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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미래를 보는 눈인 判手에 대해서 알아보면아들을 위한 인문학/조선시대 직업들 2023. 1. 9. 03:37
맹인은 사농공상에 끼지 못해 생계를 꾸릴 방법이 없으나 주역을 배워 점을 치고 겸해서 경문을 외워 살아간다...저잣거리를 다니며 노래하듯 문수라고 외친다. 운수를 물어보라는 그 소리가 마치 노랫소리 같아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도 맹인이 지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사고 > - 심청전의 심학규는 맹인으로 변변한 직업도 없이 심청이가 동냥하여 온 식량으로 근근히 살아갔다. 일부 맹인은 악공이나 점술가를 하도록 국가에서 장려했다. 조선시대에는 시각을 잃은 맹인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여겼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맹인은 관현맹으로 삼았다. 관현맹은 관악기와 현악기를 다루는 맹인이다. 관현맹은 나라에 소속된 전문 악공으로 큰 행사 때 연주했다.
암기력과 점술에 뛰어난 맹인은 관상감 소속 관원인 명과맹으로 뽑았다. 선발되지 못한 맹인은 판수로 생업을 삼았다. 판수는 민간에서 활동한 독경과 점술의 전문가였다. 성종 때 성현의 용재총화에 따르면 판수는 초하루와 보름에 명통사에 모였다. 맹인 교육 및 집회소인 명통사에 모인 판수는 독경 기술을 전수했고 정기적으로 나라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 판수는 기우제나 임금의 거처를 옮길 때도 동원되었다. 이들은 옥추경이라는 도교 경전을 외워 비를 부르고 임금이 거처할 곳에 있을지 모를 사악한 기운을 물리쳤다 중국에서 도사가 하던 일을 판수가 담당한 셈이다. 판수는 무당처럼 현란한 몸짓을 선뵈지는 못했다. 대신 판수는 빠른 속도로 경전을 한글자도 틀리지 않고 정확히 외웠다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조선이 중국보다 뛰어난 네 가지를 꼽았다. 여성의 수절, 천인의 장례, 무인의 활쏘기, 판수의 점술이었다. 고전소설 정수경전에서 주인공의 앞날을 예언해 정수경의 목숨을 구한 인물도 판수였다. 판수는 정수경에게 황색 대나무를 흰 종이에 그려주고 정수경은 이 그림을 통해 살인범을 밝힌다. 살인범의 이름은 백황죽이었다. 소설 설정으로 등장할 만큼 조선 사람은 판수의 점술을 신뢰했다. 민간에서 운수를 점칠 때는 반드시 판수를 찾았다. 1623년 인조가 왕자의 혼례를 위해 처녀단자를 올리게 했으나 딸을 숨기는 사람이 많았다. 한성부는 딸을 숨긴 사람을 찾기 위해 묘안을 냈다 다름 아닌 판수를 불러 그들에게 운수를 점친 처녀를 빠짐없이 보고하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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