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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경 24 ) 백성들을 우직하도록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아들을 위한 인문학/도덕경(노자) 2023. 1. 7. 02:57
智는 딱딱한 지식 내지 신념화와 이념화된 지식을 뜻한다.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지식도 여기에 가깝다. 이런 지식들과 격이 다른 지적 활동을 노자는 明이라 하는데 이는 통찰이 튀어나오는 지적 활동이다. 항상 대상과 나 사이에 탄성이 유지되는 상태,, 대립면을 함께 포용하는 관용적이고 넓은 인식 능력이다. 한편 智는 말을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고만 이해거나 감추는 역할을 한다고만 이해하는 것이다. 明은 말에 표현하기와 감추기라는 두가지 역할이 모두 있음을 아는 것이다. 따라서 지의 좁다란 범위에 사는 사람은 가볍고 확신에 차 있기에 분명하고 똑똑해 보이기 쉽지만 명의 활동을 하는 사람은 대립면 사이를 왕래해야 하기에 좀 어눌해 보일 수도 있다
노자에게서 愚는 백성들을 우둔한 바보로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지식과 딱딱한 지식을 진리라고 확신하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명나라 말엽 이탁오라는 학자는 그의 저서에서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리침을 읽었으나 성인의 가리침을 제대로 알지 못했으며 공자를 존경했으나 왜 공자를 존경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지 못했다. 작은 지식이나 믿음 형태를 띠는 지에 갇히면 스스로를 알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것을 자기 생각으로 착각한다. 이탁오는 스스로 오십 이전에는 명의 행사자가 아니라 지의 행사자라고 고백했다. 정치인들 가운데 행동이 과감하고 민첩한 사람들은 대개 지에 갇힌 사람이다. 이들은 대립면을 제거하거나 모두 적으로 돌린다 따라서 이는 무직하면 용감하다는 표현이 맞다.
노자는 우인의 마음을 어둑하고 어눌한 것으로 묘사한다. 경계가 분명하지 않고 어리숙하다는 뜻이다. 유와 무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해서 다루면 아주 명민해 보이기는 하지만 세계는 유와 무가 분명한 경계없이 서로 의존한다. 이 세계는 관계와 변화 속에 있어 어떤 본질을 기준으로 경계가 분명하고 예리하게 나눠질 수 없기에 세계의 존재 형식을 그대로 따르면 어리숙해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가 진보 양진영으로 나뉘어서 다투고 있는데 그런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회색분자가 있는데 이를 노자는 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독재자는 작은 지적 체계나 이념에 국민을 가두고 볼모로 삼지만 대중들은 눈치를 못 채고 있다. 인식의 범위가 좁고 단편적이면 그런 속임수에 당하는 것을 헌신이나 정의로 착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한번 가진 믿음 체계에 자신을 다 바친다. 단편적인 믿음을 사유로 착각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사람은 쉽게 악에 빠진다. 그래서 노자는 도덕경에서 저 좁은 지식에 갇힌 헛똑똑이들이 함부로 날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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