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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55) 가난하면서도 여유 있는 것이 낫다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3. 7. 18. 04:08
사치스러운 사람은 부유해도 만족하지 못하니, 어찌 검소한 사람이 가난하면서도 여유 있는 것과 같을 수 있겠는가 일에 능숙한 사람이 애써 일하고서도 원망을 불러들이니, 어찌 서투른 사람이 한가로우면서도 본래 상품을 지키는 것과 같을 수 있겠는가
한나라의 엄군평은 점을 치는 것이 생업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점쟁이들과는 달리 일정한 액수만 벌면 손님을 받지 않았다. 엄군평은 부리나케 가게문을 닫고 자신의 책을 쓰기 위해 공부를 하곤 하였다. 옛날에는 이렇듯 엄군평처럼 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서 학문을 닦는 사람이 꽤나 많았다. 엄군평의 이름이 나라 안에서 퍼져 나가자 실력을 아까워하며 벼슬자리에 추천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엄군평은 늘 정중히 거절하곤 했다.
하루는 어떤 이름난 부자가 엄군평을 찾아왔다. 이 무렵엔 재물이 넉넉해야 벼슬길에 오를 수 있었다. 재물이 없다면 내가 넉넉히 뒤를 돌봐 드리겠소이다. 부자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말은 들은 엄군평은 벌컥 화를 냈다. 나는 재물이 풍부하고 그대는 모자란데 어찌 나를 돕겠다고 하시오 ? 엄군평의 말에 부자는 어이가 없었다.
나는 부자고 그대는 가난한데 말을 바꿔 하는구려. 정신없이 바쁘더군요. 반면에 나는 늘 하루해가 지기 전에 일을 마치고도 돈이 남아돌고 있소. 어찌 나를 가난하다 하시오 ? 내게 재물을 주는 사람은 내 정신을 흐리게 하고 나를 유명하게 하는 사람은 내 몸을 죽이기 때문에 벼슬을 거절하는 것이오. 엄군평의 말에 부자는 더 이상 할 말은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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