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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 22) 꽃병 / 망향 / 조춘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4. 10. 17. 03:01
< 꽃병 - 한성기 >
누군가
너의 가는 허리에 이처럼 손을 얹고 있는 여인...
그는 누군가
이제부터 이처럼 조용히
기다리는가
항시 남모를 하나의 충만을 스스로 잉태하고 있는 꽃병
누가 꽂은 것 아닌
아아
그날 스스로의 어쩔 수 없는 소망으로
피어 올린
연로 같은
꽃
< 망향 - 정공채 >
강원도에서 울던
새가
그 삼림 속으로 날아
버린다
잠잠하게 가라앉은
청공은
저편 동해 물소리에
귀가
멀었다
대한민국의 한쪽
아직도
청청하게 푸르러
빛나는 목화의
기를 흔든다
원목을 두들기는
통소리
강원도에서 날던
새가
울며 가버린
아득한
삼림에
희디흰 빛이 자꾸 일면서
가만한
옛 고향의 소리도 살아나온다
< 조춘 - 정인보 >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솔 별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손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이 아니 미치리까 ?
내 생각 엉기올 젠 가양 구름 머무나니
듯 붓대 무능피다 말고 헤쳐 본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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