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시들-23)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해서 / 여자의 마음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4. 10. 24. 02:59
<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1 - 칼릴 지브란 >
술이야 언젠들 못 마시겠나
취하지 않았다고 못 견딜 것도 없는데
술로 무너지려는 건 무슨 까닭인가
미소 뒤에 감추어진 조소를 보았나
가난할 수밖에 없는 분노 때문인가
그러나 설혹 그대가 아무리 부유해져도
하루에 세번의 식사만 허용될 뿐이네
술인들 안 그런가
가난한 시인과 마시든, 부자이든 야누스같은
정치인이든 취하긴 마찬가지인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술에조차 계급을 만들지
세상살이 누구에게 탓하지 말게
바람처럼 허허롭게 가게나
그대가 삶의 깊이를 말하려 하면
누가 인생을 아는 척하려 하면 나는 그저 웃는다네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방법으로 살아가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죄나 선행은 물론
밤마다 바꾸어 꾸는 꿈조차 누구나 비슷하다는 걸
바람도 이미 잘 알고 있다네
<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해서 2- 칼릴 지브란 >
때때로 임종을 연습해 두게,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해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나고 나면
슬픈 기색으로 보이던 이웃도 이내 평온을 찾는다네
떠나고 나면 그뿐, 그림자만 남는 빈자리엔
타다 남은 불티들이 내리고 그대가 남긴 작은 공간마저도
누군가가 채워 줄 것이네
먼지 속에 흩날릴 몇 장의 사진, 읽혀지지 않던 몇 줄의 시가
누군가의 가슴에 살아남은들 떠난 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대 무엇을 잡고 연연하는가
무엇 때문에 서러워하는가
그저 하늘이나 보게
< 여자의 마음 - 예이츠 >
기도와 평화로 가득 찬
방 따위가 내게 무슨 소용 있습니까
그날 나더러 어둠 속에서 나오라 하시기에
나의 가슴 그대의 가슴 위에 있습니다
어머니의 걱정이나
아늑하고 따뜻한 집 따위
내게 무슨 소용 있습니까
꽃같이 까만 나의 머릿단
폭풍으로부터 우리를 가려워 줄 것입니다
우리를 에워싸 주는 머릿단과 이슬을 머금은 눈이여
나에겐 이미 삶도 죽음도 없습니다
나의 가슴은 그대의 따뜻한 가슴 위에 있고
나의 숨결은 그대의 숨결에 얽혀 있으니
'아들을 위한 인문학 > 세계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시들-25) 꿈을 잊지 마세요 / 의심하지 말아요 / 거두어들이지 않은 것 (5) 2024.11.14 (명시들- 24) 꽃을 위한 서시 / 출범의 노래 / 눈물 (0) 2024.10.31 (명시들- 22) 꽃병 / 망향 / 조춘 (2) 2024.10.17 (명시들-21) 누른 포도잎 / 산노을 / 깃발 / 소곡 (1) 2024.10.04 (명시들-20) 비 오는 날 / 마음의 교환 / 고상한 인품 / 가을비(자작시) (0) 202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