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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맥주 그리고 와인의 탄생에 대해서아들을 위한 인문학/음식 2025. 3. 5. 03:00
메소타미아의 신석기 시대에 본격적인 농경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부터 자연 속 밀과 보리 등을 가루로 만들어 빵을 구워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맷돌에 갈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물을 붓고 반죽해서 구워 빵을 만들었다. 이 후 고대 이집트인은 천연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반죽으로 빵을 만들었다. 밀가루에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들어 있다. 이것은 물을 머금어 서로 얽히면 끈적끈적해지는 성질 즉 점성이 생긴다. 글루텐은 우동이나 파스타의 쫄깃한 성질, 빵의 푹신한 식감을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단백질 비율이 높은 밀가루는 피자나 빵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강력분이고 단백질 비율이 낮은 밀가루는 케이크나 쿠키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박력분이다. 단백질은 알파-아미노산이라는 분자가 각각 특정한 배열로 수백 수천개 연결되어 있는 분자다. 알파-아미노산 분자는 20종류에 이른다. 한편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을 분해한 물질에서 발견된 아미노산이 글루탐산이다. 글루탐산은 감칠맛 성분으로 인간 혀에는 네가지 기본 맛 즉 단맛, 짠맛, 쓴맛, 신맛에 더해 감칠맛을 느끼는 글루탐산 수용체가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하고 효모를 첨가하면 발효가 일어나 에탄올과 이산화탄소가 생겨난다. 이는 맥주를 만들 때와 같은 발효 과정이다. 그러므로 맥주는 액체가 된 빵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빵의 경우 발횩과정에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글루텐으로 인해 생긴 끈기있는 반죽 속에 기포형태로 갇히게 된다. 그 결과 푹신푹신한 반죽이 만들어진다. 빵 반죽을 구우면 당류와 아미노산이 반응해 알데히드류라는 분자가 생겨나고 노릇노릇한 색깔을 띠면서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 이를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하는데 빵에서 나는 좋은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반응이다.
기원전 4000년전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하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이미 맥주가 보급되어 있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곡물을 원료로 맥주를 만들어 마셨다 이 지대는 풍성하게 곡물이 수확되었다. 당대의 맥주는 보리를 물에 담가 놓은 채 방치해두면 단맛이 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곡물을 끓여 수프로 만들어 먹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더 오래두면 거품을 내며 맥주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인은 커다란 항아리에 맥주를 담가 마셨다. 그들은 곡물 알갱이와 껍질 등의 떠오르는 다소 거친 상태의 맥주에 다 같이 빨대를 꽂아서 마셨다 이 시대에 맥주를 급여로 지급하기도 했다. 한편 맥주를 효모의 오줌이라도 하는데 보리를 물에 적시면 발아가 시작되고 이때 효소가 활성화되어 전분을 분해한다. 효소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분자로 반응을 촉진한다. 전분은 분해되어 포도당이 생기고 여기서 맥아 즉 엿기름 단맛을 낸다. 그리고 알코올 발효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효모는 온도조건이 맞으면 전분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뒤 오줌으로서 에탄올 즉 알코올을 배출한다. 더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효모를 개량하고 있다. 여기서 에일효모와 라거효모가 나온다. 에일효모는 과일 향이 나고 라거 효모는 선명하고 담백한 맛의 맥주를 만든다. 라거 효모는 부산물이 거의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8천년 무렵에 와인의 주인공은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이란 북부지역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와인을 생산하고 저장하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도기가 발명되고 기원전 4천년에 항아리의 도기에 본격적으로 와인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이집트인에게 와인 제조법을 전수해준 이는 페니키아인이었다. 당시 이집트에서 와인은 왕과 신관을 위한 음료였는데 일반인이 마시는 맥주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와인은 포도를 으깨고 그 과즙을 발효시켜 만든다. 그 과정에서 포도에 붙어 있던 천연 효모가 발효해 당분을 에탄올로 바꿔준다. 단순한 방법으로 인해 원료인 포도의 성질과 상태가 맛과 향을 좌우한다. 그러므로 포도밭의 토양, 일조량, 강수량 등의 차이가 와인 품질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것은 한마디로 땅의 맛이라고도 한다. 기후 역시 와인 품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의 하나다. 그리고 몇 년도에 만들었느냐도 맛있는 와인 여부를 결정한다. 포도 수확 연도를 빈티지라고 한다. 발효된 과즙은 도기나 참나무로 만든 통에 담겨 숙성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리 도기 암포라에 와인을 담아 숙성시켰다. 한편 고대 로마시대에 로마군에 맞서 싸운 갈리아(프랑스)의 게르만인은 나무통을 무기로 사용했다. 높은 곳에서 나무통에 불을 붙여 로마군을 향해 굴리곤 했다. 로마인은 그 통에 와인을 담아 숙성시키며 기막히게 좋은 맛을 냈다. 이것은 통의 나무 성분 분자가 와인에 녹아들어 함께 발효되면서 맛과 풍미를 끌어올기기 때문이다. 특히 참나무통에서는 바닐라 향과 맛을 내는 성분을 지닌 분자 바닐린이 배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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