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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스트는 무엇이며 팬데믹이 6세기와 14세기에 유행하였다고 하는데
    아들을 위한 인문학/의학 2022. 4. 11. 03:10

    스웨덴에서 발견된 5천년전 신석기시대 인골에서 페스트균이 검출되었는데 발굴시기는 불과 몇 년전인 2018년이다. 인류에서 가장 오래 된 페스트균으로 보고된다. 페스트는 대개 벼룩을 매개로 쥐 등의 설치류 같은 작은 동물에서 사람에게로 전파되며, 감염자가 증가하면 사람 사이 접촉과 공기를 통해서도 감염된다. 인류가 최초로 페스트에 감염되기 시작한 데에는 농경과 더불어 시작된 집단생활의 영향이 컸다. 그로 인해 곡물을 주로 먹는 쥐와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인류의 페스트 감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추정한다. 사람근처에 서식하는 쥐 가운데 10% 정도가 페스트에 감염되면 본격적으로 사람에게 감염되기 시작한다.

     

    페스트의 종류 중 가래톳페스트가 있는데 사람의 목과 배 등 각 부위에 세균과 바이러스를 포착해 제거하는 림프샘이 있는데 여기에 페스트균이 침범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일단 사람이 페스트균을 가진 벼룩에서 물리면 주변 림프샘이 붓고 겨드랑이 아래와 샅굴 부위 림프샘이 부어오르며 무지근한 통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악화하면 림프샘이 혹처럼 커지고 페스트균이 내장을 침범하면서 독소가 체내로 퍼져 나간다. 환자는 고열과 오한이 시달리고 의식이 몽롱해지면서 수의근이 마비되어 경직되고 심장에 타격을 입어 점차 쇠약해진다

     

    폐페스트라 불리는 종류도 있다. 가래톳페스트가 악화되면서 균이 폐를 침범하거나 페스트균이 섞인 공기를 흡입해 발병한다. 폐페스트에 걸리면 기관지염과 폐렴을 일으켜 피가 섞인 가래를 토하거나 호흡곤란을 겪는다. 폐페스트 치사율은 매우 높아서 발병 후 항생제 투여 등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반나절에서 사흘 안에 사망에 이른다. 가래톳페스트에 걸렸을 때 사람 간 직접 감염이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폐페스트는 감염자의 몸에서 밖으로 나온 기침이나 재채기 등에 섞인 침방울을 매개로 감염되거나 공기 중에 떠도는 균이 체내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패혈증이란 병원균이 혈액으로 들어가 온몸을 도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페스트가 중증화하면 패혈증 페스트로 악화할 수 있다. 몸 안의 혈액이 페스트균에 오염되면 피부에 반상출혈이 나타나고 온몸에 검푸른 반점이 생겨 이내 사망에 이른다. 페스트를 흑사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고대 그리스의 맹주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도시국가 연합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도시국가 연합 펠로폰네소스 동맹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기원전 431년의 일로 고대 그리스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대규모 전쟁이었다. 전쟁중에 아테네는 농성전을 펼쳤다. 수많은 시민이 도시의 좁은 공간에 빽빽이 모여 어깨를 부대끼며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역병이 창궐했다. 페스트로 알려진 이 역병으로 수많은 아테네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펠로폰네소스 동맹 측에는 이 병이 거의 발병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자 중에는 이를 천연두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기원후 2세기 무렵 로마제국에서도 페스트가 대유행해 30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이 있다.

     

    역사적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6세기, 14세기, 19세기에 발생했다. 6세기 대유행은 540년 무렵의 일로 이집트 나일강 하구 동부에서 시작하여 널리 퍼져 나갔다. 이 지역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세 지역이 서로 연결되어 동방의 아라비아반도와 서방의 동로마제국을 연결하는 동서교역의 요충지에 해당한다. 페스트는 이 통상로를 따라 동로마제국에서 남유럽의 여러나라, 서아시아의 페르시아제국까지 번져 나갔다. 6세기 무렵 인구가 2억명으로 40%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동로마제국 콘스탄티노폴리스(이스탄불)에서는 하루 5천명이 사망했다 인구가 50만명이었으나 페스트로 30만명으로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그 당시의 동로마제국 황제가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이름을 따서 유스티니아누스 페스트라고 부른다.

     

    삼포식농법(중세)

    그후에도 유럽 각지에서 소규모 페스트 유행이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나 8세기 중엽, 좀 더 구체적으로 750년부터 11세기까지 유럽에서 대규모 팬데믹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당시 서유럽과 아시아의 접촉의 접촉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고 쥐가 기후변화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가 1096년 시작된 제 1차 십자군 원정은 페스트의 새로운 도화선이 되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여러나라의 기사단이 당시 이슬람교 국가인 셀주크 왕조의 지배를 받던 기독교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고자 연이어 공략에 나섰다. 한데 그 무렵 예루살렘에서 전쟁을 치르다 돌아온 병사들의 짐과 옷가지에 인가에 살던 곰쥐와 페스트균이 섞여 들어와 서유럽과 또 다시 페스트가 창궐하게 되었다. 11세기말에 시작된 십자군 원정은 13세기까지 이어졌는데 대규모 원정만 7번 강행되었다. 그리고 소규모 순례자 집단도 수시로 서유럽에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성지순례길에 올라 동서의 교류가 활발해졌다. 그 무렵 농촌에서는 삼포식농법이 발달하여 생산력이 늘어 인구가 증가하고 페스트의 매개체인 쥐도 급격히 개체수를 늘렸다

     

    한편 칭기스칸이 세운 몽골제국은 1279년 그의 손자 쿠빌라이는 중국 북부를 제압하고 국호를 원으로 정한 뒤 중국 전역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몽골인은 말을 타고 이동하며 활동하는 전형적인 유목민 집단이다. 몽골제국의 통상망은 십자군 원정을 계기로 발달한 서유럽과 중동을 잇는 지중해 상인의 통상망과 하나로 이어졌고 이로써 세계 최초 글로벌 상권이 완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14세기에 발생한 팬데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14세기 팬데믹은 1334년 중국의 허베이성으로 인구의 90%에 달하는 500만명이 사망했다고 전한다. 원의 각지에서 대지진과 홍수가 잇따르고 황하 서부에 곡물을 갉아먹는 메뚜기 떼가 대량 발생했으며 페스트 유행과 맞물려 심각한 식량위기를 초래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코로나 19가 대유행한 2020년 아프리카 동부에서 메뚜기뗴가 창궐해 중동에서 인도까지 휩쓸었다. 1346년 페스트는 제노바 공화국 영토였던 크림반도까지 진출한 다음 지중해를 건너 이듬해에 시칠리아섬 북부 메시나에 상륙했다. 1348년에는 이탈리아반도에서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이르렀고 같은해에 영국해협을 건너 잉글랜드왕국까지 밀어닥쳤다. 유럽에서 대유행은 중앙아시아에서 들여온 모피에붙어 있던 벼룩이 페스트의 매개체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한 중세 유럽도시는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외벽을 성벽으로 둘러싸고 성안은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서 환경적으로 페스트 감염병이 걸리기 쉬운 도시구조였고 삼포식농업으로 인구밀도는 늘고 상하수도가 완비되지 않아 비위생적인 조건의 생활이었다

     

    중세 유럽의 의학은 2세기 로마제국 시대 이후 거의 발전이 없었다. 전염병에 대한 치료라 하여 주변을 식초와 유황으로 소독하거나 환자의 옷가지나 소지품 따위를 소각하는 일이 고작이었다. 지중해 무역항에서는 12세기 무렵부터 검역제도가 존재했다. 1374년 이후 외국에서 들어오는 유행하던 시대에 베네치아에서는 40일간 격리하는 제도가 정착되었다. 40일은 구약성경에서 신의 대홍수를 일으켜 노아와 그의 가족이 방주로 피신한 기간이 40일이었다는 데서 따왔다는 설과 중세 연금술에서 변성에 40일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격리기간 40일에서 이탈리아어 Quarantina는 검역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Quarantine의 어원이 되었다. 나폴리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작가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은 페스트가 한창 유행하던 1348-1353년에 쓰였다. 데카메론에서는 페스트를 피해 피렌체에서 교외로 거처를 옮긴 열명의 남녀가 언제 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열흘에 걸쳐 한 사람이 한편씩 모두 100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대에 유럽 각지에서는 유대인 박해가 극심해졌다. 오늘날의 스위스와 독일 여러지역에서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퍼져 유대인 거주지 방화와 유대인 살해 등의 보복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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