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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잔꾀가 부질없음을 알라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4. 4. 2. 03:35
지조 있는 선비는 복을 구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하늘이 알아서 찾아가 그 마음을 열어 준다. 간사한 사람은 불행을 피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하늘은 그 애쓰는 안으로 찾아가 넋을 빼앗는다. 하늘의 힘이란 얼마나 놀라운가 그러니 사람의 잔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봉이 김선달이 전국을 떠돌 때 , 장사로 돈을 벌어 양반양세를 하던 어떤 사람이 김선달을 사위로 삼아 양반이 되는 잔꾀를 생각해냈다. 그는 김선달을 끌 듯이 집으로 데려와 술을 먹이고 딸과 혼인합방으로 몰아넣었다. 어떨결에 장가를 가게 된 김선달은 황당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이 상황에서 도망치기로 했다. 그러나 술에 취했어도 혼인은 혼인이니 도망칠 명분이 여의치 않았다. 며칠 후 이른 아침 김선달은 짐을 꾸려 집을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장인이 호통을 쳤다. 사위 나는 자네를 한 발자국도 내 집 밖으로 나가게 할 수 없어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김선달이 맞받았다. 장인어른 내 원치 않는 혼인을 했으나 혼인은 혼인인지라 살아보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두해를 지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니 어찌 평생을 기약하며 살 수 있겠습니까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두해를 지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다니 내가 장가 온 것이 계사년인데 벌써 갑오년 아닙니까 우리 집안은 손이 귀한 집안 이대로는 살 수 없으니 떠나는 것을 막지 마십시오 김선달은 잔꾀로 사람들의 넋을 빼놓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넋을 놓고 지켜볼 뿐이었다 그가 장가 든 것은 계사년 겨울의 끝이었고 며칠 후 갑오년이 된 것이니 해를 따지면 두해를 맞이한 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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