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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개그맨으로 통하는 조선시대 최고의 재담꾼은 정조시대에 김종진이라는데아들을 위한 인문학/조선시대 직업들 2022. 4. 19. 02:47
함북간이라는 자가 있다. 피리를 제법 불고 이야기와 광대놀이를 잘했다. 남의 생김새와 행동을 보기만 하면 바로 흉내 냈는데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또 입을 오므려 피리 소리를 냈는데 소리가 웅장해 몇 리까지 퍼졌다 - 성현 <용재총화> 풍자를 섞어 가며 익살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놓은 공연 예술인 재담은 귀천을 떠나 큰 인기를 누렸다. 고담, 덕담, 신소리라고도 일컬었다. 재담을 펼치는 사람이 재담꾼이다. 재담꾼은 관중을 울리고 웃기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전문 예능인이었다. 재담꾼은 무대 장치는 물론이고 분장도 없이 천의 얼굴을 연기했다. 갈고닦은 연기력에 더해 구기로 이야기를 생동감있게 구연했다. 구기는 성대모사의 하나로 입으로 온갖 소리를 흉내 내는 기예다. 재담꾼은 구기로 이야기 속 호랑이도 되고 감정을 자극하는 배경음악도 만들어 낸다
조선 재담꾼의 구기 실력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도 놀랄 정도였다. 1883년 조선을 방문한 천문학자 로웰은 고종의 배려로 화계사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이 공연에서 재담꾼은 몸짓과 목소리만 가지고 장님으로도 변하고 호랑이로도 변했다. 로웰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공연은 아무런 무대 장치없이 진행되었다. 배우가 마룻바닥에 그어 놓은 상상의 선과 가공인물인 양반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산속 여행자가 되어 갑자가 호랑이를 만났다. 배우는 찰나에 호랑이로 변했다. 으르렁대는 포효는 진짜 호랑이조차 따라가지 못할 만큼 무시무시했다. 관광객이 본능적으로 몸을 떨 만큼 로웰 앞에서 공연한 재담꾼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이야기 실력보다 구기로 더 유명했던 재담꾼도 있다. 조수삼은 추재집에서 재담꾼 박뱁새를 두고 “협객 소굴 속 아름다운 음악에 우스개 이야기 따라붙는다. 형님은 황새, 아우는 뱁새라네”라고 읊었다. 협객 소굴은 기방, 우스개 이야기는 재담이었다. 박뱁새는 기방에서 우스개 이야기를 공연하던 전문 재담꾼이었다. 껑충했던 형과 달리 그는 왜소해 뱁새라고 불렸다. 재담꾼 박뱁새는 구기로 내는 생황, 통소, 거문고, 비파소리로 합주까지 할 실력자였다.
조선 최고의 재담꾼은 정조때 활약했던 이야기주머니 김중진이다. 김중진은 조수삼의 추재집, 김희령의 소은고, 유재건의 이향견문록, 청구야담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는 무숙이타령에서 허재순과 함께 최고 이야기꾼으로 호명되기도 한다 무숙이타령에 노래 명창 황사진이, 가사 명창 백운학이 , 이야기 일수 외무릅이, 거짓말 일수 허재순이라는 가사가 있다. 이야기 일수 외무릅이 거짓말 일수 허재순이라는 가사가 있다. 이야기 일수 즉 이야기 으뜸인 외무릅이가 바로 김중진이다. 김중진은 젊은 나이에 이가 몽땅 빠졌던 터라 입을 늘 오물거렸다. 오물거리는 입 때문에 외무릅, 외물음이라는 별명이 붙였다
김중진은 세 선비 소원담을 잘했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도 계속 들으면 질리는 법으로 김중진은 남다른 재치가 있어 즉흥적 재담에도 뛰어났다. 청구야담에 재담을 잘했던 우물음이 인색한 양반을 풍자한 이야기가 있다. 이 야담 속 오물음 김중진은 종실 노인 앞에서 재담을 했다. 김중진은 즉흥적으로 유명한 구두쇠이 동지 이야기를 펼쳤다. 종실 노인이 이야기 속 자린고비 이동지처럼 이름난 구두쇠였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 이 동지는 인색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저승에 빈손으로 간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관에 구멍을 뚫어 손을 밖으로 빼놓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야기를 들은 종실 노인은 깨달은 바가 있었다. 가족에게조차 인색했던 종실 노인은 모든 재산을 아들 넷에게 물려주었다
김중진은 구경꾼의 면면, 공연장소, 분위기에 맞춰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이야기를 펼쳤다. 그러면서도 세상을 풍자하며 교훈과 감동을 주었다. 유재건은 이향견문록에서 김희령의 소은고에 실린 평을 인용했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사연을 늫어놓았으나 큰 진리를 비유했다. 조선 사람을 웃고 울리던 재담은 일제 강점기 박춘재 명창을 통해 재담소리로 거듭났다. 박춘재 명창은 재담을 우리 전통 소리에 녹여냈다. 박춘재의 재담소리는 정득만을 거쳐 백영춘 명창이 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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