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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6) 알수 없어요 / 푸른 오월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4. 6. 13. 03:29
<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이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
근원을 알지는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
연꽃 같은 발꿉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정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거름이 됩니다
그칠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 푸른 오월 - 노천명 >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폐잎이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젓가락나물,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
나의 태양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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