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함께 세상을 변화시킨 타이어에 대해서

바퀴는 원래도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발명품이지만 1888년 그 위에 튜브를 씌우면서부터 획기적으로 효율성이 더해졌다. 타이어는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면서도 오늘날 여전히 하이테크 제품일 정도로 기술 집약적인 기술이다. 타이어는 바퀴에 잘 휘는 고무 막을 댄 물건일 뿐이다. 단단하고 유연하며 둥근 고리모양을 한 타이어는 휠 위에 고정한 뒤 압축가스를 이용해 부풀리는 방식으로 만든다. 땅과 바퀴 사이의 접촉을 책임지고 밀착력으로 에너지 산일과 연마를 견뎌내면서도 충격과 진동을 덜 받기 위해 타이어 구성 성분은 계속 복잡해졌다. 타이어는 도로 교통에서 아주 중요한 사물이다. 타이어는 19세기 말 이후 제국주의, 산업화, 자원과 인력개발, 교통수단의 변화, 전쟁, 세계화 등 인류 역사의 주요 현상이 다 타이어가 널리 쓰이면서 일어났다. 1888년 스코틀랜드 출신 존 보이드 던롭이 자전거용 타이어 튜브를 발명했다고 한다. 물론 바퀴에 고무를 달려는 시도는 그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미국의 찰스 굿이어가 1839년에 개발한 가황법으로 고무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여기서 가황법이란 고무 반죽에 황을 넣어서 추위에 굳지 않고 더위에도 녹지 않게 하는 공법이다

 

타이어 튜브가 개발되자 자동차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1889년 던롭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공장을 세웠다. 뒤이어 1891년에는 미슐랭이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 공장을 세우고 1895년 최초로 자동차 타이어 특허를 냈다. 미국에서는 1892년 US러버가 설립되고 이어 굿이어 타이어 앤드 러버 컴퍼니(1898)가 세워졌다. 당시 미국은 세계 고무의 70%를 소비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이 미국 대부분의 타이어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오하이오주의 애크런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그렇게 1910년부터 타이어 대기업들은 강력한 다국적 기업이 되었다. 한편 열대 숲에서 자라는 고무나무에서 라텍스를 채취해 수입했으므로 1935년까지 타이어 생산에 쓰이는 고무는 대부분 자연산이었다. 19세기 말까지 라텍스 채집은 야만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현지 주민을 일상적으로 고문하고 학살하며 끔찍한 자원 수탈을 했다.

 

자동차 교통이 부상하며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고무 재배에도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식민 열강과 여러 민간 기업은 동남아시아에서 고무나무 플랜테이션을 확장했다. 미국은 수마트라에 영국은 말레이시아에 프랑스는 인도차이나에 플랜테이션을 만들었다. 플랜테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수많은 인력 동원이 필요했다. 1990년 원시림에서 채취한 고무 생산량은 5만톤이었는데 1940년 아시아 플랜테이션에서는 100만톤 이상을 생산했다. 그만큼 고무나무는 제국주의 식민지의 대표적인 재배작물이자 자원이었다. 당시 플랜테이션은 노예무역시대의 사탕수수나 목화 플랜테이션을 방불케 했고 엄격한 테일러식 경영관리 기법과 유해한 작업환경으로 악명이 높았고 이민 노동자들의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전쟁은 타이어 생산을 엄청나게 가속화했다. 1914-1918년의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자동차는 고무 물자 부족으로 힘겨워하는 동맹국에게 연합군의 힘을 보여주는 도구였다. 1935년 전쟁을 준비하면서 히틀러는 합성고무(부나)생산을 위한 산업 계획을 명령했다. 미국도 1943년 전후로 합성고무 공장을 지어면서 생산량을 늘렸다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화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사회로 진입한 게 고무 생산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 사이클 경주와 자동차 경주가 생겼고 미쉐린타이어가 광고와 관광업에 뛰어들었다. 미쉐린은 마스코트 비벤덤을 만들어 식당 정보를 담은 미술랭 레드 가이드 여행 정보를 담은 그린 가이드와 도로 지도책을 펴냈다. 그렇게 자동차와 타이어는 생활양식이 되었고 철도의 자리를 빼앗었다. 자동차의 연간 생산량은 50년만에 열배가 증가해 1948-2000년 사이 500만대에서 5천만대로 늘어났으며 자가용과 트럭의 운송능력이 도시를 뒤바꾸어 주변 산업 및 상업 단지와 곁을 나란히 했다. 1980-1990년대에는 타이어 기업들의 수많은 인수합병이 이루어졌다. 21세기 타이어 생산은 엄청났는데 천연고무 1200만톤 합성고무 1500만톤 세계 연간 타이어 생산량은 12억개 이상이다 타이어는 173조원짜리 시장으로 브리지스톤(260억달러) 미쉐린(230억달러) 굿이어(150억달러) 콘티넨탈(130억달러) 피렐리(60억달러)라는 5개의 대기업이 장악했다. 타이어 공장은 석유화학 혼합물과 아연 등의 금속 혼합물, 심지어 중금속 혼합물까지 남겨 자연을 오염시킨다. 이제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문제거리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