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철학사의 최고봉인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대해서
    아들을 위한 인문학/철학 2024. 12. 27. 03:00

    정신현상학은 청년 헤겔의 대표작이자 서양 철학의 최고 문제작이다. 이 책은 1807년에 출간하였는데 이는 나폴레옹시대였다. 헤겔은 인간의 사고가 세계정신 자체의 사고라고 보았고 세계의 역사는 세계정신이 자신의 역사를 전개해가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자신의 역사를 새로이 만들어나가는 나폴레옹이 인상 깊었고 그를 가리키며 저기 말을 탄 세계정신이 지나간다고 표현했다. 헤겔은 영혼을 해친다고 낭만주의의 비판을 받은 기술, 자유, 자본주의도 저지될 수 없는 의식 또는 정신의 위대한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헤겔은 자기 철학에서 사고, 이념, 이성, 정신을 앞세웠는데 이를 관념론이라고 한다. 관념론은 칸트로부터 시작되었는데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실재적 경험과 선험적 인식을 종합한 칸트의 이론을 발전시켜 사고와 존재를 동일시 여기는 데에 이른다. 헤겔은 우리의 인식이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는데 긍정적 정립과 부정적 반정립 그리고 이 둘을 거친 종합 정립이다. 이는 변증법적 3단 논리라고 부르는 정반합이다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변증법적 개념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논의를 전개해나간다. 이렇게 헤겔의 학문은 형이상학에 기반을 둔 관계로 과학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세계정신의 목적을 위해 개인을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한편 헤겔에 대한 비판에서 현대철학의 주요사조인 실존주의와 실용주의가 나왔다

     

    < 정신현상학의 의의 >

    정신현상학이란 드러나거나 표출되는 사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므로 실세계에서 의식이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연구한다는 의미다. 헤겔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수천 년간의 역사 발전의 산물이라 보고 현재 인간이란 종이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지를 밝혀내고자 한다. 그에게 학문이란 자연현상뿐 아니라 시간에 걸친 의식의 발전을 연구하는 것이다. 또 역사는 우리 자신에 관한 의식이 점점 커져가는 과정이다. 완전히 발현된 우주는 하나의 움직임 속에서 정신이 점점 확장되다가 다시 본래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이책의 가제가 의식의 경험에 관한 학문으로 헤겔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헤겔은 경험주의나 유물론에 반대하며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에 국한해 지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한다는 생각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현상계를 충분히 들여다봄으로써 종국에는 그 이면의 내적 진리를 이해하고 절대정신에 관한 지식을 획득해야 했다. 헤겔은 자연과학이 유혹적인 것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보다 보니 어떤 세부사항도 빠짐없이 보여 우리가 모든 것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연과학은 정보나 데이터만 제공할 뿐 어떤 이해도 제공하지 못하므로 수준 낮고 추상적인 종류의 지식이다 게다가 사물은 오로지 관측자 지각의 맥락 속에서만 존재하므로 객관적 분석이란 것도 환상에 불과하다

     

    < 절대적 실재와 상대적 실재 >

    헤겔의 정신분석학에서 절대적 실재와 상대적 실재를 구분하여 말하고 있다. 상대적 지식이란 다른 사물과의 관계로 본 어떤 사물에 관한 지식이다. 반면 절대적 지식은 그 자체로 존재할 뿐 다른 어떤 것과의 관계도 필요로하지 않는 실재에 관한 지식이다. 헤겔은 학문이란 우리 의식을 통해 절대적인 실재를 식별해내는 일이다. 이런 관점은 실제 사물의 세계를 연구하고 이해한다는 학문의 일반적인 정의에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그러나 헤겔은 상대적인 현상계가 나무들이라면 우리는 숲을 즉 만물의 배후에 있는 빗물질적인 실재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상대적 지식과 절대적 지식 모두를 보려 할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는 의식 덕분에 그럴 능력이 있다. 헤겔은 철학이 다른 모든 종류의 지식에 우선하는 절대적 지식을 의식할 수 있게 해주므로 진정한 학문이라고 말한다. 헤겔은 목표가 단지 지에 대한 사랑에서 실질적인 앎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헤겔에게 진정한 학문이란 우주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정신과 의식 그 자체를 발견하는 것이다. 과학, 역사, 철학은 사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의 의식이 각성되어온 과정을 표현하는 여러 방식에 불과하다. 학문의 도정은 모든 것을 점점 더 작은 부분과 범주로 쪼개어 들어가다가 이 과정이 끝나면 이것들을 전부 원래대로 봉합시켜 다시 전체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 헤겔의 세계관 속에서의 개인 >

    헤겔은 우리가 이런 거대한 세계의 움직임에 비하면 개개인의 역할은 지극히 미미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분명히 스스로 할 수 있는 바를 이루기 위해 힘써야 하는 한편 세계가 우리 손에 달려 있지는 않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헤겔은 개인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개인은 인간의 개별성이 허상에 불과하고 육신을 갖는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대상 세계와의 일치를 경험하는 것뿐임을 인식할 때 행복해진다 인간의 개별성을 믿으면 막다른 지경에 이르게 되지만 우리가 다른 모든 것과 통합되어 있음을 깨닫고 나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고통은 자신만의 좁디좁은 세계에 갇힌 채 그것이 실재라고 믿는데서 비롯된다. 반면 우리가 통합된 절대정신의 발현이나 매개체일 뿐이라는 자각이 생기면 행복 아니면 불행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진리에 이르게 된다. 헤겔에 따르면 한 문화나 민족은 명백한 개별성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세력 덕분에 그것을 표출할 수도 있다. 이런 개별성은 그들에게 고유의 맥락을 부여한다. 우리가 자기 스스로를 위해 행한 일이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전체적인 사회의 발전을 가져온다. 이는 개인은 자기의 개별적인 노동을 행하는 가운데 무의식적으로 공동의 노동을 수행하게 된다. 한편 개인은 욕망 덩어리로만 보던 자기 자신을 더 큰 보편성이나 의식 적어도 타인과의 공동체의 일부로 보게 되는 자기의식의 변하는 항상 긍정적인 경험이라고만 할 수 없다 본인 스스로를 단지 역사적 필연성의 일부로만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개별성의 느낌을 상실하고 그 자리를 메울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개인의 의식은 죽은 것이 아니라 자아를 필연서의 일부나 보편성의 발로로 이해하는 새로운 의식 차원으로 격상된 것뿐이다. 우주 속 하나의 객체에 불과하던 우리가 이제는 그 우주 작용의 일부가 되거나 자기 안에 법칙을 간직한 마음이 되어 인류의 행복을 보다 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 헤겔의 종교관 >

    헤겔의 주된 관심사는 이성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철저히 이성적인 우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면 그것이 훨씬 큰 파급 효과를 지닐 것으로 보았는데 바로 그런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종교였다. 철학적 용어로는 이 물질세계를 탄생시킨 존재의 근원이라고 칭할 것을 종교에서는 신이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신을 사랑한다면 결국 이성을 사랑하는 셈이었다. 만약 신이 언제나 완벽하게 이치에 맞다고 느낀다면 우리는 무작위성이 아닌 이성에 기초한 우주론을 수용할 것이다. 헤겔은 이처럼 신과 이성을 동일시했다. 헤겔은 루터교도여서 기독교가 단지 성경의 모든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형상화의 이야기를 통해 이성과 그 작용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이성을 신앙과 사랑의 느낌과 함께 지적이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헤겔이 종교를 정신적 지주나 위안 같은 심리적 환상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에게 신앙과 사랑은 우리가 물질계의 가시적 진실을 넘어 실재의 핵심으로 다가가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방법이었다. 헤겔은 신앙과 철학을 경쟁적인 관계가 아닌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같은 진실을 드러내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진실에 도달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신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확신은 이성이 우주를 움직이는 힘이란 개념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종교인과 무신론자 양쪽 모두 헤겔을 자기편이라고 주장하게 되었다. 이는 양쪽 다 헤겔이론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헤겔의 논지는 유물론적 세계관과 정신적 세계관이 똑같이 올바르고 진실하다는 것이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