이 우월한데 시속 50km정도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수천 마리가 떼를 지어 오스트레일리아 대자연을 가로질러 다니면서 먹잇감인 과일, 씨앗, 새순, 작은 동물을 찾아다닌다. 인간은 5만년도 훨씬 전에 동남아시아를 거쳐 오스트레일리아에 발을 들였다. 오스테일리아 원주민은 대륙 전역에 정착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도록 이어진 문명을 일구었다. 이들은 수렵채집을 하며 유목생활을 했으며 일부 집단만이 농업으로 정착생활을 시도했다.
에뮤는 식량공급원 중 하나로 원주민은 에뮤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꾀거나, 덫을 놓거나, 에뮤가 마시는 물웅덩이에 독을 타서 잡았다. 400g이 넘는 에뮤의 거대한 녹색알 또한 유용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18세기 후반에도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는 인구는 고작 30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은 1788년 영국 함대 한척이 1000명이 넘는 죄수를 태우고 식민도시를 건설하고자 보터니만에 상륙하면서 변곡점을 맞이했다. 유럽인 최초로 정착할 계획으로 이 최초의 수인 선단은 오스트레일리아 식민화의 신호탄이 되었다. 뒤이어 수백만 이상의 이민자가 도착해 대륙 전체에 퍼져 나갔다. 오스트레일리아 토착민의 재산권은 무시당했고, 영국은 그 땅을 테라 눌라스 즉 소유자가 없는 빈 땅이라고 선포했다. 이주민의 폭력과 이들이 들여온 새로운 질병에 수천명의 토착민이 죽음을 맞았다. 1901년 영국의 식민자치구 여섯 곳이 연합해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을 세웠다. 제 1차 세계대전 동안 40만명 이상의 오스트레일리아인이 군에 입대했고 당국은 퇴역 군인에게 땅을 지급할 계책을 세웠다 다수의 퇴역군인이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땅을 받았다. 정부는 보조금을 주면서 밀농사를 장려했다.
1932년 무렵 농부들은 아주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전 세계가 대공황의 수렁에 빠져 보조금 지급이 중단데다 가뭄까지 겹친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캠피언 마을 주변에 2만 마리의 에뮤 떼가 이동해 왔다. 에뮤는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밀밭을 짓밟고 이제 갓 돋은 새순까지 먹어 치우고, 지역 전체의 농사를 망쳐 놓았다. 절망한 농부들은 캔버라 연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왕립호주포병대 메러디스 소령이 군인 2명을 데리고 도움을 주러 왔다. 이들은 분당 500발을 쏠 수 있는 루이스 기관총 2자루와 1만발의 탄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 원정에는 작업을 녹화할 촬영 기사도 동행했다. 연방정부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농부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에뮤디스와 부하들은 10월 초에 당도했지만 비가 많이 와 에뮤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작전이 연기되었다. 11월 2일 메리디스와 두명의 군인은 캠피언 마을 바깥에 주둔지를 꾸몄다. 50마리의 에뮤가 그들의 주둔지에 다가오자 마을 농부들에게 에뮤 떼를 몰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에뮤들은 사격 거리 바깥으로 달아났다.
이틀 후 메러디스는 전략을 바꿨다. 그는 물웅덩이 근처에서 에뮤 무리를 기습공격했지만 에뮤들이 재빨리 흩어져 도망치는 바람에 수십 마리밖에 죽이지 못했다. 에뮤들을 추적하고자 메러디스는 트럭에 기관총을 실었다. 하지만 지형이 험해서 에뮤들에게 그들이 쉽게 발각된 데다 조준도 불가능했다. 11월 8일까지 메러디스는 고작 200마리의 에뮤를 사살하고 돌아갔다. 군인들은 에뮤를 죽이기란 극도로 어려우며 한방에 머리를 노려야만 쓰러뜨릴 수 있다고 보고했다. 메러디스는 모두 1천마리의 에뮤를 죽였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그 수치에 크게 못미쳤다. 결국 이들은 마을에 골칫거리를 남겨둘 수 밖에 없었다. 이 전쟁에서 승자는 에뮤였다. 결국 농부들에게 총탄이 지급되고 에뮤에 포상금을 내걸었으며 울타리는 높아졌다. 에뮤와 인간은 데탕트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지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곡창지대가 되었고 전국적으로 에뮤의 수는 70만마리가 넘는다
'아들을 위한 인문학 > 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르망디 작전에서 활약한 전서구(傳書鳩)에 대해서 (2) 2024.11.28 잉카제국의 수호신인 라마에 대해서 (0) 2024.08.20 고대문자인 갑골문자를 새긴 가장 오래 산다는 거북에 대해서 (0) 2024.06.27 알렉산더 대왕에 맞선 코끼리 부대에 대해서 (0) 2024.04.02 말의 기원과 역할의 변화를 통해 발전 역사를 따라가 보면 (2) 2024.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