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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15) 청자 수병 / 아침 이미지 / 하늘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4. 8. 22. 03:45
< 청자 수병 - 구자운 >
아련히 번져내려
구슬을 이루었네
벌레를 살며시
풀포기를 헤치듯
어머니의 젖빛
아롱진 이 수병으로
이윽고 이르렀네
눈물인들
또 머흐는 하늘의 구름인들
오롯한 이 자리
어이 따를손가
서려서 슴슴히
희맑게 엉긴 것이랑
여민 입
은은히 구을른 부푸름이랑
궁글르는 바다의
둥긋이 웃음 지은 달이라커니
아롱아롱
묽게 무늬지어 어우려진 운학
엷고 아스라하여라
있음이여 !
오 저으기 죽음과 이웃하여
꽃다움으로 애설푸레 시름을
어루만저어라
오늘
뉘 사랑 이렇듯 아늑하리야 ?
꽃잎이 팔랑거려
손으로 새는 달빛을 주우려는 듯
나는 왔다
< 아침 이미지 - 박남수 >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의 잔치에
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을 한다
< 하늘 - 박두진 >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럿여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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