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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17) 청노루 / 풀잎 / 떠나가는 배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4. 9. 5. 03:11
< 청노루 - 박목월 >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는 열 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 풀잎 - 박성룡 >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으로 돼 버리거든요
< 떠나가는 배 - 박용철 >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밭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이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회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두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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