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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휘 작가의 Another line, 통념에 맞선 비순응적 조화
    아들을 위한 인문학/미술 2024. 1. 6. 17:51

    표상은 언제나 미완전한 속성을 지니는 현전에 관한 철학적 사고를 배경을 하고 그 결정체는 유동적이다. 내적 유발에 의한 행위의 표면적 반응은 정신적 현상으로 정의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시각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철학이 개입되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작가에게 행위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조형의 드러남이다. 선과 색을 포함한 재료 뒤에 숨어 있는 감각과 기호, 감정처럼 육안으로 파악하기 힘든 것들에 시각적 형태를 부여하는 절차이면서 미적 감각으로 걸러낸 심상의 모든 것이다. Another line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근작에서 역시 자유분방함과 틀 없는 조형성을 통해 작가 자신에게 존재하거나 이미 존재했던 다양한 감정들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작가나 큰 화면에 공기처럼 빨아들이고 다시 밖으로 내뿜는 들숨날숨을 통해 화면의 감성을 옹립시키며 제 3의 선을 대입함으로서 자신의 작업이 어떤 물질이기에 앞서 독자적 미의식의 결과물임을 드러낸다

     

    설휘의 근작에서 선은 행위에 담보된 회화의 중심이다. 덧댐과 덜어냄을 왕복하는 조형의 핵심에 해당된다. 그것은 단순한 붓질이 아니라 악과 선, 보편성과 비보편성, 인위성과 비인위성의 중간에 위치한 채 무한히 거듭되는 시간의 중첩이며 지평선처럼 등장하는 선을 통한 계획성과 더불어 조류의 깃털을 회화적 도구로 한 무계획적 행위의 관계성을 관통하는 설휘식 문법의 축이다. 이처럼 선은 의식의 시각성을 요청하지만 행위를 유발하는 자유의지 내부에서 비롯된 시간의 지연과 연속된 흐름 사이에 놓인다 해도 무리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각적 변화와 물파적인 요소가 강한 그의 회하는 일차적으로 의식과 무의식을 교차하며 행위의 시간을 포함한 모든 유무형의 대상과 사고로 근거로 서술되기 때문이다. 근작에서 조화를 주목해야 한다. 안과 밖의 조화, 감흥과 침묵의 조화, 익숙함과 낯섦의 조화, 물성과 개념의 조화, 채움과 비움의 조화 등이 그렇다. 따라서 그에게 계산되는 것과 속박 없음은 모호하다. 행위, 몸짓, 시간, 공간, 사물, , 관계는 경계를 두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 내에서 발아한 사유와의 조화는 설휘의 특징이자 변별력이다

     

    예술가는 다양한 미적 원천과 원형으로부터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하고 인용하며 끌어들여 영역의 지평을 넓힌다. 또한 작가의 삶 속에 집약된 경험과 선형적 시간을 비선형적 궤적으로 관통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기존 맥락과 다른 어떤 것이나 익숙한 듯 낯선 무엇을 생성한다. 설휘의 작업도 그렇다. 현실과 비현실을 경계를 지워버린 채 목도되는 것과 내재된 것의 무게를 병첩해온 설휘의 근작에 존재하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이 음악처럼 녹아 있다. 그의 작품은 어쩌면 존재자로서의 사회와의 호흡이요 내적인 것과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현재를 그러모은 일체의 투영일 수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엔 리듬이 있고 운율이 있다. 마치 웅장한 교향악 마냥 고독과 환희, 절망과 기쁨, 숭고함과 경쾌함, 무거움과 가벼움 등이 있다. 이들은 숱한 붓질로 거둬 펼쳐놓은 행위로 표면화되며, 또 다른 선 너머에 놓인 사유성을 촉발하는 원인이다. 그리고 사유성은 조형성의 밑동이자 궁극적으로 설휘만의 언어가 된다

     

    붓과 공간 틈 사이에 놓인 결 또한 설휘 작품의 주목도를 높인다. 마치 억겹의 나날을 드러내는 것 마냥 작가의 행위에 따라 서서히 화면에 고착되면서 드러나는 집약된 시간의 궤와 삶 속에서 체감했을 법한 어떤 결을 함축하고 있다. 작가는 지금도 아침마다 의례를 치르듯 캔버스에 붓질을 한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이때 몸이 먼저 말을 하고 내뱉는다 몸과 마음은 동체다. 자세히 보면 그 마디마디 세월의 품 안에서 광범위하게 연계된 존재의 본질 및 생의 파편들이 자리한다. 적어도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환기 역시 배어있다. 또 다른 선은 찰나의 연속성을 마주할 수 있다. 둔탁한 듯 힘 있는 붓질에선 세월의 파편을 솎아내기 위한 작가의 고민 또한 읽을 수 있다. 특히 시공을 휘감는 에너지와 더불어 부각된 일편의 감성 또한 감각이 갖는 작은 떨림은 개념-공간-시간이라는 현존에 대한 탐닉이다. 결국 그의 회화는 실존을 실존답게 만든 관계의 서술이다. 외적으론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매개이면서 비현실의 세계가 드리워지는 무대이지만 가시적 환기를 소환하는 공간이고 사고와 표상의 상호 충돌로 인해 생성하는 공감각적인 상황을 외면하기 힘든 조형의 장이다. 그는 해체와 통합을 해방의 상징이자 표상으로 귀결된다

     

    Another line을 주어로 한 설휘의 작업은 인식과 지각, 구축과 해체, 환기와 소환과 같은 깊고 넓은 사유와 철학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근본적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간극이 어떻게 실제화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정한 주기로 확연히 변화하는 작업들은 언뜻 일관성에서 벗어나 있어 보이지만 그것이 실은 나를 은유하는 고유한 문법이며 그의 정신과 가슴에 끊임없이 쌓여지는 조화와 감정을 담아내는 장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진솔하면서 때론 아픔과 슬픔까지 공감토록 하는 작가 내면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창 일종의 항거할 수 없는 의식의 대리라 해도 과장은 아니다. 특히 작가는 그러한 의미의 구현을 특정한 규정에 제한 없이 전개하는데 이 또한 작가 작업의 이해에 중요한 지침으로 파악할 수 있다. 순간의 붓놀림에 따른 찰나의 감성 혹은 불현 듯 스치는 그 무엇가도 결국은 변화와 탈바꿈이라는 거친 숨결이 흩뿌려진 결과이다. 설휘 작가는 통념적 기준과 잣대에 비순응하는 자기 실험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만의 언어를 정착시키기 위한 몸짓의 연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지가 의미를 담는다 Another line을 제목으로 한 이번 전시(갤러리초이 초대전. 2024.1.2~2024.1.29.)역시 통념을 거부한 비순응적 조화, 그 일환이라 해도 무리는 없다

     

    설휘 작가에 대해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학과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24번의 초대/개인전을 서울, 부산, 대구, 경기, 목포, 스페인 등지에서 하였으며 2인전(상하이, 경기)를 두 번 그리고 부스개인전을 5번 하였다. 기획 및 단체전은 300여회 하였고 국내외 아트페어에 다수참가 하였다. 또한 공간문화대상과 대한민국미술대전 등의 심사위원을 지냈으며 서울시 등의 미술작품심의와 자문을 하였다. 주요작품 소장처로는 부산수산청, 한국전력공사,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마포구청, 로얄스퀘어호텔 등 다수가 있다. 최근의 작업은 Another line이라는 주제로 피상적 다수의 의견과 객관적이며 보편적일 수 있는 본질과의 다름에 대하여 탐구하고 있다. 아울러 화면에 인식과 사고의 다름을 어떻게 옮길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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