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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을 위생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인 소독약에 대해서 알아보면
    아들을 위한 인문학/의학 2023. 4. 27. 03:38

     

    병원하면 의사와 간호사의 새하얀 옷, 마스크,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 일 것이다. 하얀 옷이나 소독약은 모두 위생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다. 병원이 정말로 위생적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나 위생의 대명사로 된 시기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편 20세기 초에 출산 직후에 여성이 사망하는 주된 원인은 산욕열의 질병이 있다. 산욕은 본래 출산 시 사용되는 이부자리로 출산 직후부터 산모가 회복할 때까지의 기간을 가리킨다. 산욕열은 태반 박리, 출산으로 생긴 상처 등으로 세균이 침입해 발생한다 환자는 고열과 가래, 심한 두통으로 고생한다 전설에 따르면 2600년전 석가모니를 낳은 마야 부인도 출산 후 이레째 되는 날 세상을 떠났다 산욕열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측하는 사람이 많다 산욕열은 1772년에 임신부 다섯명 중 한명이 이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19세기 중반까지 이어졌고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산욕열의 원인은 불분명했다

     

    이 상황을 타개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종합병원에 근무하던 헝가리 출신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였다. 그는 스물일곱 살되던 1846년 무렵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어느날 제멜바이스의 동료 의사가 수술 중 사고로 사망했다. 그 동료는 산욕열로 숨진 임신부의 검시를 집도하던 중 메스로 자신의 손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 동료의사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경과는 여태까지 보아온 산욕열 환자와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즉 산욕열로 사망한 여성의 시신에서 정체불명의 감염성 물질이 의사의 손에 묻었고 이 물질이 다음 임신부에게 옮겨가며 병이 발생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조산사들이 일하는 산과에서 산욕열이 발생률이 낮은 이유는 조산사들은 해부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감염성 물질을 옮길 확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신과 같은 의사들이 산욕열을 옮기는 운반책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제멜바이스는 경악했다. 제멜바이스는 검시를 마친 후에 비누로 손을 씻고 다시 염소수에 손을 담그고 솔로 박박 문질러 씻는다는 대책을 세운 뒤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손씻기 실천으로 몇 개월만에 12%였던 산과 사망률은 3%로 내려갔다. 더 나아가 속옷과 의료기구까지 철저하게 소독하자 사망률은 0.5%까지 뚝 떨어졌다. 손씻시 방법은 기본적으로 그대로 현대의사들에게 계승되었다. 그러나 병리학의 교황이라는 독일 의학계의 권위자 루돌프 피르호는 산욕열의 가설을 부정하고 이는 나쁜 공기로 인해 생긴다는 주장을 부르짖었다. 결국 제멜바이스는 빈 대학교 종합병원에서 쫓겨나고 고향인 헝가리에서 소독법 보급에 노력하였다

     

    상처부위에서 일어나는 세균 감염이 출산 현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외과수술 할 때도 상처에 감염이 일어나 고름과 진물, 발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수술열로 19세기 유행했다. 이런 이유로 작은 종기 수술만으로도 생명을 잃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영국의 외과 의사인 조지프 리스터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리스터는 프랑스 출신의 생화학자 파스퇴르의 학설을 접목했다. 파스퇴르가 공기 중에 방치한 소고기 스프는 바로 부패해 썩은 내가 나며 가열한 후 세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밀봉해서 보관한 소고기 스프는 부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신문기사에서 하수도의 악취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콜타를 증류해 만들어진 크레오소트 기름으로 효과를 보았다는 기사였다. 하수의 부패를 막는 성분이 크레오소트유에 포함되어 있다면 환자의 상처 부위가 부패하는 현상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 리스터는 콜타르 성분의 화학물질을 이것저것 시험했고 페놀이라는 화합물이 효과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페놀은 벤젠고리에 하이드록시가 하나가 붙어 있는 단순한 분자구조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리스터는 마차 사고로 다리뼈가 부러진 소년의 수술에 처음으로 페놀 소독을 적용했다. 그 결과 소년은 열 한번 오르지 않고 말끔히 완치되었다. 리스터는 몇 차례 수술에 페놀 소독을 적용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당시 세균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지 않던 의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세균학의 진보로 리스터의 방법을 뒷받침해주었다. 그는 빅토리아 여왕시대에 왕립협회 회장으로 선출되는 등 그의 업적은 감염증을 추방한 영웅으로 온갖 명예를 누리게 되었다. 리스터의 이름은 지금도 소독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구강 소독제인 리스테인이라는 상품은 리스터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다. 후일 독성이 있는 페놀은 다른 화합물로 대체되었고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코를 찌르는 흔히 말하는 병원 소독 냄새는 페놀과 비슷한 구조를 지닌 크레솔이라는 약품이 만들어내는 냄새다 한데 이 역시 최근에는 사용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소독기술은 감염증에 대항하는 크나큰 한 걸음이 되었으나 우리 몸에 들어온 세균은 아직 퇴치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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