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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와 폭력의 악순환에 시달리는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사헬지대에 대해서
    아들을 위한 인문학/정치 2023. 3. 14. 03:26

    사헬이 해안이라면 사하라는 바다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해안에서 모래바다를 건너 또 다른 해안 즉 유럽으로 가려고 한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을 떠나고 싶어한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약 380만명이나 되는 이곳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곳을 향해 삶의 터전을 뜨고 있다. 이 지역의 무력분쟁과 급속한 기후 변화가 초래한 이 같은 상황은 한층 더 악화되고 있다. 알카에다와 ISIS 이슬람단체가 세력을 키우고 있다. 사헬은 아랍어로 해안 또는 해변을 의미한다. 이 해안은 바위가 많은 관목지, 덤불로 덮인 모래벌판, 낮게 자라는 풀과 나무들로 이뤄져 있다. 사헬의 상대적 이점은 남쪽으로 내려오면 우물과 강,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우기에는 노랗고 하얀 꽃을 피우는 초록색 아카시아 나무들이 자라고 분홍, 보라, 자주색의 부겐빌레아꽃도 핀다. 이곳 사헬은 아프리카 대륙을 동서로 가로질러 홍해와 대서양까지 연결되는 장장 6천여 km에 달하는 경로를 형성하고 있다. 즉 사헬은 북쪽의 모래사막과 남쪽의 열대우림 지대 사이에 있다.

     

    사헬이라는 광활한 지역에서는 이슬람, 아랍, 기독교, 유목 문화와 여러 정착 문화들 사이에 역사적이고 현대적인 교류가 이뤄지는 곳들도 있다. 여기서 종족 갈등, 빈곤, 허술한 국경 그리고 폭력성을 띠는 정치 및 종교적 이념의 영향들까지 혼재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기후변화가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1884년부터 이듬해까지 열린 저 악명 높은 베를린 회담에서 유럽의 열강들은 아프리카 지도에 멋대로 선을 그어 임의대로 대륙을 쪼갰다. 사헬의 많은 지역은 프랑스의 지배 밑에 들어갔다. 현재에 보면 대략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차드, 모리타니, 세네갈, 기니, 베냉, 코트디부아르 등이 해당될 것이다. 이전 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프랑스 지배하에 있던 알제리까지 프랑스령 서아프리카로 알려진 지역이었다. 한편 1964년에 아프리카연합의 전선인 아프리카통일기구의 회원국 수장들은 지역의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서구 열강이 임의대로 지도에 표시한 기존의 국경선을 고수하는게 낫다는데 마지못해 합의했다. 만약 식민지 이전의 종족 간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영토를 교환하는 협상을 하다가는 자칫 대륙 전체에 분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사헬 지역 국가들이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위협을 스스로 물리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에게 맡겨두면 말리나 부르키나파소는 이내 무너질 것이고 이 지역은 거대한 무정부 진공상태가 돼서 알카에다가 그 자리를 차지해 세를 키워나갈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니제르라는 나라는 프랑스 원자력 산업에 원료를 제공해서 프랑스 가정에 전기를 밝혀주는 우라늄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공습이 시작되자 지하디스트들은 북쪽으로 퇴각했고 프랑스 특수부대가 그들을 추적했다. 이것은 2014년 무렵까지 대략 4.5천명의 프랑스군이 동원되어 말리는 물론 부르키나파소, 차드, 모리타니, 니제르까지 연결한 사헬 G5를 구성하고 있는 나라로 지역위협을 공동으로 대처하지만 확산일로에 있는 반정부 폭력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한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0년에 사헬지역의 남쪽 국가들이 붕괴돼서 수백만명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몰려오는 것을 막으려면 이 지역이 EU의 새로운 방어 전략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큰 지원을 얻지 못했다

     

    폴라니족의 많은 수가 반정부 활동에 가담하는데 이들은 나라가 없다. 적어도 2300만명 정도가 사헬지역과 서아프리카 그리고 저 멀리 남쪽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까지 흩어져 살고 있다. 나이지리아에는 그나라 인구의 9%1700만명이 있고 말리에는 전 인구의 16%3백만명이 있고 니제르는 160만명 등이 있다. 부족 대다수가 유목생활을 했지만 오래전에는 풀라니 제국들이 존재했다. 자신들이 이 지역을 지배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집단기억 속에 깊이 각인해 있다. 게다가 그들이 세운 마시나 제국은 영광스러운 황금시대를 구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시나 제국은 오늘날 말리 일부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동과 서로 수백 킬로미터를 뻗어나갔다. 수도는 아랍어로 신을 찬미하라라는 뜻의 함둘라였고 엄격한 수니파 이슬람 신앙을 강조하는 지도자들은 춤과 음악, 흡연, 알코올을 금했다. 이들은 이슬람을 받아들인 최초의 아프리카인들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 들어 갈등 양상은 풀라니족 거주 국경지대를 넘어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나이지리아 일부 등 사헬의 다른 지역에까지 퍼져나가는 추세다. 이 지역에 재앙과 같은 가뭄이 찾아왔다. 1968년 무렵부터 흉작이 들어서 엄청나게 넓은 지역에서 곡물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1972년에는 비다운 비가 오지 않았고 1973년 말쯤에는 사하라 사막이 사헬의 1백 킬로미터 지점까지 내려오면서 수많은 소들은 물론 10만명의 인구가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고 추정되고 있다. 그 와중에 1980년대 중반에 또 다시 가뭄이 찾아왔다. 20세 후반의 40년 동안 이 호수의 물이 90%나 줄면서 엄청난 물고기들과 일자리가 사라졌다. 한편 기후학자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 온도가 섭씨 1.1도 정도 올랐다고 하는데 사헬에는 평균 상승분보다 50%는 더 높아졌다. 따라서 사헬지역 17개국 모임은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4천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 자금도 해외 원조에서 나온 것이다. 여기에는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 알고 보면 천연자원 측면에서는 엄청난 부자다. 니제르에는 우라늄과 원유와 인산염이, 모리타니에는 철광석과 구리가, 차드에는 석유와 우라늄이, 부르키나파소와 말리에는 금광이 있다. 대다수 사헬 국가들을 원자재들 스스로 가공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의 수입은 주로 자국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광산기업들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충당한다. 문제는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는데는 세금 우대 조치가 있어 정부 곳간에는 큰 수입을 가져다 주지 못하고 있다. 니제르는 세계 4위의 우라늄 생산국이지만 정부는 프랑스 국영기업인 아레바와 불평등한 계약에 매여 있다. 사헬지역의 금광이 개발되는 정부는 국가에 도전만 하지 않는다면 지역 무장단체들이 광산을 장악하고 비공식적인 경찰력이 되는 것을 아예 용인해 준다. 하지만 뇌물 수수와 고문에 의한 자백과 투옥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희토류는 지표면 밑에 있는 17개의 원소를 총칭하는데 탁월한 내열성과 자성 및 인광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이 광물을 찾아내서 채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것이 들어간 장비는 노트북 하드 드라이브나 레이저뿐 아니라 휴대전화, 미사일 등 세계 모든 강대국의 기술과 방위 산업의 핵심 부품에서 이것들이 사용되지 않은 예가 없다. 사헬에 이 광물이 매장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해외에서 계속 희토류를 사들이는 중이다. 미국도 그 대상 중에 하나다. 한편 중국은 2015년 인민해방군을 해외 파병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중국 특수부대가 말리에서 유엔 평화 유지 작전에 참여했다. 2017년에는 지부티에 최초로 해외 해군기지를 개항했다. 그리고 중국은 지부티에서 에티오피아까지 이어지는 전기철도 건설에 자금을 댔다. 그리고 사헬지역에서 미국은 발을 빼고 싶어하고 있다. 이어 프랑스측에서는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프랑스가 따라 하기 쉽지 않는 수준의 병참과 감시, 정찰 및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헬국가들도 프랑스군과 다른 외국군대가 그대로 머물러 있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폭력사태가 자기들 쪽으로 번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서아프리카 해안국가들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만약 서방 사회가 이 지역에서 손을 떼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그 진공상태에서 이 지역을 접수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중동에서 시리아 내전에 참여한 것을 볼 수 있다. 아무튼 프랑스로서는 이길 수 없고 빠져나올 수조차 없는 갈등의 덫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유럽의 국가도 난민 등의 문제로 관여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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